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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이 도쿄 시민 분향소를 만든 까닭?
도쿄 분향소는 순수한 시민들의 힘으로 이뤄낸 것
 
김현근 기자
■ "우리가 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 했을 것"

지난 5월 23일 오전 노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자, 일본 교민 사회도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마땅히 추모할 방법을 찾지 못한 이들은 그저 인터넷 뉴스를 클릭하거나, 발을 동동 구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난 24일 일요일 도쿄 신주쿠의 한 절에 분향소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체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서둘러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주최자로 보이는 두 젊은 여성이 그저 찾아줘서 "고맙다"고만 했다. 그렇게 일주일, 이들이 만든 분향소는 도쿄에 사는 수많은 교민들이 찾았다. 한마디로 일본 도쿄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중심지 역할을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폭제 역할도 했다. 관음사에 시민 분향소가 만들어지자, 오사카 영사관, 도쿄 대사관, 한인회 등 다른 곳에서도 분향소를 차례로 만들기 시작했다.
 
▲ 도쿄 신주쿠 관음사에 마련된 분향소. 7월 10일 49제까지 누구나 오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다.    ©jpnews
 
29일 눈물의 도쿄 시민 영결식이 끝난 다음 날, 다소 한산해진 분향소를 찾아서 이번에 분향소를 만든 두명의 동갑내기 여성을 취재했다. 인터뷰 요청에 그들은 한사코  "우리가 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 분향소는 마련했을 것"이라며 자신들은 주인공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번 인터뷰는 그녀들이 특별해서라기 보다는, 이국땅에서 현지 교민들도 쉽게 조문을 할 수 있도록 마당을 만든 그 주역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시작했는지를 그냥 수다식으로 들어보기 위해 마련했다.   

 
일본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일 뿐
 

▲  관음사에 연락한 김연주(29)씨 
이번 분향소를 만들어낸 것은 웹디자이너 박은정(29),  애니메이터(배경담당) 김연주(29) 씨다. 두 사람 다 일본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으로 특별한 단체 차원에서 이번 분향소를 만든 것은 아니라고 했다. 
 
> 어떻게  일본에서 시민 분향소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김연주) 처음에 노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나서 충격을 받아 멍하니 있다가, 인터넷 카페 게시판을 보니 분향소를 만들어달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차려주길 바랬는데 일요일 아침까지 정해지지 않더군요. 그때 알고 지내던 친구(박은정 씨)가 분향소를 만들지 않겠냐고 해서 그럼 우리라도 하자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 처음에 분향소 마련할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고 하던데
 
김연주) 처음엔 일본 장례식회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분향소를 일본어로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구구절절 '우리나라 전 대통령님이 돌아가셨는데 시신은 없고 장소를 빌려 헌화하는 의식을 하고 싶다'라고 설명을 해봤지만  '시신 없이 하는 그런 분향 의식은 하지 않는다'고 해서 거절당했습니다. 그래서 재일영사관,대사관에 문의해볼까 홈피에 들어가보니, 분향소는 커녕 토요일 밤늦게까지도 서거 관련 기사 한줄 없더군요. 한참 상심해하다가 문득 제가 몇번 다녔던 절 명함이 있길래 혹시나 하고 전화를 했는데 스님이 흔쾌히 동의해주셨습니다. 스님은 그러지 않아도 원래 49제를 지낼 참이었다고 하면서, 영정만 들고 오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장소문제가 해결되니까 그 다음 부터는 술술 풀렸어요.
 
> 와보니까 국화 등 조문하는 꽃도 많이 준비되어 있고, 비용도 들었을 텐데
 
박은정) 사실 저희 둘이 만난 게 작년에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일본에서도 모임을 갖고 만든 카페가 계기였어요. 그 때 회비로 모아서 쓰고 남은 돈이 한 3만엔 정도 있었습니다. 작년 촛불 집회와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분명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 그 돈으로 분향소를 차리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영정 등  비용이 들었는데, 그 후로 많은 분들이 다녀가시면서 돈도 주고 가시고 그래서 그 후 비용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었습니다. 정말 저희는 그냥 장소만 마련했을 뿐 나머지는 다 다른 분들이 해주셨습니다. 행사 진행도 다 자원봉사시구요. 그야말로 이곳은 시민분향소라고 하는 게 어울립니다.

> 관음사 절에서도 묵묵히 도와주신 분들도 많은 거 같은데
 
박은정) 네 맞아요.  정말 이곳 분들이 고생 많으셨어요.
 
> 이번 노무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김연주) 인터넷으로 처음 접하고 누군가 낚시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제 노 전 대통령이 관이 화장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실감이 났어요.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박은정) 제게 투표권이 주어지고 처음으로 직접 뽑은 대통령입니다. 그 이유만으로 저에게는 특별한 대통령이에요. 처음 노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은 것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다큐멘타리를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곳에서 일본어로 처음 들었는데 '아, 내가 일본어로 잘못 들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 그 후에는?

김연주) 일본 회사다 보니 눈물을 펑펑 흘릴 수도 없고, 몰래 몰래 눈물 닦고, 일본사람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뻔히 알면서 그냥 와서 한마디 해주면 될 것을 눈치만 보고 모른 척 하는 거.
 
박은정) 저도 회사에 한국인은 저 혼자인데요. 정말 너무 시청으로 가고 싶었어요. 한국에 못간 게 한입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일본에 분향소 차린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제 영결식 생중계 들으면서 눈물 훔치느라 화장실 몇번 다녀왔는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가끔 울컥해요.

 > 이번에 분향소가 생겼다는 게시글에 본인들 휴대폰 연락처를 남겼는데, 전화 문의는 많이 왔는지

김연주) 하루에 15통 정도 왔어요. 저는 전화 올 때마다 화장실 가는 것처럼 하고 자리를 떠서 전화를 받았죠. 대부분 길을 묻는 전화였습니다.   
 
박은정) 제가  다니는 회사는 업무 중 전화 금지라서 바로 못받고 나중에 회사 끝나고 통화목록 보고 다시 걸었습니다.

> 일본 온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박은정) 저는 2007년 3월에 왔으니까 이제 2년 되었네요.
김연주) 저는 2001년에 왔습니다.
 
> 원래 정치나 이런 것에 관심이 많았나요

김연주) 저는 원래 이런 데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요. 고등학교는 하와이에서 다녔고, 그 뒤로 계속 일본에 있었으니까 외국생활이 한 14년 정도 되는데요. 작년에 광우병 파동 일어나면서 '아 위험한 소고기가 어쩌면 부모님 입에도 들어가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때부터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정말 순식간이었어요.
 
박은정) 저는 그냥 자연스럽게 이런 데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냥 환경이랄까. 봉사활동 이런 거요. 보통 한국사람은 냄비근성이라고 하잖아요. 작년에 제가 촛불집회때 신오오쿠보의 한국음식점에 전단지 등을 돌렸는데요. 정말 같은 한국인끼리 '니가 일본에 있는 게 수치라는 둥', '지금 뭐하는 거냐'는 둥 욕 많이 먹었어요. 저는 그런 게 '식민지근성'이라고 보거든요.
 
> 작년 촛불집회 때와 비교해보면

김연주) 확실히 작년과 비교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작년에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렸을 때는 악플이 많이 달렸거든요. 이번에도 조금 조심하면서 올렸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호응해주셨습니다.

박은정) 작년에 도쿄에서 촛불집회를 도쿄타워가 가까운 곳에 있는 천주교 성당에서 했거든요. 그 때 잘 모르시는 분이 왜 기독교 같은 데서 하냐고 항의도 했습니다.
 
> 이번에는 절이잖아요.

박은정) 그러니까 종교랑은 상관 없는데...저희는 순수하게 장소가 필요했던 거였는데.
 
> 다른 곳에서 취재는 많이 다녀갔나요

김연주) kbs,mbc,sbs,ytn, 한겨레 그리고 일본매체는 마이니치 신문, 아사히 등 다녀갔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이곳에 분향소를 만들긴 했지만 그저 몇명 다녀가고 말겠거니 했는데 정말 와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 앞으로 49제까지 어떻게 할 생각인지

박은정) 지금까지 하던대로 누구나 와서 분향할 수 있도록 하고 저희는 49제때 다시 행사를 준비할까 합니다. 
 
> 또  일본에서 여러 이슈가 있으면 볼 수 있겠네요

박은정) 네, 그렇지만 이번 분향소 건은 정말 내가 아니라도 당신이, 아니면 그 누군가가 했을 겁니다.

▲ 두 사람은 휴일인데도 나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jpnews

■ 민주주의란 형식이 아니라 사람들 속의 마음
 
바쁜 두사람을 불러다 놓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시간 반이 훌쩍 넘었다. 이야기를 끝내고 49제때 꼭 참가하겠다는 말을 한 뒤 자리를 떴다.
 
흔히 외국에 살게 되면 자연스럽게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일상에 치이다 보면 쉽게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일본이라는 곳도 마찬가지다. 고국 소식을 늘 접하면서도 외국인이라서 한국처럼 행동하기 어려운 점도 많다. 
 
그녀들을 만난 뒤 기자가 만난 일본의 한 시민운동가는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진행과정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저는 이번 서울 영결식 노제에 20만명 가까이 모인 것을 보면서 한국은 역시 역동적이고 민주주의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겄을 느꼈어요. 민주주의는 어떤 형식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한국사람들의 행동력에 일본사람들은 보고 배워야 되요."
 
아마 그녀들이 이번에 자발적으로 도쿄에 분향소를 마련한 것도 그런 한국의 민주주의가 힘차게 세계 어디를 가든지 흐르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가 아닐까. 취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공교롭게도 다시 도쿄의 하늘은 비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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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5/31 [00:04]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두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살무사 09/05/31 [12:18]
누군가 해주기를, 그어디든 찾아가서 향불을 피우고 싶었던 이들을 위해,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분향소를 마련해 주신 두분 정말 훌륭하십니다.
정말 이런 행동들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하시던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이 아니었을까요? 대한민국의 국민 한사람으로서 정말 수고하셨고, 또 그래서 많이 감사합니다. 수정 삭제
일본의 분향소 개소 사정, 참 아름답습니다! 오대오 09/06/01 [08:08]
멀리 타국에서 조국의 대사건을 맞이하여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한 시민들! 이것이 바로 시민 민주주의 사회를 지향하는 '한국인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살아 있는 권력이 죽은 권력을 짓밟은 양상이지만, 깨어 있는 시민들은 그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새겨질 것임을 믿습니다...*^^* 수정 삭제
고생하신 두분, 그리고 관음사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09/06/14 [16:08]
늦었지만 지금이나마 감사드립니다. 특히 번거로움을 무릎쓰고 장소를 제공해 주신 절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정 삭제
수고하셨습니다. challcy 09/06/24 [13:00]
저도 사무실에서 일하며 눈물 닦고 퇴근하고 집에가서 tv 보며 울며 그시간을 보냈습니다. 장소는 달라도 우리들 마음을 같네요. 두분 수고하셨고 절 관계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영원한 우리의 바보 대통령을 그리며~ 수정 삭제
잊고 살았네요 cysjapan 09/07/28 [18:19]
행동하는 양심,
세대차이라던가 기성세대와의 단절이라는 말들을 접할때
나에게도 있을법한 애긴가라며 살아 왔는데
너무나 자기만을 생각하며 살아온거 같네요.
부끄럽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수 있다는
증거를 남기겠다던 그분의 뜻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매일같이 실천해 가겠습니다 수정 삭제
아름다운 소식 늦게 접합니다. 조중동폐간 10/05/20 [15:17]
다른 글을 읽다가 접하게 되었네요. 투표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보고 좌절감도 느끼지만, 역시 희망의 꽃은 아름답습니다. 그대들이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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