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오전 9시, 중국 라오닝성에서 마약을 밀수한 죄로 사형 판결을 받은 일본인 다케다 데루오(67), 우카이 히로노리(48), 모리 가쓰오(67) 등 일본인 사형수들의 사형집행이 한꺼번에 행해졌다.
또한 이들이 사형집행 당하기 나흘 전에도 같은 혐의로 체포된 아카노 미쓰노부 사형수(65)가 사형당했다. 불과 나흘만에 일본인 네 명이 중국 국내법에 따라 처벌된 것이다.
이 같은 자국민들의 사형 집행에 대해 일본정부는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여론도 조용하다. 처음에는 형량이 무겁다는 일부 지적도 나왔지만
'로마에서는 로마 법을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무엇보다 마약밀수라는 흉악범죄를 저지른 탓에 옹호론은 금세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는 별개로 중국정부의 형법제도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간아사히>(4월 23일호)에 소개된 ngo단체 '북한난민구원기금'의 활동가 노구치 다카유키 씨의 체험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 주간지에 자신이 243일간 중국 형무소에서 겪었던 비인간적인 대우를 적나라하게 밝히면서 "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중국 내부의 행태를 서방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분개했다.
이식 장기의 99%가 사형수의 장기? 일본인 사형수 3명의 형이 집행됐던 9일 오전 8시 30분. 다케다 사형수와 우카이 사형수가 수감돼 있던 랴오닝성 다이렌 수용소 앞은 한시적으로 도로통행이 금지됐다.
잠시 후 수용소 입구에 대형 바리케이트가 설치되고 곧 경찰차 7~8대 가량이 수용소에서 나와 처형시설로 향했다고 한다.
중국 현지 취재 경험이 있는 기자에 따르면 처형시설 안에는 구급차 형태의 미니버스 '주사차'가 대기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차량은 구급차가 아니라 사형집행이 이뤄지는 '사형차'다. 사형수들은 이 '사형차' 안에 들어가 주사를 맞는다.
이 주간지에 의하면 최근 중국에서 일어나는 사형집행은 주사를 사용한 형집행이 일반적이라 한다. '주사 사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1. 의식을 잃게 만드는 티오펜탈 주사 2. 호흡을 정지시키는 근육이완제 주사3. 심장을 정지시키는 염화칼륨 주사 중국은 1996년까지만 해도 총살형이 가장 많았다. 이 총살형은, 때로는 방송을 타기도 했다. 인민들에게 공포를 주기 위한 효과도 동시에 노린 셈이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1996년 독극물 주사법을 도입했다. <주간아사히>는 독극물 주사법의 도입으로 양산된 '주사차'(사형차)가 매일같이 심양 수용소와 대련 수용소를 오가며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중국의 사형집행이 총살형에서 독극물 주사법으로 바뀐 가장 큰 이유가 놀랍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06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다.
"독극물 주사법은 사형 집행 후 사형수의 장기를 적출하기 쉽다. 05년 7월에 열린 생체이식국제회의에서 황지에푸(黄洁夫) 중국 위생부 부장은 중국에서 이식에 사용되는 장기 중 상당수가 사형수의 장기임을 인정했다. 06년 3월 현재 사형수의 장기가 중국 내 이식 장기의 99%에 달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사실 사형수로부터 적출한 장기를 이식하는 것에 대해선 중국 외과 의사들마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장 큰 것이 의사들이 입는 정신적 충격이다.
"재판소의 허가가 떨어지면 이식 담당 의사는 처형장 옆 무균 상태의 소형 트럭 안에서 기다리다가 집행 즉시 사형수의 장기를 적출한다. 하지만 처형된 사형수 중에는 바로 죽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 광경을 보고 정식적인 충격을 받는 의사들도 많다" <주간아사히>는 "이같은 사형수의 장기이식은 국제적으로도 비판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국제적 시선을 염두에 둔 중국정부는 06년 7월
"제공자의 서면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장기 적출이 가능하다"는 법령을 제정하기도 했지만, 앰네스티 관계자들은 "허울뿐인 법령"이라고 말한다.
한편 이번에 처형된 일본인 4명의 시신에 대해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일본인 사형수로부터 장기를 적출한다면 국제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적출되지 않았다. 사형 직후 친족과 지인 등이 바로 시신을 화장, 유골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 <주간 아사히> 4월 23일자, "중국, 알려지지 않는 사형의 실태" ©jpnews | |
지옥 같은 중국 형무소 생활 "저와 같은 방 안에는 마약밀수로 체포돼 징역 18년 판결을 받은 남자가 있었죠. 그런데, 그의 공범여성 2명에게 사형판결이 내려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중국 사법부의 무서움을 깨달았습니다." 북한으로부터 탈출한 사람들을 지원하다가 중국정부에 붙잡힌 ngo 단체의 활동가 노구치 다카유키(38) 씨의 말이다.
03년 12월 노구치 씨는 베트남 국경 근처인 중국 난닝시 호텔에서 전 재일조선인 탈북자 2명과 함께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됐다. 그는 '밀출입국 방조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총 243일간 중국 형무소에 수감됐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형무소 생활을 적나라하게 털어 놓았다.
"5평 정도되는 방 안에서 4명이 생활합니다. 바닥과 60cm 정도 떨어진 침대는 판자로 만들어졌고 거기에 4명이 내 천(川) 자 형태로 잠을 자죠. 침구는 비위생적이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종이 이불' 이었습니다. 화장실은 따로 없고 문도 안 달려 있어요. 또 목욕탕이 없어서 수도에 호스를 달아 샤워합니다. 겨울에는 실외 온도가 수온보다 낮아서 물을 몸에 뿌리면 온기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노구치 씨는 "중국 형무소는 냉난방 시설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추워서 잠을 못자는 경우도 허다했다"며 "식사도 힘들었다"고 덧붙인다.
"식사는 하루 두 번, 물이 대부분인 쌀죽과 야채스프가 전부였습니다. 돈만 있으면 닭고기나 개고기, 인스턴트 라면도 먹을 수 있어요. 그러나 저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식사를 거의 못했습니다. 체중도 20kg 정도 빠졌습니다." 그는 형무소 안에서 형 집행을 앞둔 중국인 사형수를 본 경험도 털어놓았다.
"사형수는 양 팔에 10kg 정도 되는 철수갑을 차고 있더군요. 양 다리에는 족쇄도 채워져 있었는데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광경이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 불투명한 사법 적용 중국에서는 살인, 강간, 탈세 등으로도 사형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재판이 돈으로 좌우된다는 점이다.
"재판소나 검찰에 커넥션이 있는 현지 유력 변호사에게 돈을 쥐어주면 마약밀수라도 감형이 가능합니다. 귀국 후 중국인으로부터 직접 들었습니다." 실제 6일 사형이 집행된 아카노 사형수는 마지막까지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재판에서 내려진 사형 따윈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노구치 씨는 자신이 경험한 재판과정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공안당국에 체포 됐을때 최초로 온 사람이 공항의 관광 가이드였습니다. 일본어 통역사였지요. 그런데 그는 법정에 필요한 통역 기술에 대해 대학생 때 들었던 강의 한 번이 전부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운 좋은 케이스였어요. 그 가이드가 일본 대학에 유학한 경험이 있어서 통역을 잘 해 줬습니다." 그는 운이 안 따른다면 끝장이라고 말한다.
"일본어가 가능한 변호사 도움을 받기란 하늘에 별 따기 입니다. 일본어가 불가능한 현지 국선 변호인들은 제대로 된 변호가 불가능하니까요. 아무튼 중국은 이런 나랍니다. 일본인들과 다른 외국인들은 이런 가혹함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습니다." 2009년 한 해 동안 2천명이 넘는 사형수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중국. 일본인 사형수들의 마약밀수는 단죄받아 마땅하지만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의 형법제도가 여전히 전근대적이라는 것도 한번쯤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