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에 갔는데 아기 먹일 우유랑 기저귀도 없어요. 수퍼에서 손님을 제한적으로 받고 있어서 한참 기다려야 해요. 아침부터 전쟁이에요" 지바현에 사는 두 아이 엄마 김모씨(28)는 지난 11일 대지진 이후 아기 키우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진과 쓰나미, 거기에 원전 폭발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생필품 사재기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지진 직후에는 컵라면이나 조리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즉석카레, 통조림, 냉동식품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 일부 지역에서 가스, 전기, 수도가 끊기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이런 보존식품이 팔려나간 것이다. 그러나 원전 폭발이며 여진이 계속되면서 사재기 품목은 더욱 넓은 범위로 확산되었다. 도쿄 내에서는 쌀과 라면, 물, 화장지와 아기용품, 마스크, 건전지 등이 사라져가고 있다. 수퍼마켓 앞에는 영업시간 전부터 입장을 원하는 사람들로 긴 줄을 이루고 있고, 한꺼번에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제한적인 입장이 실시되는 곳도 있다. 신주쿠의 편의점 로손, 잡화점 돈키호테 등에서는 "물건은 들어오고 있지만, 팔리는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물건이 없는 것"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특히 기저귀 등 아기용품은 아침 일찍 판매점을 찾지 않으면, 정말 필요한 사람도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물건이 빨리 빠지고 있다. 이렇게 사재기를 더욱 부추기는 것은 절대적인 자동차 휘발유 부족이다. 대지진 이후 대중교통 이용이 제한적으로 실시되면서 자동차 이용인구는 많아졌지만, 일본 석유회사의 지진 피해 등으로 휘발유가 부족해지고 가격 급상승을 두려워하는 시민들이 늘었다. 주유소 앞에는 아침부터 수십대의 차가 주유를 기다리고 있지만, 금세 바닥을 드러내 하루종일 몇 군데의 주유소를 도는 운전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도쿄에서 운송업을 하는 이이지마 씨(31)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휘발유가 없으면 아예 생업이 끊긴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미리 차에 기름을 채워두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현재로서는 운전수들이 곤란한 상태"라며 난색을 표했다. 앞서 인터뷰한 교민 김모씨는 "방사능의 위험에 휘발유까지 부족해서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하다. 아직 어린 두 아이들을 위해 당분간 나고야 시댁에 가 있기로 했다"며 지방으로 피신하겠다고 말했다. 가노 미치히코 농림수산대신은 15일, 내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현재 일본 국내 식료품 공급능력은 충분하다. 국민들의 침착한 대응을 부탁한다"며 사재기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피해지역에 휘발유가 부족하다. 타 지역의 연료 사재기는 자제를 부탁한다"고 16일 기자회견에서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이미 패닉상태에 빠진 도쿄 시민들은 오늘도 여전히 수퍼마켓과 주유소에 줄을 서고 있다.
[오늘의 주요기사] 재해지역에서 떨어진 오사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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