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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철옹성 日 시장에 깃발을 꽂다
[일본 속 코리안파워(1)] 주식회사 안다물 최강태 사장을 만나다
 
이연승 기자
일본인들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의 전철 안에는 학교가는 10대 중고등학생부터 수트를 입은 젊은 샐러리맨들, 그리고 중년층에 이르기까지 휴대폰 화면을 보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식당에서 혼자 식사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반 정도는 대개 휴대폰으로 메일을 보내거나 tv를 보고 있다.

일본인들은 인터넷을 사용할 때도 컴퓨터보다 휴대폰을 사용한다. 게임, 길 찾기, 전철 노선 찾기, 전철 시간 검색, 날씨 정보, tv 관람, 뉴스 체크, 청구서 받기, 쿠폰 모으기, 일기 작성, 가계부 작성, 칼로리 계산 등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휴대폰 인터넷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언제 어디서든 말이다.
 
거기에 일본 특유의, 사용자 편의에 맞춘 다양하고 세심한 모바일 콘텐츠들은 "컴퓨터 없이는 살아도 휴대폰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일본인들을 '모바일 생활권' 안으로 이끌었다. 현재 일본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2009년 6월 기준으로 1억 849만명에 달한다.
 
그와 함께, 형성된 지 약 10년에 불과한 일본 모바일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09년에 5,525억엔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1조엔 돌파를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폰 도입이 진행되면서 이 같은 성장 속도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 참여한 모든 기업이 빛을 본 건 아니다. 돈이 되는 것을 눈치챈 사업자들이 몰려든 탓에 먹고 먹히는 제로섬 게임이 어느 시장보다도 치열하게 전개됐기 때문이다.
 
그 전쟁터 한가운데에 한국 기업 '안다물'이 있다. 
 
모바일 k-pop 전달 서비스의 선두주자로 우뚝 서다
 
안다물은 한류를 모태로 성장한 모바일 콘텐츠 기업이다. 주된 사업은 'k-pop 음원 전달 서비스'다. 도코모, au, 소프트뱅크로 대표되는 일본 3대 이동통신사를 통해 음원 서비스를 비롯해 65개의 공식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가 시작된 2005년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 일본인들의 머릿속에 '모바일 k-pop 전달 사이트=안다물'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저희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는 이미 많은 기존 모바일 업체들이 한류 관련 콘텐츠에 발을 담그고 있었습니다. 상당히 늦은 후발주자인 셈이죠. 그중에서 우리가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카테고리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음원 전달 서비스'였습니다."
 
▲ 안다물 최강태 사장    ©jpnews

안다물 최강태 사장은 담담하게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겨울연가'의 뒤를 이은 한국 드라마들이 차례차례 일본 브라운관에 소개되며 관련 ost 등의 수요가 높아지던 시기였다. 또, 현재처럼 전면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빅뱅, 동방신기 등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일부 k-pop 마니아를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하던 때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은 음악 역시 휴대폰으로 다운로드해서 듣는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k-pop 전달 관련 모바일 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안다물은 이러한 '틈새시장'을 공략했고, 이는 보기 좋게 먹혀들었다. 2007년 안다물은 빅뱅 음원의 공식 전달 서비스를 운영하며 목표했던 '모바일 k-pop 전달 서비스 분야 1위'를 달성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동방신기와 한국 걸그룹의 인기로 k-pop 붐은 성숙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일본 기획사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아이돌그룹과 정식 계약을 맺기 시작하면서 음원 확보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일본 시장을 노리고 철저히 현지화하는 아이돌 그룹의 전략과 거대 기획사의 시장 장악력이 맞물렸다.
 
"최근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 아이돌그룹은 '우리는 k-pop이 아니다'라는 일본 유통사의 마켓팅 전략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k-pop은 일부 마니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이며 이에 한정되려고 하지 않는 것이지요. 일본어로 된 노래를 부르고 철저한 '일본 그룹'이 되어 시장에 데뷔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역으로 'k-pop'과 '한국어 가사'를 전면으로 내세웠습니다."

확실히 최근 일본 한류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어 가사'를 선호하는 움직임이 강하다. 소녀시대, 카라 등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지난해 기자가 만나본 일본 팬들도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가 듣고싶다"는 의견을 자주 피력해오곤 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일부 아이돌그룹의 '킬러 콘텐츠'들은 기획사에서 손에 쥐고 놓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방신기와 계약을 맺었던 에이백스 같은 경우도 자체 사이트를 만들어서 음원을 전달합니다. 몇 년째 접촉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주질 않아요. 에이백스 같은 큰 기획사가 저희 같은 작은 벤처기업을 의식하는 거죠(웃음). 따라서 모든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면에선 아쉬운 게 많습니다."
 
현재 안다물은 현재 일본 이동통신 3개사를 합쳐 18만 명의 월정액 유료회원, 무료회원까지 합하면 30만 명이라는 회원 수를 보유하며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원하던 '넘버 원' 타이틀을 손에 넣었지만 최강태 사장은 "이제 겨우 존재감을 형성한 수준이죠. 아직 갈 길은 멀었습니다"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는 "일본 이용자들의 이동통신사를 향한 신뢰감은 대단합니다. 진입 장벽만 넘어서면 천혜 조건을 갖추는 셈이죠. 저희는 그 안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왔습니다" 라며 안다물이 그간 걸어온 길을 반추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장 자체가 변동하고 있고, 앞으로 대다수의 기존 콘텐츠는 통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사업 모델에 대한 고민을 늘 하고 있습니다"라며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한류상품 통신판매 및 화두로 떠오른 모바일 소셜 게임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지금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회원의 95%는 20~40대 여성입니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한국 여성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여성은 김치를 먹어서 예쁘다" "한증막이 피부에 좋다" 등의 생각을 하고 있죠. 그래서 지난해 12월부터 한국의 건강식품, 화장품 등을 통신판매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소셜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의 모바일 소셜 게임 시장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컨셉으로 2009년부터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모바일 소셜게임 포털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모바게타운(モバゲータウン)'과 '그리(グリー)'는 현재 각각 약 2천만 명의 회원을 확보한 대형 사이트로 성장했다. 이들의 회원 수를 합치면 일본 국민의 약 1/3 정도가 소셜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소셜 게임 같은 경우는 작년 1월부터 시작해 딱 1년이 됐네요. 만만치는 않습니다. 포털에 게임을 제공하는 제작사가 약 300개가량 됩니다. 격전지인 셈이죠. 진입 장벽도 낮기 때문에 너도나도 달려들지만 정작 히트작을 내놓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저희도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긴 하지만 아직 성공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안다물이 내놓은 소셜 게임 중 'be a king pirate'는 한국 문광부 주최로 열린 '모바일콘텐츠 2010 어워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전 세계 15개국 110개 기업, 189개 응모작 중에서 선정된 이 작품은,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동료를 모아 모험해나가며 최종적으로 '해적왕'을 노리는 rpg 게임이다.
 
"우리 회사가 한국에서 워낙 인지도가 없다보니, 혹시라도 좀 알려질까 싶어서 응모했는데 덜컥 그랑프리로 선정됐습니다. (웃음) 당시 받은 상패와 상금 5,000달러입니다."
 
▲ '모바일 콘텐츠 어워드 2010' 그랑프리    ©jpnews
 
사실 안다물은 일본에서의 활약에 비해 한국 쪽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한국에서 일본 모바일 시장에 진출한 여러 업체와 달리, 안다물은 일본 내에서 자체적으로 싹이 트고 자라난 기업인데다 '음원 전달 서비스'라는 일본 모바일 시장 특유의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부분도 작용한다.
 
최강태 사장은 그러한 상황을 많이 아쉬워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더욱 한국에서 '안다물'이란 기업을 알리는데 공을 들이는가 하면, 2012년에는 코스닥 주식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일본 사회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한국 쪽에서 저희와 사업 제휴을 고려하는 기업들은 걱정하더군요. 일본 사회에서 한국 기업이 잘할 수 있으면 얼마나 할 수 있겠냐는거죠. 그런데 그렇지 않거든요. 물론 일본의 비지니스 방식과 한국의 비지니스 방식은 다릅니다. 그러나 그 두 가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저희 안다물입니다. 일본 관련 사업을 함께 해나가는 데 있어서 어떤 회사보다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잘 몰라주더라고요."
 
"또 지금 같은 '시장 격변기'에 저 스스로와 사원들에게 명확한 비전이 필요할 것 같아 선언했습니다. 또 저희가 게임 쪽을 강화하고 있는데, 한국 개발 인재들이 우수하지 않습니까? 그러한 인재들을 많이 확보하고 싶은 '브랜딩 전략'의 일환도 있고요. 그런데 그 전에 규모를 먼저 생각해야겠죠. 무작정 상장하고 싶다고 해서 시켜주나요? (웃음)"
 
"사실 주식 상장은 좋은 것보다 안 좋은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안다물과 같은 '이념형 기업'엔 말이죠. 일단 상장한 기업은 '성장 제일주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안다물의 경영 이념
 
안다물에는 총 42명의 직원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한가지 독특한 것이 있다. 보통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을 가로막는 '프레임'이 없다. 사장실이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사무실 안에서 최강태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옹기종기 앉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 안다물 사무실 내 풍경   ©jpnews

다른 벤처기업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존재도 있다. 바로 2년 전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안다물 통신'이 그것이다. '안다물 통신'은 사내 신문으로서 직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제작되고 있다. 최근 호에는 작년 11월 일본의 최남단섬 오키나와(沖縄)로 떠난 단체사원여행 사진이 실려 있다. 이쯤 되면 안다물이 직원들 간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회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안다물 통신     ©jpnews

▲ 안다물 통신. 오키나와 단체 사원 여행 사진이 실려있다.     ©jpnews
 
"아무래도 직원 수가 40명이 넘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안다물에는 한국, 일본, 중국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합니다.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이 다를 수밖에 없죠. 그래서 더욱 서로 잘 알 필요가 있고, 서로의 다른 부분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것을 고집하다 보면 조직이 본연의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없습니다. 국적과 사고방식을 초월한 '안다물인'이 되는 것을 강조하죠."
 
매년 한 차례 떠나는 단체사원여행도 그 일환이다. 이는 일본의 여타 벤처기업에서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복리후생이다. 재작년 홍콩부터 시작해 작년에는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특히 작년 여행부터는 '가족 서비스'의 일환으로 가족들도 함께 여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저희 같은 벤처기업은 월급을 많이 주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가족 서비스도 충실하지 못하고요. 그러므로 1년에 한 번 정도는 고생하는 직원들끼리 친목을 도모하자는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가족 참여는 가족 서비스를 하자는 측면에서 시작했고요. 직원들 사이에서 반응은 좋은 편입니다."
 
그 외에도 안다물에는 배우자와 자녀 수에 따라 지급하는 가족 수당, 월세 일부를 보조하는 주택 수당, 1년차부터 5년차까지 지급하는 근속 수당 등이 복리후생으로서 존재한다. 성장에 급급해 직원들을 챙기지 못하는 여타 벤처기업의 모습과는 다르다고 칭찬하자 기어코 손사래를 친다.
 
"아직 흉내만 내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여력이 되니까 하는 거죠. 저는 회사에서 수익을 내면 상당 부문에 대해 직원들에게 환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영 철학은 '이익의 고른 삼분할'입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와 주주 환원 그리고 직원에 대한 보상을 '1:1:1'로 생각하는 거죠. 그래도 사실 마흔 두 명 먹여 살리는 게 쉬운 게 아닌 만큼 위기감도 많이 심어줍니다. (웃음)"
 
그렇다면 안다물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안다물만의 인재상을 묻자 웃음을 멈추고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그의 얼굴에는 안다물만의 사람 냄새나는 경영 철학이 여실히 드러난다.
 
"직원들에게 항상 '사람이 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란 안다물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작은 집단에 불과한 안다물에서 통용이 되지 않는다면, 훨씬 거대한 사회에서 통용이 될 수 있겠습니까?"
 
"안다물이 인생을 책임져 줄 순 없습니다.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업계 특성상 안다물이 올해 망할지 내년에 망할지 모릅니다. 그럴 때 어디 가서 '안다물에서 일을 했다'고 말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 인재가 되라는 것. 미래를 대비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발전을 꾀하는 것. 그게 바로 '안다물 마인드'입니다."
 
젊은 꿈 하나로 오른 유학길, 뉴커머로서 당당히 일본 사회에서 살아남기까지
 
1965년생인 최강태 사장은 전라북도 섬진강변 유역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회사 이름인 '안다물'도 그곳에서 왔다. 실제로 그의 고향에 '안다물'이라는 곳이 있다.그는 "안다물은 나의 에고(ego)가 형성된 곳"이라며 "제가 추구하는 모든 이상향이 있는 곳이죠"라며 회사 이름의 유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군 전역 후 다니던 대학(전북대학교)에 복학하기까지 3개월의 남은 기간 동안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왔지만, 일본이 좋아졌고, 이곳에서 뭔가를 이뤄보겠다는 결심에 사립 명문 주오(中央)대학 국제경영학부에 진학한다. 그때가 그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 안다물 최강태 사장     ©jpnews
"대학 졸업 후에 작은 상사에서 잠시 근무를 하다가, '앞으로는 it가 대세다"라는 후배 녀석의 말 한마디에 그 녀석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제작회사에 들어갔죠. 당시 일본에서 it라고 하면 그거밖에 없었어요. (웃음)"

 
그러나 월급을 못 준다고 해도 억지를 부려가며 붙어 있던 탓에 결혼 후 생활을 꾸려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전직한 곳이 모바일 콘텐츠 기업 '자팔라스(ザッパラス)'다. 현재 자팔라스는 300만 유료회원을 보유한 동경 1부 상장회사로,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사장과 의기투합해 창업 멤버로 입사할 당시에는 성장을 꿈꾸는 조그만 회사였다.
 
"당시는 모바일 시장에서 무엇이든 서비스를 시작하면 한 달에 2배씩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제가 입사 후 자팔라스도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죠. 그러던 중 2004년 주식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원래는 그곳에서 지금 안다물이 하는 비지니스를 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못했습니다. 집사람은 잘나가는 회사의 이사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니 난리였지요."
 
그렇게 안다물이 처음 설립된 곳은 도쿄 이치카와(市川)에 위치한 그의 맨션이었다. 그를 포함한 창업 멤버 4명에 부인이 경리를 맡았다고 한다. 
 
"500만엔으로 법인 설립을 했는데 준비 과정에서 전부 없어졌죠. 처음에 서비스 제안을 신청한 도코모 쪽에서 ok 사인을 받고, 실적을 내고, 그 수익이 통장에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그래서 당시 월급이 밀렸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4명 중 2명이 그만두더군요. "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초창기 창업 융자마저 탈락했을 때는 하늘이 노랬습니다. 일본인들은 누구나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저에게도 나올 줄 알았거든요. 담당 회계사무소에서도 100% 나온다고 했고요. 그런데 제가 외국인이고 그때 당시에는 영주권도 없는 취업비자 신세다 보니깐 떨어진 것 같아요.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한줄기 희망이 찾아왔다. 그의 사정을 알게 된 지인 14명이 각각 50만엔씩을 모아 그를 돕기로 한 것이다. 대학과 회사생활을 하며 착실하게 쌓아둔 인맥이 힘을 발휘하게 된 순간이었다. 최강태 사장은 "14명은 현재 안다물의 주주로 1년에 한 번씩 주주총회 때마다 모여 회사에 진로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렇게 고비를 넘기고, 회사를 신주쿠 2쵸메(新宿2丁目)로 이전했다. 그곳에서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발생했다.
 
"처음에는 신주쿠 2쵸메가 어떤 동네인지 모르고 사무실 계약을 했어요. 월세가 싸더라고요. 그런데 회사에서 아무리 구인 공고를 내도 면접을 보러 잘 안 오는 거예요. 알고 보니까 신주쿠 2쵸메가 위험한 동네였고, 저희 사무실은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우범 지대'에 있었던 거죠. 매주 금요일이면 회사 앞에 오카마(おかま : 여장 남자) 무리가 쭉 늘어서 있었답니다."
 
안다물은 그렇게 첫해만 적자를 내고 2년차부터 흑자를 지속해오며 차근차근 성장해왔다.  최강태 사장은 이에 대해 "나는 다른 뉴커머들에 비하면 참 편하게 사업을 해온 편"이라고 밝히며 겸손해 한다. 현재 사무실은 신주쿠교엔(新宿御苑) 부근이다. 
 
"황야에 놓인 느낌, 앞으로가 중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휴대폰 사양이 급변하는 시기에도 자국내 포맷을 꿋꿋이 고집해가며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던 일본 모바일 시장. 그곳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을 필두로 한 차세대 '스마트폰'이 철옹성 같던 일본 이동통신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두렵습니다. 아직 큰 타격은 없지만 이대로 3년, 5년이 지나면 스마트폰이 전체 휴대폰의 70% 이상을 점유할 것이라고 하니 기존의 피쳐(feature)폰 시장 자체가 소멸하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업모델도 사라지겠죠. 저희도 그런 위기의식을 갖고 스마트폰 대응 사이트를 구축, 차기 성장모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뜻 선행투자 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 스마트폰 콘텐츠 시장입니다. 아직 무작정 개발 리소스를 투입한다고 성과가 나는 시장이 아니라는 거죠. 특히 저희 같은 벤처 콘텐츠 제공업체는 더욱 고민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해서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 상태거든요.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스마트폰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에, 대응 솔루션을 개발해나가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강태 사장이 꿈꾸는 안다물의 최종적인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저희는 '콘텐츠, 물류, 사람'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전체를 잇는 교류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콘텐츠는 이미 진행 중이고, 물류는 통신판매를 시작한 작년 12월에 막 걸음마를 뗐습니다. "
 
"남은 것은 사람입니다만, 저는 사람의 교류는 바로 '여행'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행업 관련 3종 자격증을 이미 준비해놓고, 타 업체와 제휴도 타진해보고 있지만, 업계 자체가 워낙 포화상태에 있는지라 좀처럼 진행하기가 어렵네요.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겠죠."
 
동아시아 전체의 콘텐츠, 물류, 사람을 연결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안다물. 최강태 사장은 그날을 대비해 일단은 한일 양국의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확고한 1위 업체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이미 모바일 한류 전파의 선봉장으로 올라섰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안다물 마인드'는 계속해서 빛을 발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따뜻한 온실에서 자란 저희 앞에 거대한 황야가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곤란하다고 해서 축 쳐져 있으면 안 되겠죠.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재밌기도 합니다. 저 스스로 이런 상황을 즐기는 타입이기도 하구요. 앞으로 펼쳐질 진검승부가 기대됩니다."

담담하게, 그러나 힘주어 포부를 밝히는 그의 얼굴에선 어딘지 모를 여유가 느껴졌다.


■ 제이피뉴스는 2011년을 맞아 '일본 속 코리안파워'라는 주제로 일본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의 인터뷰 기사를 연재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일본이 보인다! 일본전문뉴스 JPNews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입력: 2011/01/21 [09:27]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정말 멋진 분이네요 derham 11/01/21 [12:25]
기사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칠구 11/01/22 [17:35]
유익한 기사 잘 봤어요^^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수고하십니다 수정 삭제
입이 안다물 어지네요 귐귀좡 11/01/23 [01:18]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포기하지않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수정 삭제
역시 기사는 포장이군요. 그냥 11/05/25 [15:11]
역시 기사는 사람을 과대포장 하는경우가 많은거 같습니다. 게임에 대해서 모르고서 게임 만드신다고 사람 여럿 모았다가 다들 떠나고 제대로 게임팀 시들어가고 있는데 너무 부풀려져 있는 느낌이군요. 사장님 마인드도 너무 보수적인데 굉장히 개방적이고 진취적으로 쓰여져 있구요, 한번의 인터뷰로 사람을 어찌 알겠습니까, 그냥 그분이 말씀하시는데로 기사를 쓰셨겠지요 실제 다녀보면 위와 완전히 다릅니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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