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알아요?"
"네"
"한국은 어떤 나라에요?"
"몰라요"
일본 어린이들이 처음 한국문화를 접하고 나오는 길. 한국이라는 나라는 알지만, 어떤 나라인지 잘 모르겠다는 아이들이 부끄러운 듯 엄마 뒤로 숨었다.
지난 3월, 한국 서울에서도 드디어 아이들의 직업체험 전문테마파크 키자니아가 오픈했다. 서울보다 앞선 2006년 10월 도쿄 도요스(豊洲)에 생긴 '키자니아 도쿄'는 60개의 기업이 직접 참여하여 90개 종류의 직업 및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지난해에만 82만 명이 찾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도쿄 키자니아에는 입구의 ana 항공기를 시작으로, 일본 햄버거 브랜드 모스버거 체험, 일본 과자 브랜드 모리나가의 과자 공장 체험, tv tokyo에서 카메라맨, 디렉터, 음향 엔지니어, 출연진이 되어보기도 하고, 소니에서는 dslr을 이용하여 직접 카메라맨이 되어보기도 한다.
세상을 2/3 사이즈로 줄인 어린이의 나라, 키자니아에서 아이들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일본 기업에 취업하여 직접 일하며 돈을 번다. 노동으로 번 돈은 저축할 수도 있고, 쇼핑을 할 수도 있어서 아이들이 일찍부터 사회와 경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 키자니아 도쿄에 생긴 한국대사관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일본 아이들의 한국문화체험, 키자니아도쿄 한국위크 2010그런데, 키자니아 도쿄에서는 지난 5월 14일부터 '한국 위크 2010 인 키자니아 도쿄'라는 이름으로 한국 관련 행사가 처음으로 열렸다. 2010년 3월 키자니아 서울 오픈 기념 및 2010년부터 시작된 한국 방문의 해를 기념하는 행사다.
한국 위크를 맞아 키자니아 도쿄 앞에는 한국 대사관 파빌리온이 새로 생겼다. 한국을 이미지하는 물건이 전시되고, 한쪽에서는 한국 전통 음식 떡만들기 체험이 열렸다. 대사관 옆에서는 아이가 한복을 입고 기념촬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었다.
키자니아 도쿄 90여 개 직업, 서비스 중에서도 빵을 만들거나 음식을 만드는 직업은 특히 인기인데, 이 때문인지 일본 어린이의 한국 떡 만들기 체험도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미리 준비된 떡 반죽을 둥글게 빚어 문양을 찍어내는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아이들은 손 끝에 힘을 주어가며 정성을 다해 떡을 빚는 모습이었다. 다 만들어진 떡은 포장하여 직접 가져갈 수 있게 했다.
▲ 떡을 만드는 아이들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떡 체험을 마치고 나오는 대여섯살 정도의 아이에게 떡 만들기 체험 소감을 물어보자
"재밌었어요"라며 배시시 웃는다.
한국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한참 고민하고 있는 아이. 엄마가 옆에서
"풀하우스 송혜교 언니네 나라잖아~"라고 조언 한마디를 하자, 그제서야 아이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엄마랑 한국드라마 풀하우스를 아주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 자신의 손으로 처음 빚어본 한국 떡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엄마 줄 거예요" 수줍게 대답했다.
초등학교 3~4 학년쯤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는 "
집에 지구의가 있어서 한국이 어딨는 줄 알아요!"라며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지 묻자 고민하는 모습. 옆에서 엄마는
"스포츠든, 경제든 어느쪽으로도 선진국에 뒤쳐지지 않는 나라, 뭐든지 열심인 나라" 라는 이미지가 있다고 말한다. 남자아이는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김치를 정말 좋아한다며 귀띔을 해주었다.
한국문화원 소개로 키자니아 이벤트에 한국 요리 담당으로 무대에 서게된 조선옥 요리연구가는
"떡 만들기 체험에 참가하는 아이들은 한국에 특별히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 자체에 관심이 있는 편이다. 다들 집중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며 자연스럽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 떡을 만드는 아이들과 가르쳐주고 있는 조선옥 요리연구가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조선옥 요리연구가는 행사기간 동안 1일 2회 한국요리교실을 열고, '궁중떡볶이' 만드는 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요리교실에는 아이들보다 어머니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는 모습으로 일찍부터 자리가 메워졌다.
조선옥 요리연구가는
"한국 음식하면 매운 것, 자극적인 것이 떠오르지만, 원래 한국 음식에는 고춧가루가 쓰이지 않았다. 때문에 맵지 않고 빨갛지 않은 음식이 얼마든지 있다"면서 궁중떡볶이 만드는 법을 소개했다. 강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모두 궁중떡볶이 레시피를 받고, 시식을 했다.
직접 맛을 본 엄마들은
"불고기 양념과 비슷해요" "잡채 맛이 나요" "피망은 어떻게 썰어야 하나요?" 등 적극적인 질문과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도 자극적이지 않은 맛에 거부감없이 먹는 모습이었다.
태권도, 박력넘치는 모습에 반하다
▲ 태권도 시연을 하고 있는 학생들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15일, 16일 양 일간은 동경한국학교 학생의 태권도 시범 공연이 개최되었다.
맨 처음 객석을 차지한 엄마와 딸은
"(태권도는) 올림픽에서 본 적이 있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은 맛있는 것이 많고 가까운 느낌이라 언젠가는 가족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가족의 아버지는 대학 시절부터 한국을 자주 오가며 한국어를 따로 공부할 정도의 한국팬. 어머니는 한국과 한국인은 뭔가 뜨거운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여자아이는 "한국 글자는 재밌게 생겼어요!"라며 한국의 이미지를 말했다.
태권도 시연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10명의 아이들이 등장했다. 흰색 도복에는 태극기가 수놓아져 있는 아이도 있고, 일장기가 수놓아진 아이도 있었다. 그러나 도복을 입은 이상, 국적을 떠나 태권도로 하나가 된 모습. 절도있는 발차기 하나에도 객석에서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아직 몸집이 작은 아이들이 발차기로 송판을 격파하고, 손날로 기왓장을 깨트릴 때는
"대단해" "엄청나다"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격파에 실패한 아이에게는
"한번 더! 한번 더!"라며 격려를 해 주었고, 마침내 격파하는 순간에는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태권도 시연이 끝났을 때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가장 먼저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엄마와 딸은
"휴대폰 동영상으로 찍었어요. 너무 멋지고 박력이 넘쳤어요!"라며 꽤나 흥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더욱 관심이 한껏 고양된 모습이었다.
초등학생 여자아이는
"내 또래의 여자아이가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나 같으면 아파서 절대 못했을 것! 그래도 너무 멋있어 보였다"며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홍보를 맡고 있는 키자니아 도쿄 퍼블릭 레크리에이션 매니져 다카타 오리에 씨는 "
실제로 눈 앞에서 하는 것을 처음 봤는데 대단하군요"라며
"한국 초등학교는 모두 태권도를 가르치느냐?"며 반대로 기자에게 질문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태권도 시연을 마친 학생들은 약간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몇 번이나 연습했는데도 불구하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속상한가 보았다. 가장 맏형 격인 남자 중학생은
"생각했던 것보다 잘하지 못했다. 잘못하면 맞아 아플것 같아 피한 것이 실패원인이다. 두려웠던 것 같다"라며
"하지만 태권도 시범을 보이게 된 건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이내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 태권도 시연을 보여준 동경한국학교 아이들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키자니아 도쿄 한국위크는 5월 20일까지. 놀이를 통해 한국을 알리고 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 박력있는 격파 시범에 공연장은 들썩였다 ©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 키자니아 도쿄 안에 생긴 한국대사관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 키자니아 도쿄 내부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 암벽등반가가 된 아이, 키자니아 도쿄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 궁중떡볶이 시연을 하고 있는 조선옥 요리연구가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 비자스탬프를 받을 수 있는 한국대사관, 떡 만들기, 한복입기, 한국 문화 체험 가능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 한국대사관에 전시된 한국전통물품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 아이들이 즐거워한 떡 만들기 체험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 떡 만들기가 즐거운 아이들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