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둥지를 틀었던 일본기업들이 생산거점을 동남아로 옮기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6일 제이피뉴스가 단독보도한 '일본정부의 인프라 사업 수출계획안'과의 연관성을 생각한다면, 일본정부 역시 정부차원에서 이들 일본기업의 동남아 진출 움직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 관련기사 : 日 인프라 사업으로 '세계무대' 재도전 6일 도쿄전력은 "도시바 등 5개 회사와 연합해 원자력발전을 신규도입하는 국가에 수주 및 제안, 로비 활동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새로운 사업체 '국제원자력개발'(가칭)을 세우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이 준비작업을 위해 도쿄전력, 도시바, 주부(中部)전력, 간사이전력, 히타치제작소,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의 원전기술을 대표하는 기업체들이 출자해 '준비실'을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 '플래쉬메모리'로 유명한 도시바도 동남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jpnews | |
무엇보다 히타치, 미쓰비시, 도시바가 눈길을 끈다. 이 세 기업은 작년 12월 아랍 에미리트 원전 수주 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히타치는 ge와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미쓰비시와 도시바는 개별적으로 입찰에 참여했다가 떨어졌다.
당시 원전전문가들은 "만약 이 세 기업이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하고 또 일본정부의 측면지원이 있었다면 일본이 아랍 에미리트 원전 사업을 수주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나타낸 바가 있다.
이번 '준비실'은 이러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우선 베트남 정부가 발표한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세울 것이라 한다.
원전기술에 관한 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히타치, 미쓰비시, 도시바에 일본전력을 대표하는 도쿄, 주부, 간사이 전력 등 일본전력기술을 책임지는 3대 기업마저 참여했으니 이들이 베트남 원전을 따내고자 하는 의지가 어느정도인지 쉬이 짐작할 수 있다.
베트남에 주목하는 일본기업... 그리고 '신일본제철'
그런데 여기서 특기할 점은 '베트남'이라는 나라다.
이전 기사 '日 인프라 사업으로 세계무대 재도전'에서도 밝혔지만 지난 5월에는 센고쿠 요시토 당시 국가전략상 및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성 장관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신간센 고속철도 개발에 대해 하이 베트남 부수상과 회담을 나눈 바 있다.
베트남은 100만킬로와트급 원자로 4기를 2020년까지 건설하겠다(총사업비 1조엔 이상)는 국가전략을 내 놓았다. 또한 베트남철도총공사는 2007년 5월 2일 중국과의 국제열차운행이 예정돼 있는 환아시아 철도건설과 관련해 하노이와 호치민을 연결하는 노선을 고속철도로 만들겠다는 이른바 '고속철도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이 때 일본정부는 "이 고속철도 계획을 지지하며 일본의 정부개발원조(oda)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해 베트남 정부의 환심을 샀다. 이러한 양국 정부간의 신뢰관계는 일본기업의 베트남 진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신일본제철이 5일 발표한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다.
"신일본제철은 베트남 남부 바리어분타우 지역에 강관, 강재를 제조하는 새로운 주식회사 '닛폰 스틸 파이프 베트남'(npv)의 현지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최종결정했다. 2011년 5월부터의 가동을 목적으로 하며 총 공사비 3100만달러(약 27억엔)이 소요될 것이다. 생산능력은 월 5천톤이며, 자본금 1,500만달러는 신일본제철이 51%, 베트남 국영철강회사 베트남 스틸이 10%, 메탈원(미쓰비시상사가 대주주로 있는 철강회사-기자주) 20%, 그외 스미토모상사, 이토추마루베니철강, 한와(阪和)흥업, 닛테츠상사가 각각 4.75% 씩 출자했다. 신일본제철이 건설용 강재 생산공장을 해외에 두는 것은 처음있는 일로, 이는 급증하고 있는 베트남의 인프라 산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보도자료 요약)몇 줄 안되지만 매우 중요한 내용이 담겨져 있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npv에는 신일본제철, 메탈원, 스미토모, 이토추 등 일본을 대표하는 철강회사와 상사들이 들어가 있고, 무엇보다 베트남 국영철강회사인 베트남 스틸 코퍼레이션이 결합했다.
국영기업이 들어갔다는 말은 앞으로 베트남에서 건설되거나 진행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소요되는 철강, 강관, 강재 수요는 npv가 전담하게 된다는 의미다. 나아가 신일본제철은 "베트남 뿐만 아니라 인근 동남아 국가들에도 적극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철강을 다른 해외에서 수입했을 때 드는 물류비용이 극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또 인근 국가들에 철강을 나르기 위한 기간산업, 즉 철도 인프라 사업에서도 일본이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칠레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국가들과 인접해 있다. 위로는 중국, 서쪽으로는 라오스, 캄보디아와 붙어있고 라오스, 캄보디아 옆에 미얀마, 타이가 있다. 바다를 끼고 있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와도 가깝다. 이들 나라는 후진국, 혹은 개도국(신흥국)으로 미래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나라들이다.
▲ 인도차이나 반도의 칠레라 불리는 베트남. 위로는 중국, 옆으로 라오스, 캄보디아가 인접해 있고 타이,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와도 가깝다. ©구글재팬 맵 | |
기간산업에 제조업, 생필품까지... 전방위적 공략 나서는 일본 성장에는 기간산업이 필수적이다. 이런 나라들에 물류비용 코스트 다운으로 저렴한 베트남산(産) 철강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정유업, 제조업에서도 베트남을 본격적으로 노리는 일본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7일자)에 의하면 jx홀딩스는 베트남 제유소에 출자를 결정했고, 파나소닉과 산요전기도 베트남 현지수요를 겨냥한 저가격대 가전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의 타겟은 베트남에서 증가하고 있는 중간계층이다.
음식업도 나섰다. 규동(牛丼, 소고기덮밥)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요시노야 홀딩스는 지난 6월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아 베트남, 타이 등에 체인점을 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맥주생산업체로 유명한 삿포로 홀딩스 역시 베트남에 생산공장을 건설, 2012년부터 싱가폴 등에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주요 일본기업의 아시아 전략현황을 살펴보면 이전까지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 신문은 "지금까지 중국을 거점으로 삼아왔던 파나소닉, 산요전기, 도시바, 히타치 등이 중국 수요를 중요시하면서도 생산거점을 동남아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파나소닉과 산요전기는 인도네시아 및 인도에 현지생활양식에 맞는 냉장고, 액정tv 등의 판매에 힘을 쏟기로 했다. 도시바 역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지스타일에 적합한 약 40종류의 냉장고, 세탁기를 올해안으로 판매하겠다고 한다. 히타치는 해외에서 조달하는 핵심부품의 비율을 09년도 25% 수준에서 2012년도에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이 신문은 "저가의류 판매체인점 유니클로를 전개하고 있는 퍼스트 리테일링도 현재 85%에 달하는 중국생산비율을 60~70%까지 끌어내리고 방글라데시를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콜 사태로 타격을 입은 도요타자동차 역시 인도 남부의 카르나타카 주 방갈로 지역에 90억엔을 투자해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등 반격채비를 갖추고 있다. 니혼게이자신문(7일자)에 따르면 도요타는 이 인도공장에서 엔진 등 기간부품을 생산해 인도 내수용으로 생각하고 있는 '에디오스'에 장착할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안정된 정치적 제도가 정착되지 못한 신흥국에서의 사업은 위험부담도 크다. 도요타만 하더라도 최근 인도정부의 가솔린 연료가격 인상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정부의 가솔린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전국민적 집회가 매일같이 열리는 바람에 방갈로 인근 공장에서는 4600명이 자택에서 대기하는 등 휴업상태가 지속돼 생산계획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