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도쿄 신주쿠 밀라노 극장에서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고 장렬한 복수극'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한국 스릴러 영화 '악마를 보았다' 재팬 프리미어 시사회 및 무대인사가 실시되었다.
악마를 보았다는 지난해 여름 개봉하면서 한국 영화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으며 지나친 잔인함과 폭력성에 찬반여론이 극심하게 갈렸던 영화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진 남자가 범인을 자신의 손으로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복수해나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린 이 영화는 개봉전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두번이나 제한상영가를 받을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이 가득하다.
김지운 감독은 물론이고, 주인공을 맡은 최민식, 이병헌까지 "끔찍했다"고 평가하는 영화. 과연 이 영화를 일본인들은 어떻게 봤을까.
영화상영이 끝나고 무대인사에 등장한 김지운 감독은 관객들을 향해 첫 마디로 "고멘나사이(죄송합니다)"를 선택했다.
이어 "심하게 끔찍한 영화를 보여드려 죄송합니다.그러나 이 영화는 복수의 행위 자체를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니라 감정을 보여주려 한 것입니다. 행위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스릴러가 되겠지만, 감정을 따라가다보면 순애보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영화에 대한 해석을 덧붙였다.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은 이병헌은 "각박하고 위험한 세상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복수에 대해, 인간의 악마성에 대해 생각하실지 모르겠고, 어떤 분들은 저 감독과 배우가 왜 이런 끔찍한 영화를 찍었나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라며 찬반여론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인간의 복수에 대해서 과연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옳은 것인지, 영화 속 주인공처럼 복수하는 게 맞는지 한국에서도 많은 관객들의 토론이 이어졌던 영화인만큼 여러번 봐주시길 바랍니다"라며 홍보멘트도 잊지 않았다.
이번 재팬 프리미어 이벤트에는 추첨을 통해 약 500여 명의 관객이 초대되었다. 그 중 대부분은 이병헌의 여성팬. 극장 앞에는 당첨되지 못한 이병헌의 팬들이 수 백명이나 모여 경찰이 출동하는 등 혼란이 극심했다.
이벤트에 참가한 관객들 중 여러명은 직접 한국에 가서 영화를 보고 왔다는 이병헌 팬들도 많았다. 그 중 기자가 만난 한 여성팬은 "스무 번 이상 봤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너무 잔인성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듯 한데 한 발 떨어져 보면 뛰어난 영상미, 아름다운 음악, 혼을 실은 연기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고 평했다.
반면, 다른 팬은 "나는 이병헌 팬이기도 하고, 김지운 감독 영화도 좋아하지만 이번 영화에는 의문이 들었다. 인간의 악마성이라던가, 복수에 대한 재고라는 주제는 충분히 전달되지만 꼭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표현해야 했을까. 영화를 보는 도중 몇 번이나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영화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 보는 다른 관객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병헌, 최민식이라는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를 기용하고서도 이렇게 밖에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는지. 감독에게 묻고 싶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관객도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해 준 관객은 이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서 멀리 히로시마, 효고현에서 온 지방 팬들이었다.
한편, 일본 공식 홈페이지에는 악마를 보았다를 본 일본감독의 평이 게재되어 있다.
'피와 뼈' 최양일 감독은 "무섭지만, 이 무서움이 누가 어떻게 해서 무서운 것일까. 최민식의 뻔뻔한 잔혹함은 어딘가 골계가 있고, 이병헌의 복수와 원망은 정의를 넘어 인간의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중략) 김지운 감독,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고 평했다.
'자토이치 더 라스트'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표현하는데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충격으로 내 마음이 찌그러들지 않도록 방어하면서 봤다. 그리고 다 봤을 때 내 마음으로부터 악마(복수심)가 사라졌다. 김지운은 두려울만큼 대단한 철학자다"라고 평하고 있다.
악마를 보았다는 한국영화로서는 오랜만에 2월 26일부터 일본 전국에서 제법 큰 규모로 개봉될 예정이다. 과연 일본 영화팬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그리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개봉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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