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거주 재일 한국인이 본 이번 재해, 그리고 日 트위터에서는..]
11일 14시 46분경, 산리쿠(三陸) 해안에서 진도 8.8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순간 나는 오사카에 있었다. 방에서 일을 하는 와중에 갑자기 몸이 흔들려 빈혈 아니면 현기증이라고 생각했다.
트위터를 보고 있자니 간토(關東) 지방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뒤이어 시가(滋賀)현에서도 지진이 느껴졌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잠시 몸을 일으키자 이번에는 내가 아닌 집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곧바로 현관 앞에 있던 아들 친구에게 문을 열고 고정하라고 외쳤다. 큰 지진이 오면 현관문이 파손돼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시에
"만약 땅이 크게 울린 후 아래서 위로 밀어 올리는 듯한 진동이 느껴지면 재빨리 밖에 있는 논으로 도망쳐라"라고 주문했다.
한신(阪神)대지진 수준의 지진이 온다면 필시 전봇대가 쓰러지거나 가옥 베란다가 낙하, 창문이 깨져 유리 파편이 튈 것이다. 그러나 논에는 장애물이 없으므로 안전한 편이다. 같은 시각, 아들은 학교에 있었다. 학교가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해 상황을 조금 보고 있자 이윽고 흔들림이 멈췄다.
그 후, 도쿄에서도 몇 차례 지진이 느껴졌다는 트위터 정보가 들어왔다. 트위터나 스카이프를 통해 몇몇 지인과 연락을 할 수 있었지만 휴대전화와 고정전화는 불통이 지속돼 불안감이 엄습했다.
트위터 상에는 강진 이후 지진 피해가 확대하고 있다는 정보와 함께 유언비어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유언비어는 자기 방 서고에 갇혀 움직일 수 없어서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주소와 번지수까지 적혀 있었지만 단순한 장난에 불과했다.
다음으로
'한신대지진 발생 3시간 후 최대 여진이 있었다', '한신대지진 당시 절도와 성범죄가 다발했다'는 글이 빠르게 전파됐다. 지진이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이처럼 불안을 부추기는 유언비어가 가장 무섭다. 나 자신도 오사카에서 지진을 체험했고 고베 출신 일본인 남편은 친족과 친구들이 이재민이 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다.
반면, 가슴 따뜻해지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히로시마현에 사는 중학교 2학년 소년이 nhk 지진 특별프로그램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인터넷에서 생중계했다. 소년은 자신의 행동이 저작권법에 어긋나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비록 내가 체포된다 하더라도 tv를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인터넷으로라도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밝히며 방송을 감행했다.
놀라운 것은 그다음이다. nhk 방송국의 한 홍보담당자가 소년의 인터넷 생중계를 비공식적으로 인정하는가 하면
'방송 주소를 더 널리 확산시켜달라'는 의견까지 덧붙였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정전 때문에 tv를 볼 수 없는 지역이 있다. 인명과 관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정보가 닿을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면 활용해야한다.(비록 이것은 나의 독단적인 결정이므로 나중에 책임을 지겠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날 나는 일본 미디어 관계자의 양심을 볼 수 있었다.
한편 트위터에서 철없는 일부 한국 네티즌으로부터 비방을 듣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한국 친구로부터
"일본은 어떤 재해가 발생해도 꿋꿋이 딛고 일어서 온 나라. 지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고 눈물이 났다는 지인도 있었다.
나는 트위터로 피난 정보 등을 한국어로 번역해 올렸다. 한국어 실력이 좋지않아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불안하다고 쓰자
"걱정마세요. 제 일본어도 완벽하지 않지만 어떻게든 뜻이 통하면 그것으로 좋지 않습니까? 또 지금까지 아무런 실수도 없었습니다!"라는 격려 메시지를 한국인 청년에게 받기도 했다.
현재까지 각지에서 여진은 계속되고 있고, 피해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답답하지만, 일반 시민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서로 돕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는 재일 한국인으로서 한신대지진 당시 한국인, 일본인 가릴 것 없이 서로 돕는 사람들을 보고 몸소 느꼈다. 실제로 나 자신에게 피해는 없었지만 기사를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눈물이 흐른다.
비록 한국에는 지진이 드물다. 그러나 재해란 것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사상 최대 지진이라는 이번 지진도 기록에 남아 누군가에게 교훈으로 전해진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다. 그 대상이 내 뿌리가 있는 나라라면 더욱 기쁠 것이다.
(1995년 발생한 한신대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