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대지진 발생 후 도쿄 생활에서 가장 불편을 느끼는 점은 교통이다. 주말을 넘기면서 교통상태는 한결 나아진 상태이지만, 14일부터 실시되고 있는 전력 제한 송전으로 인해 많은 전철이 제한적인 운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지난 대지진 발생 이후 출퇴근 시간이 가장 두려운 시간이 되었다. 과연 전철은 다닐까, 어떤 방법으로 회사까지 가야할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편하게 갈 수 있을까 매일같이 정보를 파악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때그때 달라지고 있다.
대지진이 발생한 첫 날, 도쿄에서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와 자전거, 그리고 도보였다. 전철이 한꺼번에 막혀버리자 퇴근길의 시민들이 난민처럼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수백미터씩 줄을 서서 버스나 택시를 탄 사람들도 다음 정거장이 되자 우루루 내려버렸다. 걷는 것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양심적인 일본 택시 기사들은 난색을 표시했다. 손님이 많고 요금이 올라가는 것은 좋은데, 심각한 정체로 10미터 움직일 때 4000엔(한화로 5만원 정도) 이상이 올라가고 있으니 받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대지진 발생 다음날, "도쿄 시내에서 4시간 걸어 지바현 집까지 도착했다", "5시간 걸려 요코하마에 갔다. 현재 근육통으로 앓아누웠다" 등 상상을 초월하는 거리를 걸은 지인들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지진발생 후, 꼬박 나흘이 지난 현재도 많은 도쿄 시민들이 자동차나 자전거 등 대체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고 있다. 낮 시간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 전철이 많아 돌아다니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개인의 경험이지만, 그나마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은 출퇴근 러쉬 시간대를 피하는 것이다. 출근시간이라면 보통 7시에서 8시 30분 사이, 퇴근시간이라면 6시에서 7시 사이를 피해 움직이면 그나마 숨은 쉬면서 다닐 수 있다.
특히 요즘은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시민들이 많기 때문에 퇴근은 늦으면 늦을수록 전철에 여유가 있는 듯 했다.
지난 금요일부터 계속된 출퇴근 전쟁. 그러다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도쿄 시민들의 표정에도 조금씩 피로가 묻어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변의 일본인은, 불평을 하다가도 "재난민에 비해 이 정도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이 절전이라면 협력하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새치기, 끼어들기를 거의 볼 수 없는 일본인을 보면서 '지나치게 침착하다'라고 해야할 지, '질서의식이 뛰어나다'고 해야할 지, 그저 외국인의 눈에는 놀라워보일 뿐이다.
(도쿄 대지진 체험, 사재기 현상이 이어집니다)
(사진 - 야마모토 히로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