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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도 안가르쳐주는 철저! 일본인의 절교
[김상하의 일본엿보기] 일본식 절교법에 대해
 
김상하(프리라이터)
자주 들리는 바(bar)가 있다. 술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마실 수 있는 집 근처의 바나 이자카야는 대부분 섭렵했고, 그곳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들르는 곳 중 하나다. 워낙 자주 가다보니 친해진 사람들도 많고, 서로 집에 초대해서 홈파티를 할 정도로 허물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 바에서 친해진 y씨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가끔은 좀 다른데서 같이 마셔보지 않겠어? 주말에 같이 가자고, 멤버는 내가 모을테니까.” 

그리고 약속한 날이 되어 y씨와 만나러 집에서 조금 떨어진 술집에 모이게 되었다. 나와 y씨 이외에도 몇 명 바에서 늘 만나던 술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순간 머리 속으로 ‘아, 그건가 보구나’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아니나 다를까 y씨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y씨는 최근 그 바의 바텐더 a가 자신을 계속 무시하고 상처주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 바에 가고 싶지가 않은데 같이 동참할 생각 없냐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서 다른 참석 멤버들도 a가 자신들에게 인간적으로 실수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계속 이야기한 끝에 참석 멤버들은 앞으로는 a가 바텐더로 일하는 그 바에 가는 횟수를 줄이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a에게는 앞으로는 전화도 메일도 하지 않고, 요즘 왜 자주 안 오냐고 물어봐도 ‘일이 바빠서’ 등 대충 둘러대기로 합의했다.

사실 이건 전형적인 일본식 절교 방법이다. 일본에서 생활하며 한 두번은 경험하게 되는 일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누군가에게 화가 나면 그자리에서 시비를 걸고 목소릴 높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본인, 아니 적어도 도쿄에 사는 일본인들에게 그런 과격한 행동은 기대하기 힘들다. 왜냐면 소동을 일으키면 자신도 똑같은 배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남의 기분 상하지 않게 확실하게 절교하는 방법은 상대방이 절교 당했는지도 모르게 연락을 끊어버리는 것. 그리고 좀 더 많은 동료를 모아서 철저하게 배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을 사생활은 물론 직장생활에서도 여러 번 경험했는데, 이것이 일본의 절교이고 배제의 문화인 것 같다.

위와는 조금 다른 종류의 경험도 있다.

한 지인(일본 여성)으로부터 휴대폰 문자메일이 날아왔다. 메일 내용은 “휴대폰 메일 주소를 변경했습니다. 다른 분에게 따로 연락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라는 짧은 내용이다. 이 메일은 십수명을 대상으로 보내진 메일인데, 그 대상 중에 늘 같이 모이던 친구 중 한 명이 빠져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그 친구에게는 다시는 연락하고 싶지 않아서 메일 주소를 바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친한 지인이라고 해도 전화번호를 모르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일본은 음성통화보다는 휴대폰 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는 것이 일반적이고, 공공장소에서 전화를 받는 것을 결례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연락은 메일로 이루어지며, 메일 주소는 알아도 전화번호는 모르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대개는 휴대폰을 바꿔도 메일 주소는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메일 주소를 변경하겠다는 것은 대개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누군가와의 연락을 끊기 위함이다.

일본의 경우 타인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을 매우 신중하게 생각하며, “○○씨 연락처 좀 알려줘”라고 물어보면 대개 처음 돌아오는 답변이 “지금 본인에게 알려줘도 괜찮은지 확인해볼께”이다. 그렇기 때문에 갑자기 메일로 연락이 안 되기 시작한다고 해서 친구에게 연락처가 혹시 바뀐거 아니냐고 물어보기가 쉽지 않다.

일단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약간의 무례가 용서되는 것을 이용해서 당사자에게 왜 굳이 이런식으로 절교를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때 대답은 대략 이런 것이었다.

“절교 당했다는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고, 절교된 이유도 알려주지 않아야만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래야 더 많은 친구를 잃고 힘들어 할 거 아냐.”

조금 섬뜩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정말 합리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는 나도 그 배제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일본인들처럼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한국에도 좀 알려진 이야기지만 일본인들은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이 맛 없으면 정말 맛있었다고 말해놓고 다시는 그 식당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비단 식당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도 똑같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글 | 김상하(프리랜서 라이터)

(김상하 씨는 현재 일본 도쿄에 거주중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일본서브컬쳐 정보를 발신하는 파워블로거입니다)
김상하 씨 블로그: http://blog.daum.net/kori2sal/6235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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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4/22 [09:55]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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