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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합격율 90%, 日 증명사진의 비밀
[인터뷰] "여기서 찍으면 붙는다" 신화탄생 사진관의 스즈키 부부
 
안민정 기자
아래 위 검은 양복에 꽉 졸라맨 넥타이, 군기가 바짝 들어간 사회 새내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진관 안으로 들어간다. 이들은 '반드시 희망하는 회사에 합격하리라'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이력서용 증명사진을 찍으러 온 취업 준비생들이다.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 증명사진은 집에서 찍어도 그만이고, 전철역에 널린 즉석 증명사진 기계를 이용해도 그만이다. 어쩌면 이 편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취업'이라는 거사를 앞두고 있는 새내기들의 마음은 다른가보다. 도쿄 도심에서도 약 1시간 가량 떨어진 가나가와현 타카츠, 눈에 띄지 않는 뒷골목 동네 사진관에 전국 방방곡곡에서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몰려오고 있다.
 

졸업시즌을 앞두고 있는 일본에서는 해마다 낮아지는 취업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취업률은 60.8%, 열 명 중 네 명은 취업에 실패했다. 올 3월이 지나면 새로운 기록이 나오겠지만, 60%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일본은 대학 3학년쯤 대부분 취업이 결정된다. 3학년 초부터 취직 활동을 시작하여, 3학년 말에는 거의 대부분이 취업 내정을 받았다. 그러나 요즘은 4학년이 되어서도 취업활동을 계속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상태. 내정을 받고도 취소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취업 재수, 삼수생이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취직 불황시대에 '이력서 사진의 신화', '합격률 90%의 증명사진'이라는 현란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사진관이 있다. 가나가와현 타카츠에서 스즈키 가츠아키(65), 스즈키 요리에(64) 부부가 경영하는 '사진 다나카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다나카야는 1941년에 창업해 3대째 내려오는 전통의 사진관이다. 유난히 몸이 약한데다 결핵을 앓고 있던 스즈키 씨 아버지가 주변의 조언을 얻어 고른 사업이 사진관.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을 대신해 스즈키 씨 어머니가 사진관을 이어나갔고, 1968년 스즈키 씨가 뒤를 이었다.
 
사진을 특별히 좋아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고 당연히 가업을 이어야겠다고 결심한 스즈키 씨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경력을 쌓은 후 다나카야를 맡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상호에 '~야'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은 주인 이름을 넣은 것이지만, 창업 당시  밭 한가운데 있다고 하여 '스즈키야'가 아닌 '다나카야(田中, たなかや)'가 되었다고 한다.
 
사진관 다나카야는 1977년 스즈키씨가 아내 요리에 씨를 맞이하면서 부부 사진관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남편 스즈키 씨가 빛을 조절하면, 요리에 씨가 메이크업, 코디네이트를 담당했다. 요리에 씨는 코디 역에만 그치지 않고 각 사진에 걸맞는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분위기 메이커로서도 활약했다.
 
아직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이 오면 울지 않도록 노래를 불러주었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표정 관리가 안되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저것 수다를 떨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특히, 취업을 앞두고 이력서에 붙일 증명사진을 찍으러 온 학생들에게는 90% 합격율의 비결을 남김없이 들려주고 있다.
 
"오래동안 많은 취업준비생들을 봐 오면서 얼굴이나 옷 매무새, 걸음걸이나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격을 파악하게 되었어요. 사소한 행동거지 하나에도 합격, 불합격이 보이는 것이죠. 현 상태로도 합격할 것 같은 학생에게는 더욱 용기를 북돋워주고, 불합격의 태도가 보이는 학생에게는 따끔하게 조언을 합니다. 제 말을 과연 들어줄까, 어떻게 하면 잘 전달될 수 있을까, 늘 고민합니다" 요리에 씨가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사진관에 있는 서너시간 동안에도 십 여명에 가까운 취업준비생들이 다녀갔다. 증명사진을 찍는데 한 사람당 걸리는 시간은 대기 시간을 포함하여 약 20분 정도. 보통이면 "찍습니다" 한 마디에 찰칵, 찰칵, 찰칵. 1분도 안되는 시간에 촬영이 끝나버리지만 다나카야의 촬영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일단 다나카야에 온 손님은, 자신이 사진을 찍으러 온 이유, 이제까지 사진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 감추고 싶은 얼굴의 특징 등 자세한 앙케이트지를 작성해야 한다. 증명사진 한 장 찍는데 너무 번거로운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신을 나타내는 증명사진 한 장은 때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앙케이트지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면 요리에 씨가 다가와서 사진 찍기 전에 필요한 조언을 해 준다. 카메라에 비추었을 때 눈썹이 살짝 짝짝인 여성에게는 "그냥 볼 땐 괜찮은데 카메라에 비추면 눈썹이 짝짝으로 보인다. 미안하지만, 이쪽 눈썹을 더 그려넣어도 될까"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자신감이 부족해보이는 남학생에게는 "이력서라는 것이 무엇인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력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깨끗한 글씨와 증명사진, 그리고 지원동기이다. 컴퓨터로 쓰는 이력서도 많지만 글씨에는 사람이 드러나 있다. 글씨를 못 쓰더라도 정성스런 글씨와 아닌 글씨는 표시가 난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 속에서도 눈에 띄는 증명사진, 꼼꼼하게 지원동기를 썼다면 합격이 틀림없다"며 각자 개성에 맞는 조언으로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오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요리에 씨는 지친 기색없이 격려의 말을 몇 번이고 들려주었다. "인생은 운과 인연과 타이밍, 이 세 가지입니다. 이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이 움켜쥐어야 하는 것입니다" 벌써 환갑을 넘은 머리 하얀 아주머니의 말씀에 갓 스물을 넘긴 청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 회사라면 정년 퇴임을 하고도 한참 지났을 나이인 스즈키 부부. 그러나 이들 부부는 젊은 점원들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활력이 넘쳐보였다. 계속해서 손님을 치르다보면 목이 타기도 하고 체력이 모자랄 듯도 한 데, 그런 내색 한 번 없이 그 어떤 손님에게도 애정과 정성을 다하고 있었다.
 
"저는 젊었을 때 출산을 도와주는 산부인과 조산부였습니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산모에게 힘을 내게 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 제 일이었지요. 그랬기 때문이었을까요. 취직이라는 인생의 큰 산을 앞둔 학생들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학생들이 용기를 낼 수 있겠끔 응원을 해 주는 일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다나카야에는 시끄러운 아줌마가 있대'라는 입소문이 퍼져 많이들 찾아주시더군요"
 
겸손하게 말하는 요리에 씨지만 그녀의 '시끄러운 조언(?)' 덕분에 다나카야는 일본 전국에 '왠지 운이 좋아지는 사진관', '서류전형 합격을 보장하는 증명사진'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취재를 간 아침에도 나라현에서 야행버스를 타고 8시간을 달려 다나카야에 찾아온 모자가 있었다.
 
모자가 다녀간 후 도착한 어머니의 편지에서 알게된 내용이지만, 사진을 찍은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다고 한다. 그랬던 아들이 자신의 꿈을 찾고 간호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첫번째 응시 학교에서는 탈락. 마지막 기회인 학교에서 꼭 합격할 수 있도록 다나카야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사연이 적혀있었다.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다보니 많을 때는 하루에 약 7~80명, 올 해에 들어서만 약 1200여 명의 취업준비생이 다나카야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갔다.
 
 
'합격율 90%의 사진관'이라는 놀라운 수식어는 요리에 씨의 실험에서도 검증되었다. 몇 년 전 요리에 씨는 대학 다니는 딸에게 많은 여대생들의 꿈인 방송국 아나운서와 스튜어디스 서류전형에 응시해줄 것을 부탁했다.
 
딸은 완벽한 미인은 아니었지만, 요리에 씨가 평소 누누히 강조하던 깨끗한 글씨, 좋은 증명사진, 확실한 지원동기를 써 넣은 이력서를 작성하여 방송국, 항공사에 제출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요리에 씨 딸은 4개 메이저 방송국과 항공사 모두 서류전형 합격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합격율 90%의 사진관 신화는 이렇게 증명된 것이다.
 
그동안 다나카야의 소문을 듣고, 많은 방송국과 신문사, 잡지사가 다녀가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월에는 nhk에서 사진관 다나카야와 스즈키 부부 이야기를 담은 '4cm×3cm의 응원'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다. 그러자 방송 후, 전국 각지에서 취업활동을 하는 학생들, 학생의 부모님 등 많은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한다.
 
벌써 오래 전에 은퇴를 하고도 남을 나이이지만, 스즈키 씨 부부는 이들의 응원과 사진을 찾는 손님들 때문에 지금도 마음껏 쉬지를 못한다. 쉬기는 커녕, 급한 부탁이 들어오면 영업시간을 넘겨 새벽까지 꼬박 사진을 만들 때도 있다. 특히 하루종일 손님을 응원하고 파워를 전달하는 요리에 씨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픽 쓰러질 때도 많다고 한다.
 
그래도, "덕분에 합격했습니다"라며 전국 각지에서 날아오는 기분 좋은 편지, "조언 정말 감사했습니다"라며 보내오는 소소한 과자 선물들을 받을 때면 마치 자식이 합격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손님들이 기쁨을 느낄 때마다 '사진관을 하길 잘 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온다는 스즈키 씨 부부. 요즘은 특히 전국에서 배달되는 감사의 과자 덕분에 "살쪄서 고민이예요"라며 요리에 씨가 웃는다.
 
하지만 영원히 현역에서 있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스즈키 씨는 얼마전부터 슬슬 3대째를 이어갈 아들에게 사진관을 맡기고 여가를 즐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가라고 해도 사진에 관련된 것이 대부분으로 사진관 협회가 만드는 잡지에서 취재와 글을 쓰기도 하고, 전국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한다.
 
요리에 씨의 꿈은 현역에서 은퇴하면, 조산부로서의 경험과 자신의 반생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것.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응원을 하면서 살아온 인생 이야기, 그것을 출판물로 남기고 싶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스즈키 부부에게 합격율 90%의 좋은 증명사진의 조건을 물었다. 
 
"좋은 증명사진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남들과 똑같은 포즈에서도 얼마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죠. 자기 자신도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을 이력서에 붙여서야 되겠습니까.
 
등을 곧게 펴고 귀를 드러내고, 눈을 통해 '내가 꼭 이 회사에 들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 좋습니다. 자신도 만족할 수 있는 자신감있는 표정으로 찍은 사진이 좋은 사진이지요"라고 말하는 스즈키씨.
 
스즈키 씨 부부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우리는 어쩌면 '이력서 같은 거 정성들여 쓸 필요없다'고 판에 박힌 이력서를 제출해오지는 않았을까. '어차피 돌아오지 않을 증명사진, 대충 찍어 보내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력서의 가장 기본이라는 깨끗한 글씨, 정성들인 증명사진, 열의 넘치는 지원동기도 갖추지 않은 채, 그러면서도 우리는 '요즘 취직하기 힘드니까'라며 세상탓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인생은 운과 인연과 타이밍, 그것을 움켜쥐는 것은 자신'이라는 요리에 씨의 말이 다시 한 번 머릿 속에 맴돌았다. 


(사진- 사진관 다나카야와 스즈키 씨 부부, 촬영/ 이승열 기자)
 
(맨 아래 사진- 조산부 시절에 우연히 잡지에 나왔다는 요리에 씨)

▶ "취직 안되세요? 사진 한 번 찍으실래요?" [동영상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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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3/05 [10:00]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정말 와우 11/03/05 [19:05]
따뜻한 글이네요 국적을 떠나서 삶이란 치열하군요,,,그런가운데 스펙보단 따뜻한 인간 자체를 보려하는 아주머님,,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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