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은 전성기의 사사키 가즈히로를 보는 듯 하다." (후지tv "스포르토!", 미야케 마사하루) 센트럴리그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도쿄돔 더비 3연전이 26일부터 시작되었다. 상반기도 한달이 채 남지 않은, 게다가 2.0 게임차에서 벌어지는 이번 직접 대결은 이후 센트럴리그의 향방을 다투는 중요한 3연전이다.
한국 언론이나 야구팬들 역시 이번 3연전에 초미의 관심사를 보였다. 두말할 필요없이 '승짱' 이승엽과 '창용불패' 임창용 때문이다. 실제로 "이승엽 vs 임창용"이라는 제목으로 타이틀을 뽑은 곳도 많았다.
▲ 26일 도쿄돔에서 만난 야쿠르트의 임창용 선수. 자연스러운 카리스마의 결정체? © 이승열 / jpnews | |
jpnews는 이번 3연전을 앞두고 독자 여러분들께 생생한 현장을 전하기 위해, 26일 도쿄돔 현장을 찾았다.
처음에는 양팀의 근황이나 이번 3연전이 가지는 의미를 파헤쳐 보려는 의도였는데, 현장에서 만난 일본 기자들은 내가 한국 언론사의 기자라는 사실을 알자 거의 대부분이 "임창용"을 언급했고, 오히려 역(逆)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이번 3연전이 중요한 시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엄청나게 호들갑을 떨만한 것도 아니다"고 말한다. 굳이 말하자면 일상적인 페넌트레이스의 조금 비중있는 3연전 정도? 그러다 보니 시합보다는 선수 위주로 화제를 뽑으려 했다. 이날 시합전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가 작년까지 야쿠르트에서 뛰었던 요미우리의 선발투수 곤잘레스였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일본 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임창용을 극찬했다. "임창용은 전성기의 대마신(사사키 가즈히로)급이거나 그걸 뛰어넘고 있다", "사이드암 160킬로는 인간능력을 초월한 것",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 "12개 구단 최고의 클로저" 등의 평가가 쉴새없이 쏟아져 나왔다.
3연전을 앞두고 양팀의 긴장감어린 분위기를 취재하러 갔다가, 그냥 임창용 선수 이야기만 듣고 온 것이다.
임창용은 일본 최고의 특급 마무리... 일본 기자들의 공언 jpnews의 취재진이 도쿄돔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부터 십수명의 요미우리 전담 기자(番記者)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일본의 12개 구단중 요미우리 전담기자가 가장 많은데 보통 30명 정도 된다고 한다. 홈경기가 열릴 때는 보통 1시부터 나와 선수, 코치들과 환담을 나누면서 정보를 수집한다.
우리가 도착한 오후 2시에는 그렇게 많은 선수들이 보이지는 않았다. 레귤러 선수로는 우쓰미 데쓰야(27) 투수가 번트연습(?)을, 25타석 무안타의 부진에 빠져있던 가메이 요시유키(26)가 스트레칭을 하면서 몇몇 기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최근 부진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던 이승엽 선수도 외야측에서 런닝과 캐치볼을 하고 있다. 시종일관 이승엽 선수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메모를 하고 있던 기자가 있길래 말을 걸었다. k기자는 소속사와 본명을 밝히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승엽 선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5월의 슬럼프가 너무 길어서 걱정도 많이했지만, 어제(25일) 배팅연습을 보니 적극적으로 초구를 공략하고 있고 또 하체도 단단해 보인다. 오늘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실제 k기자의 말마따나 이날 경기에서 이승엽은 장쾌한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비롯해 야구만 12년간 취재하고 있다는데 과연 대단한 눈썰미다.
▲ 이승엽 선수의 5회말 솔로홈런(13호) 순간 © 이승열 / jpnews | |
그는 임창용 선수에 대해서도 극찬을 늘어 놓았다.
"센트럴리그는 시즌이 시작되면서 요미우리가 압도적으로 치고 나가 흥미를 잃은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야쿠르트가 조금씩 따라오더니만 어느새 2게임차가 되었다. 이런 야쿠르트의 호조를 뒷받침하는 선수가 바로 임창용이다. 롯데, 세이부 라이온즈와의 교류전 마지막 3경기의 3연승이 임창용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간계투진, 그리고 무엇보다 마무리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없다면 선수들이 저렇게까지 끈질긴 시합을 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선수들을 만나러 나왔다는 <후지tv>의 간판 스포츠뉴스 방송 "스포르토!(すぽると!)"의 미야케 마사하루(46) 아나운서 역시 3연전보다 임창용 선수의 칭찬을 늘어 놓았다.
물론 야쿠르트가 후지산케이그룹과 관계가 있고, "스포르토!"가 2008년 '베이스볼 르네상스'라는 야쿠르트 스왈로즈 중심의 특집 코너를 편성한 적이 있지만, 미야케 마사하루 본인은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열혈팬이다.
그런 그가 "우리 방송에서도 12개 구단 클로저로 누가 가장 낫냐는 앙케이트를 했었는데, 압도적으로 임창용이 1위를 차지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임창용이 가장 뛰어난 마무리라고 생각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임창용은 독보적인 존재다. 12개 구단 클로저(closer, 마무리투수) 중에선 물론이거니와 전성기의 사사키 가즈히로에 필적할 정도다. 사이드암으로 160킬로. 도대체 누가 어떻게 치겠나? 임창용이 무너진다면 스스로가 무너진 것이지, 어떤 다른 이가 그를 쓰러뜨린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사사키 가즈히로(41)는 381세이브라는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계는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명성을 떨친 굴지의 클로저다.
일본인 현역 마무리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옷깃을 여미는 '대마신(大魔神)'을 스스럼없이 비교대상으로 올리는 미야케 아나운서. 실명으로 기사화해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물론 괜찮다"고 웃음을 지었다.
야구기자 35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산케이 신문>의 에지리 요시후미 편집위원도 임창용에 대해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시즌전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야쿠르트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오시모토-마쓰오카-이가라시의 중간계투진, 그리고 임창용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특히 임창용은 작년에도 괜찮았지만, 지금은 독보적인 넘버1이다. 절대적인 카리스마가 어울리는 선수다"고 혀를 내둘렀다.
기자들 뿐만이 아니다. 선수들의 믿음도 절대적이다. 라커룸 앞에서 만난 야쿠르트의 간판 플레이어 아오키 노리치카(27)는 "우리는 그냥 8회까지만 열심히 뛰어서 일단 그에게만 넘기자는 생각으로 플레이한다"며 "임창용은 압도적이다"고 말했다.
▲ 스트레칭을 하는 임창용 선수 (6월 26일 도쿄돔) © 이승열 / jpnews | |
임창용 "뭐 항상 좋죠" 오후 3시 30분 임창용 선수가 유유히 그라운드로 들어섰다. 강인한 눈빛과 상반되는 유연한 표정. 여유가 넘쳐 흐르면서도 긴장의 끈은 놓고 있지 않다. 틈을 놓치지 않고 "창용씨 오늘 컨디션 어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씨익 웃으며 한마디 한다.
"뭐, 항상 좋죠." 별것 아닌 말 같지만, 사실 이 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항상 좋다'는 말은 지금까지의 성적, 즉 "29이닝 2승 18세이브. 블론세이브(blown save) 1. 방어율 0.00"을 기록할 수 있는 몸상태와 평상심을 언제나 유지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제 야쿠르트 팬들은 임창용 선수가 등판하면 '관록'의 4자 범퇴, 혹은 '당연'한 3자 범퇴를 믿고 있다. 작년의 롤러코스터적 게임운영으로 '극장'이라 불렸던 것도 어느샌가 '창용불패'로 바뀌었다.
매스컴, 선수, 코칭스탭, 그리고 팬들의 마음까지 완벽하게 사로잡은 임창용. 26일 경기에서는 비록 등판하지 못했지만, 담담한 표정으로 훈련메뉴를 소화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올시즌 내내 야쿠르트의 쾌진격은 계속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스트레칭은 약 20분간 지속되었다 © 이승열 / jpnews | |
▲ 스트레칭에 이은 런닝 연습을 하는 임창용, 왼쪽은 '미스터 야쿠르트' 미야모토 신야 © 이승열 / jpnews | |
▲ 스트레칭에 이은 런닝 연습 2 © 이승열 / jpnew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