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켄비순두부- 매운맛을 전혀 넣지 않은 하얀순두부 ©jpnews/hiroki yamamoto | |
최근 몇 년전부터 도쿄를 중심으로 낯익은 한국 메뉴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한류붐 이후 수많은 한국음식이 소개됐고 그 중에서도 삼겹살, 감자탕, 비빔밥, 잡채, 부침개 등은 지금도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약간 다른 형태의 한국음식 전문점이 일본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들을 사로잡은 한국요리는 다름 아닌 '순두부'.
누군가 "오늘 순두부 먹었어"라고 말한다면 한국인에게는 부럽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일상이 되겠지만, 일본에서 순두부는 최고의 건강식, 미용식이며 '핫'한 음식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 식당의 한 메뉴 정도로 치부되던 순두부가 어느새 단독 메뉴로 등장하여 여기저기 '순두부 전문점'이 생겨나고 있다. 순두부 하나만으로 승부를 해도 될만큼 시장 규모나 인지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도쿄에서 유행하고 있는 순두부 전문점의 특징은 오너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라는 점이다. 순두부찌개 원조가 한국이라면, 일본인 입맛에 맞게 개량한 순두부를 브랜드화 시키고 있는 것은 일본인. 일본 내국인 뿐만 아니라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입맛까지 사로잡은 일본의 인기 순두부 체인점 3곳을 찾아가 인기비결을 알아봤다.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을 위하여! 세련된 순두부 '도쿄순두부'
▲ 도쿄순두부 신주쿠점- 이세탄백화점 ©jpnews/hiroki yamamoto | |
도쿄 아오야마, 롯폰기, 지유가오카 등 트렌드에 민감하고 여성들이 좋아하는 동네마다 하나씩은 다 있다. 유행의 첨단도시, 명품의 거리에 자리잡은 인기음식점은 다름아닌 도쿄순두부(東京純豆腐).
2006년 도쿄 아오야마에 1호점을 오픈한 뒤 순두부 붐을 일으키며 현재는 일본 전국 22점포를 전개하는 기업으로 커졌다.
도쿄순두부의 특징은 '여자 혼자 점심식사하기 좋은 곳'이라는 컨셉이다. 맨 처음 아오야마에 1호점을 낼 때부터 트렌드에 민감하고, 미용과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는 여성들을 타겟으로 했고,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매장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쾌적하고 청결한 느낌을 주는 흰색 인테리어는 마치 카페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런치 정식에는 밥과 순두부찌개, 나물 세종류와 디저트까지 포함하여 밥먹고 따로 카페에서 디저트를 찾지 않아도 될만한 구성이다.
밥그릇, 수저에도 신경을 썼다.
일본인은 원래 국물을 밥에 얹어 비벼먹는 습관이 없어 국물에 밥을 비벼 밥공기가 더렵혀지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걸쭉한 순두부찌개의 생명은 밥에 쓱쓱 비벼먹는 것.
도쿄순두부는 깔끔한 일본여성을 위해 밥을 비벼 먹어도 빨간 국물이 신경 안쓰이는 검정색 밥그릇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식 쇠 젓가락에 적응되지 않은 일본인을 위해 속이 텅비어 가벼운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도 특징.
점심시간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길게 잡은 것도 포인트다. 보통 점심시간이라면 11시부터 3시까지가 대부분이지만, 점심 때를 놓친 직장여성이 느긋하게 혼자 와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홍보 포인트도 건강과 미용의 음식으로 잡았다. 한 때 일본에서는 두부붐이 불었을 정도로 '두부= 건강식'이라는 이미지가 일본 내에 널리 퍼졌다. 그러나 이런 인기에 비해 두부를 이용한 요리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었다. 소재 자체의 맛을 즐기는 일본인은 생두부에 간장을 뿌려 먹는 소비가 많았기 때문이다.
도쿄순두부는 몸에 좋은 두부를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순두부찌개 형태로 제안했다. 처음에는 낯선 맛일지도 모르겠지만, 달걀과 두부의 부드러운 맛과 강렬한 국물맛이 섞여 하모니를 내는 순두부는 일본인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다. 게다가 저칼로리, 고단백의 두부와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매운맛으로 미용에도 좋다는 소문은 도쿄녀의 발길을 옮기게 했다.
매일 아침 두유에 간수를 섞어 직접 만드는 두부와 어패류와 고기류, 채소를 넣어 오래 끓인 오리지널 육수, 20가지 종류의 스파이스를 섞어 만든 다대기를 전부 계량화하여 전국 22개 점포에서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했다.
같지만 또다른 14가지 순두부 찌개 메뉴... 추가 토핑도 16가지! 순두부찌개라는 하나의 테마로 14개의 다양한 순두부찌개 메뉴를 만들었고, 사시사철 신선한 재료를 이용하여 계절 메뉴를 만들었다. 도쿄순두부는 고춧가루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하얀순두부부터 다대기를 이용한 매운 맛까지 취향에 맞게 매운 맛 정도를 6단계로 나눠 시킬 수 있다.
토핑도 돼지고기, 달걀, 김치, 버터 등 16가지가 있어, 수백, 수천개의 합성 메뉴를 만들 수 있다. 토핑 중 특이한 것은 투명한 콜라겐볼. 탄력적인 피부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콜라겐은 몸 안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음식으로 보충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게다가 콜라겐볼은 스프에 들어가자마자 녹아없어지고, 맛이나 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거부감없이 섭취할 수 있다. 예뻐지고 젊어지는 음식, 도쿄순두부는 순두부찌개를 미용식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도쿄순두부에서 제일 잘 팔리는 메뉴는 돼지고기 순두부, 바지락 순두부, 해물 모듬 순두부 같은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메뉴와 파격적인 카레 순두부다.
그리고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메뉴는 준켄비 순두부(사진). 바지락, 새우, 조개류, 유부, 돼지고기, 감자, 오쿠라, 연근, 파 등에 별도의 접시에 콜라겐볼과 히알루론산이 나와 몸에 좋은 모든 것, 피부에 좋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담은 궁극의 건강 미용식이다.
취재를 간 시간은 점심시간을 피한 평일 오후 4시, 그러나 오후 5시까지 느긋하게 런치 정식을 팔고있는 도쿄순두부에는 늦은 점심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이어졌다. 혼자서 오는 젊은 여성도 있고, 나이 지긋한 남성도 있었다. 데이트 중인 커플도 눈에 띄었다.
그 중 혼자 점심식사를 하러 온 20대 여성 회사원을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2년 전에 '순두부라는 음식이 있는데 맛있다'는 소개를 받고 처음 오게 되어 질리지 않는 맛에 반해 지금도 한달에 몇 번을 찾을 정도로 단골이 되었다.
그녀가 말하는 도쿄순두부의 매력은 카페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깔끔한 인테리어, 여자 혼자 와서 식사를 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 그리고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순두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주 주문하는 메뉴는 해물순두부. 먹으면 왠지 피부가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주변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순두부는 인기. 순두부 덕분에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가끔 신주쿠 코리아타운에 들러 한국음식을 찾아먹을 정도다. 주변에서도 처음에는 '순두부가 뭐야?'라는 사람들도 이제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정도로 많이 알려지고 좋아하는 메뉴가 되었다.
여성들을 위한 공간, 건강과 미용에 좋은 음식이라는 컨셉으로 일본 전국에 매장을 넓혀가고 있는 도쿄순두부. 요리는 맛도 중요하지만, 일본 시장에서는 요리를 소개하는 홍보 포인트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 도쿄순두부 인기메뉴- 준켄비순두부- 콜라겐과 히알루론산이 토핑으로 첨가되고 몸에 좋은 연근,오쿠라(별모양 일본채소), 돼지고기 등이 들어있다. 사진 오른쪽 위 투명볼이 콜라겐볼과 히알루론산 ©jpnews/hiroki yamamoto | |
▲ 도쿄순두부 내부 ©jpnews/hiroki yamamoto | |
▲ 매일 아침 직접 만드는 두부로 맛을 낸 도쿄순두부 ©jpnews/hiroki yamamoto | |
메뉴 및 매장정보는 도쿄순두부 홈페이지:
http://www.tokyo-sundubu.net/top.html■ 편집자주 : 일본인 입맛 사로잡은 순두부 체인점 비결 공개 2편 - "도쿄 다카다노바바 마고코로 순두부", 나카메구로 "드래곤 순두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