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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찰들, 제발 반말 좀 쓰지 맙시다
8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일본 경찰들
 
박철현 기자
지난 수요일 오랜만에 황당한 일을 당했다.
 
나는 일본에서 생활한지 8년째고, 또 일본인 아내와 결혼한지 6년째라 웬만한 쇼크에는 정말 꿈쩍도 하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최근 당황스러운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저번 주에는 장인어른 쓰러졌는데 처남이 오지 않아 좀 너무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아주 개인적인 체험에 불과했지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지적해 주시는 독자들도 많았다. 일반화시킬려고 한 것이 아닌데 그리 읽혔다면 아직 내가 글을 제대로 못 쓴다는 얘기다. 이건 절실하게 반성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수요일 내가 경험한 일본 경찰들의 '싸가지가 안드로메다까지 출장가 버린 건(件)'은 일반화를 좀 시켜야겠다. 앞서 말했듯이 일본온 지 8년째에 결혼한지 6년째인 나는 유독 경찰의 불심검문에 많이 걸린다. 왜냐? 인상이 더럽기 때문이다.
 
▲  일본에서는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자전거 검문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 jpnews

지금은 살이 통통하게 쪄서 그나마 낫지만 예전엔 날카로운 얼굴선과 찢어진 눈매, 딱 벌어진 어깨등으로 인해 심심하면 걸렸다. 친하게 지내는 일본인 친구들이 대부분 태어나서 한번도 걸린 적 없거나 혹은 한두번 걸렸다는 그 불심검문을, 나는 하루에 4번이나 당한 적도 있다. 전부 따지면 세자리까진 안가도 한 50번 정도는 받은 것 같다. 8년에 50번. 평균 2달에 한번씩은 일본 경찰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주고 받는다는 계산이 선다.
 
문제는 이 50여회의 불심검문을 8년동안 받아오면서 난 지금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존대말로 일관하는 일본경찰"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공손하게 "실례합니다. 자전거 번호 좀 확인하겠습니다"로 말꺼내던 경찰도 내가 외국인이라는 게 확인되면 조금씩 태도가 틀어진다는 인상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외국인은 일본어를 못한다는 뿌리깊은 선입관이 자리잡고 있는 걸까? 갑자기 "그래서 지금 무슨 일? 그러니까 직업이 뭐냐고?" 로 두번씩 '반말'을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자전거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런 검문에서 보통 자전거번호와 신고한 등록자가 일치한다는 것이 확인되면 그냥 통과시킨다.
 
그런데 내 경우엔 자전거 등록번호를 불러준 다음 경찰이 이름을 물어올 때 "박철현인데요"라고 말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외국인등록증 확인 좀 하겠다", "일본 언제 왔냐", "지금 어디가는 길이냐?", "비자는 뭐냐?", "결혼은?".... 이쯤되면 검문이 아니라 취조다.
 
50여번의 검문중 외국인등록증을 보여준 건 80% 정도 된다. 잠깐 수퍼에 간다고 못 가져왔을 때는 아내에게 가지고 나오라고 시킨 적도 몇번 있다. 또 물론 내 인상이 더러우니까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한다.
 
또 일본 법무성 조례안에는 "외국인은 외국인등록증을 상시휴대하고 다닐 것"이라는 조항도 있다. 그래서 이건 이해한다. 하지만 "결혼"에 관해서 반말로 찍찍 물어보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실제로 2004년에 도내 모 관할 경찰서에 이에 대한 항의문을 제출해 정식으로 사과받은 적도 있다)
 
최근 살도 찌고 인상도 능글능글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불심검문 당하는 빈도가 현저하게 줄었다. 그러던 지난 수요일, 지난 8년간의 불심검문 역사에 남을 초특급 울트라급 불심검문을 당하고야 말았다.
 
시간은 밤 11시 30분이었다. 3일만에 집에 돌아가는 나는 다리힘이 상당히 빠져 있는 상황이어서 자전거가 조금씩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그리 심하게 움직인 것 같지는 않은데 골목 중간쯤까지 가니까 갑자기 숨어있던 경찰 2명이 튀어 나오면서 이렇게 말한다. 한명은 좀 나이가 있었고 한명은 나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신참같은 느낌이었다. 편의상 나이가 지긋한 경찰을 "지긋", 어린 경찰을 "새파란"으로 부르고자 한다.
 
지긋) 실례합니다. 요즘 자전거 도난 사건이 많아서요. 확인 좀 하려 합니다.
나) 그러세요.
 
지긋) 본부 본부...자전거 등록 확인합니다.
새파란) (손전등으로 자전거 번호 비추면서) 근데 한잔 하신 모양이네요. 왔다 갔다 하시던데...
나) 아뇨. 철야해서 좀 피곤해서 그래요.

새파란) (웃으며) 네. 그렇군요.
 
여기까지만 해도 상당히 분위기 좋았다. 그런데 내 자전거가 아내의 친구로부터 받은 자전거를 명의변경한 거라는 것이 밝혀진 다음부터 지난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지긋) 등록자 이름이 어떻게 되죠?
나) 박철현입니다. 지난 12월에 등록했어요.
 
지긋) 새로 등록한게 아닌거 같은데...
나) 아! 네 제 아내 친구한테서 받았습니다. 근데 명의변경 끝냈는데요.
 
새파란) 이름이 뭐지?
나) 박철현인데요.
새파란) 아니 당신말고 친구라는 사람. 원래 자전거 주인이었던 사람 이름이 뭐냐고.
 
오랜만이다. 이 감촉. 이 분위기. 십중팔구 "새파란"이 반말할 줄 알았다. '지긋'은 어느샌가 내 뒤쪽을 지나가던, 자전거 램프를 켜지 않은 다른 운전자를 검문하고 있다.
 
나) '앗코'라는 별명으로 부르는데...음 아키코겠죠?
새파란) 정확한 이름이 뭐야. 
 
나) 그러니까 지금 모르는데 아내한테 전화해 봐야 하는데요.
새파란) 전화해 봐.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차라리 한 50대로 보이는 '지긋'이 반말로 나온다면 그나마 이해라도 한다. 이건 뭐 딱봐도 나보다 한참 어린애가 반말 찍찍거리고 있으니. 그래도 할 수 없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난데 '앗코' 이름이 뭐야?
아내) 아키코.
 
나) 성이 뭐냐고?
아내) 왜 그래? 갑자기...
 
나) 불심검문 중이야. 시밤(이건 한국말로...-_-)
아내) 사이토 아키코.
나) 고마워 늦은데 미안. (전화끊고 '새파란'을 쳐다보며) 사이토 아키코 라는데요.
 
'새파란' 은 다시 본부와 무전기로 연락하는 듯 하더니만 갑자기 눈을 부릅뜬다.
 
새파란) 정말 사이토 아키코 맞나?
나) 네. 지금 아내하고 통화하니까 그러는데요. (니도 들었잖아. 아놔 진짜...)
 
새파란) 근데 아니라고 나오는데.
나) 어? 정말요?
새파란) 당신, 외국인등록증 좀 봅시다.
 
내 외국인등록증을 찬찬히 훑어보던 '새파란'은 "k시에는 언제 이사왔냐?", "일본온 지 얼마나 되었냐?"등을 물어 보면서 등록증의 사진과 내 얼굴을 대조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러자 다른 자전거 검사를 끝낸 '지긋'이 이쪽으로 오더니만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인다.
 
지긋) 그 원래 주인이 기혼인가?
나) 그렇죠. 애도 있으니까.
지긋) 구성(旧姓)일 가능성이 있겠군. 결혼하기 전 이름이 무언지 아나?
 
어이없는 질문이다. 내 친구도 아니고 아내가 최근에 보육원에서 알게 된 '마마토모(ママ友, 보육원/유치원 등에서 친하게 된 친구)의 결혼하기 전의 성(姓)이다. 일본 여성은 결혼하면 보통 남자의 성으로 바꾼다.
 
가령 '와타나베 유코'라는 여자가 '다카하시 마사오"와 결혼하면, 이름이 "다카하시 유코"로 바뀌는 것이다. 즉 이번 경우는 아키코가 미혼이었을 때 자전거를 구입했는데, 결혼하면서 성이 바뀌어져 등록할 때 이름과 다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웃긴 건 지금 이름을 알기 위해 아내한테 전화했던 내가, 아키코의 결혼하기 전의 이름을 어떻게 아냐는 것이다. 이런 쓸데없는 질문을, 그것도 반말로 물어보는게 이해가 안되었다. 예전같았으면 벌써 한마디 했을 상황일지도 모르겠다만, 늘어난 살만큼 내 마음도 풍족해졌나 보다. 어느새 아내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나.
 
아내) 뭐? 아직도 잡혀 있어?
나) 어. 잡혀있는 건 아닌데. 그나저나 아키코 결혼하기전 이름이 뭔지 알어?
 
아내) 그거야 당연히 모르지.
나) 그거 좀 알 수 없나?
 
아내) 지금 12시 다 되었는데 어떻게 전화하냐?...
나) 하긴 그렇다. 그래 알았어.
 
전화를 끊은 후 최대한 공손하게 "님들도 아시다시피 지금 밤 12시잖아요? 제가 거짓말하는 것도 아니구요. 옛날 미혼일 때 성만 모를뿐이지 이름은 맞지 않습니까? 오늘 확인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일단 들어갔다가 내일 제가 그쪽으로 연락드리거나 그러면 안될까요?"라는 건의를 했다. 그러자 '새파란',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새파란) 지금 전화한 사람 누구야? 아내?
 
그러니까 '새파란'은 내가 하고 있는 짓거리가 전부 쇼(show)라고 생각했던 거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최근에 중국 유학생에 의한 강도상해 사건도 일어났고, 자전거 도난사건이 빈번한 거 잘 안다. 하지만 이건 어떻게 생각해도 아니다.
 
외국인등록증 보여줬고, 아내와 전화해서 어느정도 정황도 설명했고, 무엇보다 지금 이 자전거는 내 명의다. 그런데 '새파란'은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그 다음부턴 전부 짜고치는 고스톱으로 받아들인 거다. 한마디 안할 수가 없다.
 
나) 당신 이름과 소속이 뭐죠? 왜 반말하나요? 지금 내가 도둑이라고 의심하는 거요?
새파란) 공무집행하는 겁니다. 확인이 안되니까 확인하라고 하는 거요.
 
나) 그런데 공무집행하면서 시민한테 반말해도 된다고 어디 적혀있습니까? 지금 외국인이라고 차별하는 겁니까?
새파란) 아니 그게 아니고...
지긋) 아, 아! 그만하세요. 자전거가 확인이 안되어서 그런거니까.
 
나) 지금 확인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당신네들이 다 지켜 봤잖아요. 근데 전화한 사람이 아내냐고 물어보는 건 처음부터 전부 의심하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저보고 도대체 어쩌라는 겁니까? 지금 12시인데 다시 아내에게 전화해서 자고 있을지 모르는 친구한테 전화해서 미혼일 때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란 말입니까? 왜 그리들 융통성이 없어요?
 
지긋) 아. 일단 조금 진정하세요. ('새파란'을 보며) 야! 너, 저쪽 길목 보고 있어.
 
내 일본어는 꽤나 능숙한 편에 속한다. 무엇보다 외국인 특유의 억양이 그다지 없다. 또 워낙 토론이나 심포지엄 등에 길들여져 있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주장 및 반론에 대해서는 꽤 자신이 있다. '지긋'은 길게 말하는 나의 유창한 일본어에 조금은 놀란 듯한 기색이었다.
 
지긋) 불심검문 원칙이 있어서 그런겁니다. 그걸 지키다 보면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나) 그럼 처음부터 경어를 써야지요. 저도 일본에서 8년간 살면서 세금 다내고 직장다니고 있는 납세자예요. 왜 반말을 쓰냐구요.
지긋) 아..그거 참...
 
잘못은 '새파란'이 했는데 '지긋'이 변호하고 있는 형편이다. 삼촌뻘 되는 분위기인지라 나도 좀 미안해졌다. 시간은 12시를 지나고 있었다. "삐리리리리..." 휴대폰이 울렸다. 아내였다.
 
아내) '이와모토 아키코'라고 하는데.
나) 어? 전화했어? 그래 암튼 고맙다.
 
전화를 끊고 '지긋'에게 "이와모토 아키코"라고 전하자 '지긋'은 무전기로 확인절차를 거친 후 "협조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라고 목례를 했다. 엉겁결에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뭔가 핀트가 어긋난다는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내가 화난 것은 '새파란'의 언동 때문이었는데 어딜 둘러봐도 그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옛날 같았으면 "그 자식 불러와!"라고 호통을 쳤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뭐 그렇게 전투적이지도 않으니까. 
 
문제는 저 '새파란'이 앞으로도 다른 외국인에게 그럴지 모른다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다. 일본에 처음 발을 딛었던 8년전이나 지금이나 일본 경찰의 그 더러운 노예근성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었다는 걸 오랜만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 경찰들! 니네 제발 반말 좀 하지마! 한번만 더하면 그냥 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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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6/06 [20:23]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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