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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대생 무대포 노팬티 히치하이킹!
[교토대생의 교토이야기]미야자키까지 3인의 무모한 여행
 
김태범(교토대학 2학년
2010년 여름, 미야자키까지 교토대생들의 히치하이킹 레이스!

여름방학이 한창이던 9월 중순, 교토의 폭염을 피해 집에서 은둔하고 있던 나의 휴대폰이 울렸다. 의미심장한 전체 문자였다.

“내일 새벽부터 건축과 친구들 6명이 3팀으로 나눠서 미야자키까지 히치하이크로 레이스를 합니다. 블로그에 실황중계 합니다. 지켜봐 주세요. 그럼.

폭염이 계속되어서 사망자가 속출한다는 보도가 흘러나오는 마당에, 히치하이킹이라니…… 게다가 큐슈까지 갈 수는 있는 거야? 하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니까...... 라고 생각하며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히치하이킹 블로그 게시글을 하나 둘 읽다가, 그들의 좌충우돌 여행기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리고 11월 5일, 공학부 3호관 건축학과 2학년 제도실에서 그 주인공 셋과 함께 뜨겁던 여름의 반짝이는 여행스토리를 들어보았다.

▲ 제도실에서 인터뷰에 응해준 세 남자. 왼쪽부터 키시다 타쿠마, 후지타 나오히로, 와타나베 이쿠     ©교토-미야자키 히치하이킹 블로그

q: 우선 간단한 각자 자기소개 좀 부탁해.

岸田卓真(키시다 타쿠마, きしだたくま): 21세, 오사카 출신이고 교토대 건축학과 2학년입니다. 성격은 밝고… 내 특징은 건축학과 중심 인물. (웃음)
藤田尚大(후지타 나오히로, ふじたなおひろ): 20세. 규슈 미야자키 출신이고, 저도 교토대 건축학과 2학년 입니다. 키시다와 닮아서 별명이 키시다 주니어였는데, 줄여서 주니어로 불립니다.
渡辺育(와타나베 이쿠, わたなべいく): 21세.

키시다 : (이쿠 가리키며) 너는 조금 나르시스트지? 자신감이 충만하다고 할까, 마이페이스야.
와타나베 : 뭐 좋게 말하면 그렇지… 아 times corporation의 대표
키시다 : ceo야!

q: times corporation이 뭐야?

와타나베 : times corporation은 사진으로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키시다 : 이런거 읽으면 일본 애들이 꿈으로 충만한 줄 알잖아. 그냥 동아리 같은 거. (웃음)

q :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보도록 하겠는데, 히치하이킹 레이스는 누가 어떻게 제안해서 가게 된 거야?

키시다 : 나랑 히치하이킹 레이스에서 같은 팀을 했던 오타(大田)랑 둘이 얘기하다가, 주니어네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나왔어. 주니어네 집이 규슈 미야자키 산골이거든. 그러다가 제도실에서 재밌는 거 해보자고 해서 그냥 내친김에 정해버린거지. (웃음)
후지타 : 애들이 전부 우리 집이 시골이라고 놀려가지고, 내가 다른 애들한테 “아 역시 도시에서 자란 애들은 안돼…”라고 반격도 했지만 안 통했거든.
키시다 : 근데 주니어가 도시 사람들은 전부 못쓴다는 거야, 그래서 화가 나서. (웃음)

q : 팀 편성은 어떻게 했어?

키시다 : 우선 제일 친한 사람들 둘씩 짝 지어서 했어.
후지타 : 나는 같은 밴드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친구랑 같이. 우리 과는 아니지만. 팀 이름은 아수라장 바이러스. 우리밴드 이름이야.
키시다 : 나는 오타랑 같이. 오타랑 나는 아르바이트도 같이 하고 밴드도 같이 하고 같은 과고, 뭐 전부 다 같이해. 팀 이름은 팀 코코로야(こころ). 아르바이트 하는 식당 이름이야.
와타나베 : 난 그냥 남는 한 사람이랑 같은 팀이었어.
전원 : 그게 좀 위험했어.
와타나베 : 아 그래도 재미있었으니까 괜찮지만. 어쨌든 팀 이름은 사고확정. (웃음)

q : 팀 편성에 불만은 없었어?

와타나베 : 편성에는 불만이 없었는데, 파트너가 워낙 강력한 캐릭터라서. 별명이 쓰레기(かす, 이하 카스)야. 별명 그대로의 인물이야. 팀 이름도 파트너 덕분에 사고확정이라고 지었어. 출발하고 10분쯤 지났을 때부터 벌써 심상치가 않아서, “와 얘 진짜 뭐야! 큐슈까지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어.

q : 각자 준비물은 어떤 거였는데?

전원 : (기억을 더듬으며) 옷이랑 침낭이랑…… 아! 스케치북!
키시다 : 그 정도 있으면 가능해. 스케치북이 제일 중요하긴 해. 행선지를 써서 보여줘야 하니까.
후지타 : 비교적 가볍게 출발했어. 침낭 있으면 히치하이킹 하는 구나 하고 태워주더라고.
키시다 : 꽤나 더럽게 하고 다녔어.

와타나베 : 우리는 딱 보면 부랑자 같았어. 골인 지점에 도착할 즈음에는 정말 위험할 정도였어. 카스는 뭔가 마케도니아 병사 스타일이었구(웃음). 그래도 비교적 제대로 입고 있던 거였어.
후지타 : 내 친구는 무슨 이유인지 전날 머리 자르러 갔다 와서 머리를 온통 노랗게 염색하고 왔지.

q : 맞아, 미용실! 얼마 전에 내가 다니는 미용실에 가서 너희가 히치하이킹 한 얘기를 했더니,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거야. 알고 보니까 주니어 친구가 출발 하기 전에 염색한 바로 그 미용실이었어. (웃음) 블로그도 다 읽으셨대.

전원 : 맞다! 그거 꼭 써야 해!
후지타 : 근데 머리 물들이니까 어딘가 불량해 보여서 더 안태워줄 것 같다는 걱정이 은근히 들더라구.

q : 히치하이킹의 규칙은 어떻게 정했는지, 어떤 규칙이었는지 소개 좀 해 봐!

키시다 : 일단 제비 뽑기로 정했어. 우리 팀은 히로시마(広島)에 들러서 원폭 돔에 견학을 가고, 후쿠오카(福岡)를 경유해서 하카타(博多)에서 유명한 돈코츠(豚骨, 돼지 뼈 육수) 라면을 먹는 게 미션이었어. 그리고 제비 뽑기에서 당첨된 특별 룰이 있었는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노팬티로 가기! 그리고 매일 아침은 다시마 삼각김밥만 먹기. 아, 노팬티는 태워주는 사람들이 몰라서 다행이긴 한데, 내린 다음에 태워주신 분들이 블로그 보고서 “아 저 애들 노팬티였었구나” 하면 좀 기분이 그럴 것 같아. (웃음)
전원 : 완전 싫잖아!

와타나베 : 근데 카스는 도착할 때 까지 내내 수영복만 입고 있었어. 그것도 자발적으로 말야. (웃음)
후지타 : 아 카스는 정말 별명 그대로네. 어쨌든 우리 팀 미션은 오카야마(岡山)를 경유해서 쿠라시키(倉敷) 미관지구의 전통주택을 견학하고, 야마구치 현(山口)에 들어서서는 시모노세키에서 복어를 먹는 게 미션이었어. 우리 팀의 특별 룰은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 마다 시를 써야 한다는 거야. 아 그리고 휴게소에 들릴 때 마다 각 지역의 키티 캐릭터 상품을 사는 거였어. 원래 이 룰은 내 동생이 키티를 좋아해서 우리 집에 선물로 갖다 주자고 정한 룰인데, 내가 뽑아버려서 우리 집 선물을 내 돈 주고 산 꼴이 됐어.

와타나베 : 우리 팀은 카가와 현(香川)의 마루가메(丸亀)에 가서 우동을 먹고, 에히메(愛媛)의 도고온천에 가는 게 미션이었어. 그리고 지방의 유명한 술을 한 병 사는 것도 있었구.
키시다 : 근데 주니어네 팀이 미션으로 쓴 시가 정말 형편없었어. (웃음)
와타나베 : 아 그거! 내가 찾아줄게.
(와타나베가 블로그에서 시를 찾아주었다)

「チョコレトとマカロン」

口内炎ができました
くて、くて、たまりません
しょうゆがしみて、たまりません
でも本当にたまらないのは
大好きなチョコレトとマカロンが、べられないことです
あの、あのがくれた、チョコレトとマカロンが
べられないことです

「초콜릿과 마카롱」

구내염이 생겼습니다.
아파서, 너무 아파서 참을 수 없습니다.
간장이 스며들어 참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과 마카롱을, 먹을 수 없다는 것 입니다.
그 날, 그 아이가 내게 준, 초콜릿과 마카롱을
먹을 수 없다는 것 입니다.

후지타  : 이거 보고 일본 애들 시 쓰는 거 재능 없다고 하겠다!
와타나베 : 아냐 이거 한국어로 번역하면 진짜 좋은 시가 될 지도 몰라.
(제도실에서 지나가던 친구, 아와노도 한 마디 거들었다)
아와노 : 일본인들 바보라고 생각하면 어떡해?
키시다 : 일본에서 2위인 대학교이긴 하지만, 뭐 이런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하시겠지. 제목은 어떻게 지은 거야?
후지타 : 아, 고베(神戸)까지 태워줬던 누나 두 명이 있었는데, 그 누나들한테 물어봤더니 직접 지어준거야.

q : 전에 히치하이킹 해본 경험은 있었던 거야?

키시다 : 딱 하루 있었어. 교토대 입학 시험에서 떨어져서 재수하기 전에. 그 때는 완전히 모라토리엄 인간이었어. 모라모라 토라토라(?) 하고 있었는데, 그 때는 정말 할게 없었어. 재수학원에 들어가기 전에 정말 놀지 않으면 안 되는데, 막상 놀아도 하나도 즐겁지 않은 상태. 그렇게 아주 한가할 때, 시험에서 떨어진 친구들 3명과 함께 어디론가 놀러 가기로 했는데, 2명이 바람맞히는 바람에... 일본 속담에 보통 사람 3명이 모이면 문수 보살 못지 않은 지혜가 나오고(三人寄れば文殊の知恵) 2명이 모이면 히치하이킹을 떠나야 한다는 말이 있어.

q : 그게 무슨 말이야? (웃음)

키시다 : 어쨌든, 오사카(大阪) 남바(難波)에서 출발해서, 아와지시마(淡路島)까지 다녀왔지. 돌아오는 건 전철로 왔지만. 근데 처음 태워주신 분이 토목 관련 일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그 분이 “자네 토목 해 볼 생각 없어?” 계속 권유를 하시는 거야.

q : 그럼 싫다고 말하기도 어렵잖아. 차도 태워주셨는데.

후지타 : “내년에 수능 볼 거야 토목 할 거야!” 하는 거네.

q : 암튼 출발 하기 전에 긴장은 안 했어?

와타나베 : 긴장보다 나는 늦잠 잤어. 새벽 6시에 집합이었는데.
키시다 : 난 오타네 집에서 자고 전철로 집합장소까지 갔지.
후지타 : 전철? 난 택시 타고 갔는데. 히치하이킹의 출발이 택시였어.
키시다 : 나는 조금 걱정도 있었어. 정말 갈 수 있을까? 우선 1주일 비워두긴 했었거든.
와타나베 : 근데 카스가 출발하자 마자, 편의점 앞에서 완전 신나서 막 팔 벌리고 뛰어다녔는데, 그걸 보고서 “와…… 우리 팀 정말 갈 수 있을까?” 하고 걱정 하기 시작했어.

▲ 새벽 6시, 출발하기 전 집합장소에서.     ©교토-미야자키 히치하이킹 블로그

키시다 : 나는 한 5일 정도 걸릴 거라고 생각했어.
후지타 : 나도 길면 5일 정도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하루 만에 오카야마까지 갔거든.
와타나베 : 우리도 하루 만에 카가와까지 갔지. 가서 우동을 벌써 3번씩이나 먹고.

q : 역시 첫 스타트가 중요할 것 같은데, 처음 태워준 분은 어떤 사람이었어?

키시다 : 우리는 출발하던 날 집합장소에서부터 10킬로 정도를 걸어갔어. 교토 시내에서는 사람들이 잘 안 태워 주더라구. 그래서 고속도로 인터체인지까지 걸어서 갔지. 근데 인터체인지로 나가자마자 편의점에 물건 납품하는 트럭 운전사 분이 우릴 태워주셨지.

와타나베 : 우리는 벌써 도중에 맥도날드에 가서 쉬었어. 차 얻어 타지도 않았는데. 사실 우리도 거의 5분 만에 탔어. 유리 운반하는 화물차를 얻어 탔지.
후지타 : 우리도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5분만에 탔어. 주유소 근처를 지나가는데, 주유소 아르바이트생이, “여기서 히치하이킹 많이 해요” 하고 말해주더라고. 그랬더니 금방 어떤 이쁜 누나 2명이 태워줬어.

키시다 : 우린 처음에 너무 많이 가서 다시 돌아왔어. 중간에 체크포인트를 거쳐야 하는데 그냥 지나쳐버려서.
후지타. : 우리도 한 번에 고베까지 갔어.
와타나베 : 우리도 한번에 효고현(兵庫県) 니시노미야(西宮) 까지 갔지.

q : 중간중간 관광 같은 재미도 쏠쏠했겠다!

키시다 : 응. 체크포인트에서 관광하기로 했던 거니까. 근데 히로시마 원폭 돔에 가서는 너무 오래 머물러 있어서, “아 정말 전쟁은 안돼” 하면서 풀이 죽어버렸어.
와타나베 : 거기선 그런 정말 분위기가 되지.

후지타 : 히로시마 도착해서 “이예! 히로시마 도착!” 이런 거 못하지.
키시다 : 우리가 히로시마에 밤에 도착해서 “일단 원폭 돔부터 가 보자” 하고 원폭 돔에 가서 여러 가지 설명도 찾아 읽고 천천히 둘러봤는데, 민간인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는 게 마음에 걸렸어. 근데 우리가 노팬티라서, “왜 우린 여기서도 노팬티야!”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그 때만큼은 정말 정식으로 예의를 차려 팬티를 입고 싶었지.

후지타 : 우리도 오카야마 전통가옥 미관지구에 도착했을 때가 밤이었어. 그래서 주택이고 뭐고 하나도 안보이고, 그저 “아 교토 비슷하구나” 하고 대충 훑어보고 왔어.
와타나베 : 기온은 교토랑 비슷해?
후지타 : 기온은 비슷한 데 좀 더 고즈넉한 느낌이랄까. 교토는 목조 건물이 많은데, 거기는 석재로 지은 건물도 많았어.
와타나베 : 우린 태워주신 분들이 집에 묵고 가라고 하셔서, 첫 날은 편하게 지냈어.


▲ 팀 사고확정이 하루 신세를 진 대가족의 모습.     ©교토-미야자키 히치하이킹 블로그

q : 아니 그 분들이 진짜 집에서 묵어가라고 하셨단 말야?

와타나베 : 응, 그런데 놀라운 건 굉장한 대가족이었다는 거야. 한 20분 정도 계셨거든. 근데 태워주신 아주머니의 따님께서 우동식당을 하시더라구. 그래서 그 집에서 머무는 내내 맛있는 수타면 우동을 계속 먹을 수 있어서, 카가와에서만 우동을 3번이나 먹었어. 그리고 그 집에서 신세를 지고서 다음으로 얻어 탄 차가 이쁜 누나들 2명이었는데, “어디까지 가세요?” 물었더니 딱 도고온천까지 간다고 하는 거야. 덕분에 온천까지 한 번에 가서 편하게 쉬었지.
키시다 : 우리도 2일만에 규슈에 도착했어. 하카타에 도착했는데 포장마차가 굉장히 많아서 놀랐어. 보통 일본엔 그렇게 포장마차가 많지 않잖아. 마츠리 할 때나 반짝하고 보이지만.
와타나베 : 역시 규슈는 달라.
키시다 : 한국은 포장마차 많지?
와타나베 : 응, 맞아 맞아. 규슈 분위기가 딱 한국 같아.
키시다 : 우리가 도착한 곳에만 200점포 정도 있다고 하더라고.

▲ 우동으로 유명한 카가와에서. 우동만 세 끼를 먹었다고 자랑했다.     ©교토-미야자키 히치하이킹 블로그
 
q : 그런데 그렇게 차를 잘 잡는 비결은 뭐야?

와타나베 : 우선 차가 잘 멈추는 곳에 가야지.
키시다 : 국도에서 차를 잡을 때는 버스정류장에 차가 잘 서더라구.
후지타 : 고속도로에서는 휴게소 주차장밖에 없지. 우리는 직접 주차장 안을 헤집고 돌아다니면서 태워달라고 말했어.

키시다 : 너희들은 말도 걸어가면서 돌아다닌 거네.
와타나베 : 우린 계속 스케치북만 들고 다녔는데.
키시다 : 그리고 휴게소 들어오는 길에 있으면 다 보고 지나가니까 일단 입구를 노려야지. 아, 그리고 행선지를 너무 멀리 쓰지 말아야 돼.
와타나베 : 맞아 행선지를 잘게 잘라서 쓰고, 멀리 못 가더라도 일단 차에 타는 걸 목표로 해야지.
키시다 : 맞아 그래서 타고 나서, 어디까지 가시는지 물어보고 같은 방향이면 더 멀리 태워주시기도 하고.

q : 그나저나 잠은 어떻게 해결한 거야?

키시다 : 기본적으로 침낭이 있었으니까 노숙이었지.
와타나베 : 우린 너무 극단적이었어. 첫 날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불 속에서 편하게 잤는데, 2일째는 그만 짐을 잃어버렸어. 침낭도 같이 잃어버려서 벤치 위에서 2시간 밖에 못 잤어. 그런데 9월인데도 엄청 춥더라구. 정말이지 너무 추웠어.

키시다 : 우리는 첫 날에 오카야마에서 우연히 주니어네 팀이랑 만나서 같이 노숙했어. 2일째는 동네 한적한 신사에서 자다가, 신사 청소하시는 분이 쫓아내셔서 그냥 공원 같은 곳을 찾아서 노숙했지. 그런데 신사보다는 절이 좀 더 인심이 후한 거 같아. (웃음)
후지타 : 우리는 이틀째 밤에 시모노세키에서 노숙했는데, 어떤 고양이 두 마리가 오더라고. 그래서 히치랑 하이크라고 이름도 지어주고 같이 잤어.
와타나베 : 뭐야 그건 쓸데없는 일이잖아. (웃음)

q : 그런데 히치하이크를 하는 동안 위기 같은 거 느낀 적이 없었어?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든가 하는 거 말야.

키시다 : 물론 있지. 우리를 태워준 150킬로를 꽝꽝 밟던 아저씨. 정말 무서웠어. 근데 경찰이 와서 속도 위반으로 딱지를 뗐어. 결국 거금 25,000엔의 과태료를 벌금으로 내게 되었지.
후지타 : 위험?...... 우린 뭐 다 좋은 사람들만 만난 것 같아.

키시다 : 아 우리는 3번째 태워주신 분이 어떤 부부였는데, 아저씨한테 “무슨 일 하세요?” 하고 물으니까, “응, 나? 위험한 일!” 하셔서 잠깐 겁먹었는데, 뭐 아무것도 아니었어.
와타나베 : 으음, 우린 정말 무서운 건 없었던 것 같아.

q : 각자 룰을 지키면서 힘들었던 점은 뭐야?

키시다 : 역시 노팬티는… 주르륵 거려서.
후지타 : 우리는 지방마다 들러서 사는 키티 캐릭터 상품이 의외로 부담스러웠어. 대충 500엔 정도 하는 물건으로 샀는데, 휴게소 8곳에 들러서 결국 키티에만 4000엔 정도를 썼으니까.

키시다 : 아 한 사람당 지참하는 돈 제한도 있었어. 7500엔.
후지타. : 그 와중에 키티한테 4000엔이라니. 스무 살씩이나 먹은 건장한 남정네들이 키티에 거금 4000엔을 투자하다니...

키시다 : 우린 아침밥도 곤욕이었어. 빵이나 바나나 같은 것도 먹고 싶은데, 다시마 삼각김밥만. 아 그러고 보니 주니어네 시도 열심히 안 썼어!
후지타 : 근데 시는 정말 생각이 안 났어.

q : 이번 여행이 차나 자동차로 긴 이동을 하는 보통 여행과는 어떻게 달랐는데?

와타나베 : 난 평소에도 여행을 많이 다녔거든. 비와코(琵琶湖, 시가 현에 위치한 일본 최대의 호수) 일주라든가, 그리고 혼자 미국도 갔다 왔구.
후지타, 와타나베 : 아 우리는 올해 3월에 청춘18(1주일 간 일본 철도 jr의 전 구간을 자유롭게 탈 수 있는 티켓)로 센다이까지 다녀왔어.

와타나베 : 역시 히치하이킹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정말 크니까 다르지.
키시다 : 그렇지. 우리가 만난 사람들만 해도 몇 십명은 족히 되니까.
와타나베 : 뿐만 아니라 그 밀도도 전혀 달라.
후지타 : 태워주는 사람들도 대개 히치하이킹을 해본 사람들이 태워주고, 그렇게 히치하이킹 선후배가 만나면 자연히 분위기도 달아오르게 돼.

와타나베 : 못 태워 주시는 분들도 히치하이킹 경험이 있으셔서 응원도 해주시고, 또 어떤 분은 휴게소에서 간식을 사주신 분도 계셨어. 반면 그만큼 또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구.
키시다 : 맞아. 우리 경우 초등학생들이 탄 수학여행 버스가 있었는데, 버스 안에서 선생님이 마이크를 들고 우리 쪽을 가리키면서 뭐라고 얘기하는 거야. 근데 입 모양이 정확히 “저건 히치하이킹이야” 하고. (웃음)
후지타 : 우리는 휴게소에서 “어디까지 가세요?” 하고 말 걸었더니 “너희 뭐야!” 하고 도리어 화를 내시는 분도 계셔서 그땐 좀 무서웠지.

▲ 히치하이킹은 따뜻한 인연들이 이어진다.     ©교토-미야자키 히치하이킹 블로그

q : 태워주신 분들이 모두 기억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분들이라면?

와타나베 : 역시 첫날 묵었던 집의 대가족이 제일 기억나지. 이불에서 따뜻하게 자기도 했구.
키시다 : 우린 3일째 태워주신 분 중에 그 지방도시의 시의원님 차를 우연히 탄 거야. 시의원님이라 그런지 아주 친절하시고, 다음 차 잡기 좋은 곳까지 데려다 주신다고 하셔서 정말 고맙게 생각했고든. 그런데 갑자기 “우리 집 와서 쉬었다 가!” 라고 계속 권유를 하시는거야. 그 때가 레이스 종반에 막판 스퍼트를 할 때라서 거절하기도 뭐하고 정말 아주 애매했었지. (웃음)

후지타 : 첫날에, 오카야마 방향으로 들어가는 차를 얻어 탔는데, 원래 태워주신 분들이 오카야마 현에 들어서서 바로 내려주시기로 했는데, 얘기 하다 보니까 “너희들 괜찮은 애들 같구나” 하시면서 미션이 있던 쿠라시키까지 한 번에 들어갔어.

키시다 : 우리는 타카라즈카(宝塚, 효고 현의 시) 맥도날드에서 우연히 얘기하게 된 대학생 형들 두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은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学, 교토의 유명 사립대학)에 다니고 한 명은 오사카 출신이었던 거야. 고향 후배를 만나서 그랬는지, 원래 예정에도 없던 고속도로로 가서 태워주셨지.

후지타 : 역시 목적지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태워주시는 분들이 제일 고맙지.
와타나베 : 우리도 있었어 그런 분들.
후지타 : 역시 다 기억에 남는 것 같아.
키시다 : 아 우리는 한 사람 더, 과속하다가 벌금 물었던 아저씨. 나중에 우리가 범인이라고 별명도 지어줬어. (웃음)

q : 레이스가 종반에 다다르면서 체력도 떨어졌으리라 생각되는데?

키시다 : 역시 아침에 다시마 삼각김밥만 먹으니까 좀 무리가 있었다고나 할까. 다른 게 엄청나게 먹고 싶더라구!
와타나베 : 우린 첫 날, 둘째 날은 괜찮았는데, 셋째 날은 거의 못 자서 힘들었어.
키시다 : 우리도 둘째 날 잘 시간이 되어서 노숙할 곳을 찾으러 공원에도 가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결국 잘 곳을 못 찾아 겨우 한 시간밖에 못잤어.
와타나베 : 역시 노숙하려면 잘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그게 힘들어.

후지타 : 맞아. 잘 곳이 없는 게 특히 힘들지. 그리고 우린 주차장 안에서 직접 말 걸며 돌아다녀서 체력소모가 훨씬 컸어. 주로 목소리를 계속 내다가 힘들다 싶으면 스케치북에 행선지를 써서 들고 다녔지.
키시다 : 그리고 차를 계속 얻어 타면서 말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 의외로 힘들었어. 사실 얻어 타는 입장에서 힘들다고 말할 수도 없고, 우리가 얘기하면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가야 하니까. 그래서 정말 목도 아팠어.
전원 : 맞아, 맞아!

q : 치열한 종반 레이스가 있었는데.

키시다 : 응 일단 3일째에 각자 팀이 있었던 위치를 확인해보니 주니어 팀이 시모노세키, 키시다 팀이 하카타, 이쿠 팀이 에히메에 있었어. 사실 주니어 팀이랑 키시다 팀이 막상막하로 규슈에 먼저 닿아 있어서 두 팀이 막판 레이스를 벌이겠다고 예상했지. 이쿠 팀은 아직 규슈까지 못 들어온 상태였구. 근데 이쿠 팀이랑 우리 팀이 셋째 날 오후 3시쯤 우연히 만난거야!

와타나베 : 우리가 규슈에 페리 타고 들어가서, 바로 히치하이킹에 성공해서 얻어 타고 가면서, “저희 말고도 두 팀이 히치하이킹 하고 있어요.” 하고 말하자마자 태워주신 분이 “응? 저기도 히치하이킹 하는 애들 있네?” 하시는 거야. 그래서 “엉?.... 아니!!! 키시다 아냐? !!!” 거기서 키시다도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었던 거야. 완전 우연으로 정말 깜짝 놀랐어.

키시다 : 그리고 나서 최종 목적지였던 미야자키 휴가시역(日向市駅)을 한 10킬로 남겨놓고 또 이쿠 팀이랑 만났어. 그 때는 반갑게 인사하고 할 그럴 겨를도 없이 승부밖에 생각이 안났지. 누가 먼저 가는 가 하고.
후지타. : 우리는 우리대로 한 번에 오이타에서 미야자키까지 갔으니까 막판 스퍼트 제대로 했다고 생각했어.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1등이라고 생각했는데.

▲ 먼저 도착한 것은 코코로야 팀!     ©교토-미야자키 히치하이킹 블로그

q : 결국 휴가시 역에 도착한 시각은?

키시다 : 오후 5시 58분.
와타나베 : 6시 17분.
후지타 : 7시 5분.

키시다 : 우리는 일단 휴가시역에 도착해서, 역 안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애들이 먼저 도착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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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1/20 [11:41]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나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앙팡맨 10/11/21 [10:49]
상큼 발랄한 일본 대학생들 넘 부럽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국내 대학생들이 저렇게 똑같이 히치하이킹 해도 태워주려나! 왠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혹시 외국인이라면 태워줄지도 모르지... 수정 삭제
풋풋하고 귀엽다... 미나 10/11/21 [12:35]
교토생들 너무 귀여운데,
재미난 추억 소중하게 간직하시길...
덕분에 저도 같이여행한 느낌이네요. 잘~읽고 갑니다. 다음주도기대 할께요. 수정 삭제
좋아보이네요 좋아요 10/11/21 [19:58]
청춘이라는 말이 따로 없네요
젊음과 따뜻한 인연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어요^^
다음주에도 재밌고 좋은 글 부탁드릴게요. 수정 삭제
이런게 좋은추억이 되는군요. 불고기맨 10/11/22 [01:17]
전 미국 살지만 이곳에서 히치하이킹은 뭐 옛날 이야기죠.
일단 히치하이킹 하는 사람들 태우기도 무섭고 내가 히치하이킹 하는 입장이라도 타기가 무섭고...... 마지막으로 히치하이킹 비슷한걸 한게 18년전 배냥여행 할때 몬태나주의 글레이셔 국립공원에서군요. 그게 도착한 기차역에서 공원 캥핑장까지는 10마일 정도의 거리가 있는데 일단 걸어가기로 하고 걷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히치하이킹 싸인. (엄지 손까락 올리기)를 하면서 걸어가니 RV차 라고 큰 갬핑용 차가 한대 멈추더라고요. 그분덕에 편히 캠핑장까지 간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난 옆탠트 부부가 제가 사는곳 옆동네분에서 오신분이라 미국인 이라도 은근히 반갑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부와 친해서 공원에서 다시 기차역으로 갈때는 그 부부가 자기들 차로 데려다주고..... 이게 히치하이킹 비스무리한 경험이네요. 이 기사 보면서 일본이 아직도 치안이 괜찮다는 느낌이 드네요. 전혀 모르는 사람을 경계심 없이 태워준다는게 우리사회는 안전하다는 확신이 없으면 안되는거 거든요. 부럽기도 하고...... 저 교토대 친구들 참 좋은추억을 만든겁니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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