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한국 국민은 미국이 오키나와(沖縄)를 통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키나와 반환을 3년 앞둔 69년 3월 당시 주한미국대사관(서울)이 로저스 미 국방장관에게 보낸 극비전보를 세이난죠가쿠인(西南女学院) 대학 국제정치학부 간 히데키(菅英輝) 교수가 미 공문서관에서 입수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5일 보도했다.
간 교수는 오리건 대학을 졸업한 후 포틀랜드 주립대학 및 코네티컷 대학원에서 미국외교사를 전공한 미국통이다.
그가 입수한 전보내용에 따르면 미 대사관은 "오키나와의 일본 반환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의 분위기"라며 다음과 같이 본국에 보고했다고 한다.
"오키나와 반환은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한국측은 (오키나와가) 미군의 자유로운 기지 이용과 핵무기 보유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측이 이런 요구를 한 이유는 당시 오키나와 반환을 추진했던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오키나와 반환 대미교섭에서 표면적으로 '핵없는 본토반환(核抜き本土並み返還)'을 내 걸었기 때문이다.
즉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되면서 핵무기가 제거되고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용이 제한될 경우 한반도 안전보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국측은 내다봤다는 말이다.
이 신문은 "실제 전보에도 '(한국의) 식자층은 오키나와가 한국 안전보장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적혀져 있다"라고 전했다.
또 같은 해 7월 닉슨 대통령은 '닉슨 독트린'을 통해 "동맹국들에게 핵억지력을 갖춘 군사적 도움은 계속 제공하겠지만, 아시아에서의 통상(通常)전력은 삭감시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닉슨 독트린과 오키나와 반환에 한국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 오키나와현 기노완시 후텐마 기지 ©기노완시 구청 | |
한편 간 교수는 "한국은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의 군사적 움직임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과 중국은 주일미군재편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이 독자적으로 안전보장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지도 모른다는 점도 걱정했다. 같은 시기의 다른 공문서를 읽어보면 미 백악관도 일본의 군사대국화 및 핵무기 보유를 우려해 어디까지 그 역할을 줘야 할 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40년이 지난 지금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인해 미국과 일본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안전보장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이피뉴스>에서도 이미 보도했듯이 지난 2월 아시아태평양을 관장하는 미 제8해병대 최고책임자 키스 스탤더 장관은 "오키나와 미 해병대의 최우선 임무는 북한 붕괴시 신속하게 북한에 침투해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임무는 미 해병대가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하토야마 내각이 복안(腹案)으로 주장하고 있는 현외 지역으로 해병대가 이동될 경우 전체전략구상을 새로 짜야 한다.
또 이번 기지이전 협상과정에서 나타난 민주당의 정치력 부재를 노려 미일동맹을 재정립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경우 일본 내에서 자주방위권 강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제1야당 자민당은 14일, 참의원 선거 공약집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안전보장기본법 제정'을 두번째 핵심공약으로 넣었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동민 교수는 이런 움직임도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나오고 있는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계기로 일본 내에서 자주방위를 강조하거나 헌법9조 개헌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