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시즌이 다가오면서 부쩍 일본을 찾는 한국 연예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진 듯 하다.
 
일주일에도 몇 건씩 열리는 한국 스타들의 공연 및 팬미팅에 다 따라다니기도 힘들다고 생각하는 한편, 갈 때마다 너무 많은 팬들이 몰려있는 것에 언제나 놀라곤 한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서 정보를 얻고, 어떻게 한국 스타들을 좋아하게 되는 것인지 항상 궁금했다.
 
지난 주말에도 동방신기 도쿄돔 콘서트, 강지환 일본 공식 팬클럽 1주년 기념 팬미팅이 열렸다. 4일에는 나고야, 오사카 공연을 마치고 도쿄로 올라온 ft 아일랜드가 고탄다 유포트 홀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동방신기의 콘서트에 약 10만명, 강지환 도쿄 팬미팅에 5000명, ft 아일랜드 콘서트에 1800명 정도가 입장했으니, 1300만 명이라고 알려진 도쿄 인구의 130명 중 1명 꼴로 지난 주말에 한국 관련 공연을 봤다는 통계다.
 
과연, 일본인들이 이렇게 한국 공연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4일, 고탄다 유포트홀에서 열린 ft 아일랜드 콘서트에서 공연을 찾은 이들에게 물었다.

▲ 지난 4일, 도쿄 콘서트를 개최한 ftisland      ©jpnews

 
■  밴드가 모두 노래를 하는 게 좋아요~(10대 팬)
 
먼저, 한눈에 보기에도 어려보이는 10대 여학생이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있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17살, 한국식 별칭으로 '우희'라 불린다는 한 여학생과 친구들은 가나가와현, 치바현에서 2시간 정도 걸려 ft 아일랜드 콘서트에 왔다고 했다. 2007년 한국 데뷔 당시부터 팬이 되었다고 하는 우희 씨는 스카이라이프 같은 위성방송으로 한국 관련 채널을 통해서 ft 아일랜드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일본에도 아이돌 가수는 많지만, 한국의 가수들은 만능이어서 좋다고 했다. 밴드이기도 하면서 모두가 노래를 부르고, 쇼프로그램에서도 재능을 나타내고 재능이 넘치는 것이 매력이라고 입을 모으는 그녀들. 그들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그녀들은 직접 만든 플래카드에 어디서 구했는지 명찰까지 꺼내보이며 뿌듯한 모습이었다.

▲ ftisland의 열성팬 우희(17)씨와 친구들     ©jpnews

 
■   ft 아일랜드의 매력이요? 실력이죠~ (20대 팬)

다음으로는 ft 아일랜드 사진첩을 보며 설레어하는 20대의 두 여성 마야미와 미유키. 눈이 예쁜 보컬 홍기와 귀여운 재진이 좋다고 말하며 수줍어하는 마야미와 미유키는 ft 아일랜드의 매력을 물어보자, '전부'라고 대답한다.
 
노래도 좋고, 외모도 멋있고, 유머도 있는 그들의 전부가 매력이라고. 이들도 역시 케이블 방송에서 알게되어 데뷔 당시부터 좋아하게 된 열성팬들. 일본 아이돌에 비해 ft 아일랜드는 '실력'있는 좋은 가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역시 ft 아일랜드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인지 팬들도 상당히 어려보이는 것이 특징. 정치에도 경제에도 심지어 자신의 미래 조차 관심이 없다는 일본의 10대들이 한국가수에 열광한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 ftisland     ©jpnews

 
■  남편 몰래 왔어요~ 어머니와 10대 딸
 
콘서트 시간에 가까워져 콘서트장 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살펴보니, 나이가 어느정도 있어보이는 관객이 눈에 띄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콘서트에 어떻게 왔는지 묻자, 옆 자리의 젊은 여성이 ft 아일랜드의 열렬한 팬이라고 했다.
 
알고보니 이들은 고등학생 딸을 둔 모녀관계. 토치기현에서 전철로 2시간 걸려 콘서트장을 찾았다는 모녀는 딸이 ft 아일랜드의 팬이 되고, 같이 tv를 보던 어머니도 함께 ft 아일랜드를 좋아하게 된 케이스. 어머니는 어린 나이에 데뷔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른스럽고 실력있고, 베테랑같은 ft 아일랜드의 매력에 빠져버렸다고.
 
이들이  ft 아일랜드를 알게된 계기도 역시 한국 전문 케이블 tv 시청으로, 지금은 다른 일본방송은 거의 안 보고 모녀가 한국 tv만 보고 있다며 수줍게 웃는다. ft 아일랜드의 팬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가수, 배우, 많은 연예인들에 관심이 많고, 모두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같은 날 저녁에 있는 동방신기의 도쿄돔 콘서트에도 가고 싶었지만, 티켓이 없어서 못 간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 몰래 ftisland  공연에 왔다는 어머니는 촬영을 거부하시기도..   ©jpnews

 
이들에 말에 따르면, 콘서트장에 모녀가 오는 일은 일본에서는 흔하다고. 딸이 좋아해서 어머니가 같이 오게 되거나, 어머니가 좋아해서 딸이 같이 오거나, 아니면 둘 다 팬이 되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 스타들의 공연에도 모녀가 손을 잡고 오는 것을 많이 봤다고 했다.
 
그래도 어머니가 딸과 함께 외국 가수들의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것이 신기해서, 한국 스타들의 특징이 있는지 물어보자, 한 마디로 한국 가수들은 '베테랑'이라고 했다.
 
일본 아이돌들은 데뷔하자마자 공연을 하면 신인티가 많이 나는데 비해, 한국 아이돌 가수들은 데뷔할 때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안정적이면서 프로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그것이 한국 스타들에게 빠져드는 이유라는 것이다.
 
하긴 그러고보면, 일본에서는 연기자가 노래를 한다고 해서 노래를 잘하냐 못하냐를 두고 논란이 일거나, 쟈니스 소속사의 가수들이나 모닝구무스메 등 누가봐도 가창력 없는 가수들이 나와도 가창력 논란이 일지 않는다.
 
비주얼계 가수이면 철저히 비주얼로만 판단할 뿐인 일본 사람들에게, 잘생기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추고, 예능에 나와 웃기기까지 하는 한국 스타들이 프로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데뷔 2년차,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어린 한국 청년들이 일본은 물론, 싱가포르, 태국까지 아시아를 누비며 '프로' 소리를 듣는다는 데 같은 한국인으로서 갑자기 뿌듯해진다. 자국의 아티스트들보다 '실력'이 나아서 좋아한다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날, ft 아일랜드는 1800여명의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기자회견 때는 어리고 약해보이던 멤버들의 모습이 무대 위에서는 크게 빛나고 있었다.
 
 
>>  ft 아일랜드 공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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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island     ©jpnews

▲ ftisland 기자회견장    ©j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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