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전날 낮에 보려고 했으나 파도가 워낙 거세서 포기했는데, 다행히 다음날 아침 날씨가 풀려서 관광보트 출항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보통 출항시간은 가장 빠른 시간대로는 오전 10시이나, 이날 아소산을 가기로 했기 때문에 특별히 9시에 볼 수 있도록 부탁했다.
배는 안내를 맡는 선장과 운전수가 있고, 우리 일행만 탔다.
승선요금은 일인당 2500엔인데, 숙박업소를 끼고 셋트요금으로 타면 2천엔으로 할인받을 수 있다.
아직, 다른 배가 출항하지 않은 시각. 보통 다른 배들도 같이 출항하는 시간대라면 여러대의 배가 야생돌고래를 찾기 때문에, 배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가면 돌고래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이날은 우리만 나왔기 때문에 직접 이곳저곳을 돌면서 찾아야 한다.
배의 엔진음와 거센파도소리가 귀를 때리는 가운데, 배는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이렇게 추운 날, 과연 돌고래가 있을까. 창 밖을 통해 점점 배가 육지와 멀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배 내부. 우의가 있다. 일단 돌고래가 있는 지점까지 이동하는 동안 안에서 창밖을 보며 대기한다.
한 10분 정도 배가 이동하다가, 선장 아저씨가 "돌고래를 찾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배 안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는 앞 좌석으로 나왔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얼굴을 때렸고, 거친 파도에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야말로 조금만 몸의 중심을 잃었다가는 바닷물 속으로 빠질 것 같았다.
"돌고래다!"
수족관에서만 보던 돌고래들을 바다에서 처음 봤다. 사람들에게 쇼를 보여주기 위해 훈련된 돌고래가 아닌 자연과 더불어 사는 돌고래들이다.
배는 계속 돌고래를 쫓아서 이동했다. 돌고래를 찾아낸 선장 아저씨는 구마모토 사투리로 이들의 습성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 돌고래는 아침식사 때문에 고기를 잡기 위해 매우 빠르게 움직입니다. 낮에는 아주 높이 뛰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말이죠...."
실제로 돌고래들 움직임이 매우 빨라, 카메라셔터를 누르는 순간 이미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거품만 찍히기 일쑤.
보통 돌고래는 정착하지 않고 여러곳을 돌아다니면서 살아가는데, 아마쿠사 앞바다의 돌고래는 특이하게 정착해서 산다고 한다. 선장 아저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아마쿠사에 사는 돌고래는 300마리 정도인데, 이들이 하루 먹는 고기량은 20킬로 정도입니다. 이 돌고래들이 물고기를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어민 입장에서는 안 좋아보이지만, 돌고래가 있다는 것은 물고기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오히려 환영할만 합니다."
아마쿠사 돌고래는 원래 500마리 정도 있었다고 한다.
"돌고래는 서로 역할분담을 해서 먹이를 쫓는 녀석과 잡아 먹는 녀석이 따로 있습니다. 이렇게 숨 쉬러 나오는 것도 차례차례 나오는 겁니다."
돌고래가 숨을 쉬러 물위로 올라왔를때 '끼륵'하며 내뱉는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수족관과 달리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닷속에 건강하게 살아가는 돌고래를 보자, 왠지 지구와 같이 숨을 쉬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돌고래를 일본어로 이루카(イルカ)라고 하는데, 한자로 쓰면 海豚라고 하죠. 즉, 바다의 돼지라고 쓰는데, 그 이유가 앞에서 보면 돌고래 주둥이가 돼지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선장 아저씨는 연이어 이런 말을 덧붙였다.
"야생 돌고래의 수명이 30년인데 나이 든 녀석일수록 주둥이가 하얗게 됩니다. 그 이유는 물고기를 잡아먹기 때문인데요, 입이 다른 물고기 자꾸 부딪치기 때문입니다. 수족관의 돌고래 입이 하얗지 않은 것은 사육사들이 먹이를 입안으로 직접 넣어 주기 때문이죠."
"돌고래는 초음파로 거리를 판단하기 때문에 절대 어선과 부딪치지 않습니다. 이들은 영리해서 물고기도 한 종류가 아닌 다양한 종류를 잡아먹기 때문에 어종이 고갈되지 않게 합니다."
결정적으로 돌고래는 어선이 잡는 고기는 절대 안건드린다고 한다. 즉, 돌고래와 어민들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이날 찍은 야생 돌고래 워칭 동영상. 배위에서 느낀 박력을 영상으로나마 느껴보시길.
한 10분 정도 돌고래를 볼 수 있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물 속으로 사라졌다. 그 후부터는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우의를 입지 않아서 바지가 이미 차가운 바닷물로 흠뻑 젖은 상태. 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바다 위에서 더이상 버티긴 힘들었다. 우리는 선실 내로 들어가면서 선장 아저씨에게 더 돌고래를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구마모토 사투리를 써가면 돌고래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주시던 선장 아저씨.
배는 다시 육지를 향해 돌아갔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아저씨에게 아침 일찍부터 배를 태워준 데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사요나라.(안녕) 돌고래의 마을. 이츠와마치. 아마쿠사!
다음 행선지인 아소산으로 가려면 다시 구마모토 시내로 들어가야 한다. 우리 일행은 시내의 한 음식점에 들러 '나가사키 짬뽕'을 먹고 요기를 한 다음, 눈 덮힌 아소산으로 향했다.
구마모토 시내에서 먹은 나가사키 짬뽕. 별 맛은 없었다. 심심한 맛?
구마모토 시내에서 아소산으로 가는 길. 시내 도로에서도 멀리 아소산 산맥이 보인다.
아소산도 예전에 분화를 해서 입산금지가 되곤 했다. 이틀 전 눈이 내렸기 때문에 이날 산으로 가는 도로가 얼어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규슈 관광의 백미라 하는 '아소산'을 들를 수 있는 날은 이 날 밖에 없었기 때문에 우리일행은 무조건 아소산을 가야만 했다. <규슈여행기 8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