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바쿠라(캬바레+클럽의 합성어, 일본식 단란주점) 호스티스, 바 종업원, 바텐더 등…. 일본 밤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호스티스들이 일본 최대의 환락가 신주쿠 한복판에 26일 저녁 모였다. 화려한 옷과 분장을 한 그들이, 도쿄에서 가장 인파로 북적이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jr 신주쿠역 히가시구치(東口) 앞에 모여들자 많은 사람들은 호기심의 눈길을 보냈다. 퇴근길을 서두르는 발걸음을 잠시 멈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그곳에서, 스피커의 날카로운 음악 소리와 함께 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무언가를 절박하게 외치고 있었다. 그것은 '유흥업소 노동환경개선'이다.
▲ 유흥업소 노동 환경 개선을 외치는 호스티스들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그들의 정체는 '캬바쿠라 유니온', 일명 '호스티스 노조'다. 지금 이 시각에도 일본 전역의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호스티스들이 부당하게 당하는 처우들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결성 됐다고 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노동 환경 개선 항목들은 일반적인 노동 환경의 필요조건으로 보자면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내용이다. '성희롱 금지' '부당한 벌금 금지' '폭행 금지' '임금에서 정체불명의 공제금지' 등 혹자들이 오해할 만한 배부른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고용주들은 말한다. "낮의 (노동 환경의)룰을 밤에도 가져오지 마라". 그들은 이러한 '밤만의 룰'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들고 일어섰다고 했다. 업계의 특성상 좀처럼 뭉치기 힘들다 생각될지 모르는 그들이 뭉치게 된 것도 이런 이유다. 신주쿠역 히가시구치부터 시작된 그들의 행진은 일본 최대의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가부키초'까지 계속 됐다. 가부키초에 들어서자 확성기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 여러분! '캬바쿠라 유니온'에게 상담하세요""악덕 고용주들은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라! 부당한 공제와 벌금은 그만둬라!""폭행과 성희롱을 거부한다! 제대로 된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 시민들은 대체로 그들의 이런 행동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긍정적인 눈길을 보냈다. 남자친구와 함께 놀러 왔다가 이들의 거리시위를 보게 됐다는 한 직장인 여성은 "그들도 엄연한 노동자다. 정당한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격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 퇴근길을 서두르던 한 남성 회사원도 "나도 (캬바쿠라에)가끔 가본 적이 있지만, 이 정도로 열악할 줄은 몰랐다"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동종 업계의 목소리는 밝지만은 않았다. 가부키쵸의 캬바쿠라 입구를 지키는 한 남성 보이는 <제이피뉴스>와의 인터뷰에 "(그들은)낮시간의 노동으로는 상상도 못하는 돈을 벌고 있다" 고 말하고 "그만한 돈을 버는 이상 어느 정도 엄격한 룰은 필요하다"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어 그는 그들에게 동정심을 가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짧게 미소지으며 "아무것도 말할 수 없네요"라며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일부 캬바쿠라 호스티스들은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인터뷰를 회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인정은 하지만 시위 참여로 인해 업계에서 눈 밖에 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일반적인 노동자로 인정 받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을 주장하는 그들. 그들의 목소리가 업계 정화에 연결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향방이 기대된다. ■ 호스티스 거리시위 현장
▲ 시위 시작 전 경찰들이 에워싸고 있다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하는 호스티스들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 깃발엔 '업계개선' 이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 호스티스 거리시위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 취재진들로 혼잡을 빚는 신주쿠 거리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 팻말엔 '직장내 괴롭힘(파워 하라스먼트-상사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부하를 괴롭히는 것)에 반대, 벌금 금지!', '밤의 룰을 참을 수 없다' 등이 적혀있다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 발길을 멈추고 신기한 듯 쳐다보는 시민들 ©jpnews | |
▲ 경찰들이 시위대에 뒤를 에워싸고 있다 ©jpnews | |
▲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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