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잘하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이 불황에 흔들리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전국소비실태조사에 따르면, 2009년 한 세대 당 저축액은 1,521만엔으로 2004년 조사보다 2.2% 감소했다. 동시에 부채액도 지난해보다 7% 떨어져 두 항목 모두 1969년 조사를 개시한 이래 처음으로 감소 경향을 보였다. 총무성은 5년 단위로 일본 각 가정의 가계 수지와 저축, 부채 등의 상황을 종합해 발표하며, 이번 조사는 2009년 9월부터 11월 사이에 시행됐다. 가계의 저축액은 버블 경제시기였던 1989년에 62.8% 증가하는 등 조사 이래 증가를 지속해왔지만, 2009년 조사에서 전회 조사보다 35만엔이 감소하면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저축액은 모든 연령층에서 감소 경향을 보였지만, 특히 30대 미만의 젊은 층과 70대 이상의 고령자층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특히 30세 미만은 10.8%가 감소해 연령층 별 조사에서 유일하게 두자릿수 감소 폭을 기록했다. 젊은 층의 고용 환경이 나날이 어려워져 소득이 감소, 저축에 투자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70세 이상의 고령자층의 저축액은 8.7% 감소했다. 고령자층도 수입이 줄어들면서, 저축해온 금액에서 돈을 찾아 쓰는 경향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연금 수급으로 생활을 하는 고령자층에서 파칭코 등 도박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며 문제가 더욱 심각화 되고 있다.
한편, 한 세대 당 부채액은 543만엔으로 전회 조사보다 7% 감소했다. 연령층 별로는 70대 이상이 29.5%라는 감소 폭을 보이며 전체 수준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 특히 주택이나 토지를 구입하기 위한 부채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30대 미만에서도 부채액은 5.5% 줄어들며, 젊은 층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주택이나 자동차 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는 등의 고액 소비를 피하고 있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다. 2010년 일본의 완전 실업률은 5%대의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좀처럼 고용 환경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다. 거기에 2011년 졸업예정인 대학생의 취업 내정률이 과거 최저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돼 고용・소득 환경에 불어닥치는 매서운 찬바람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못 버니까 안 쓴다" 경향이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하며 심각한 디플레의 악순환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본.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나서 기업의 고용환경을 개선하거나 연금 등의 사회보장제도를 수정하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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