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지금 이 시간에도 일본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av, 애니메이션, 만화 및 동인지 등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 중에는 문화적인 차이로 한국에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소재의 작품들도 출간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개중에는 문화적인 차이를 넘어서 전세계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금기시하는 소재가 있다.
'아동에 대한 성행위 묘사' 와 '친족간의 근친상간' 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소재가 포함된 작품들도 '성인 대상'의 딱지를 붙이면 문제없이 발간 및 판매가 가능한 일본 문화계는 지금까지 창작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관대한 것이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2010년 2월, 이시하라 신타로 도지사가 지휘하는 도쿄도의회가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18세 미만의 어린이 캐릭터에 대한 성적 묘사 규제법안 도입<도쿄신문>(3월 16일자)에 따르면 도쿄도가 이번에 개정한 '청소년건전육성조례안' 에는 이하와 같은 조항이 추가 되었다.
'18세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년 캐릭터에 대한 강간이나 친족간 근친상간을 표현, 권장하는 만화를 '불건전도서'로 지정할 수 있다'이는 지금까지 노골적인 성묘사가 들어간 만화나 잡지를 18세미만의 청소년에게 판매하거나 열람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법안에 새로운 규제 대상으로서 추가시킨 것이다.
창작자에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라도 자주적인 규제를 유도하며 그 중에서 노골적이나 악질적인 것은 도쿄도가 직접 '불건전도서'로 지정하여 청소년들에게 판매나 열람을 금지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불건전도서'로 지정하는 기준은 1차로 업계단체에 의견을 묻고, 업계관계자나 보호자들이 참가하는 청소년 건전육성심의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이와 같은 도쿄도의 조례안 개정에 현재 찬성과 반대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 pta(학부모-교원 연합) "개정은 당연하다"도쿄도 소학교pta협의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아동이 성적 대상이 되는것을 지금까지 방치만 해왔다"며 도의 조례안 개정에 찬성했다.
성명에는
"성인이 아동을 성적대상으로 삼고 상처 입히는 것을 허가하는게 과연 인권이나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라고 할수 있습니까"라고 주장하며 "아동 포르노의 근절이나 아동을 성적대성으로 보는 도서가 어린이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해달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일본 유명 만화가들 "표현의 자유 침해하지 말라!"한편 만화가들은 이와 같은 도의 결정에 반발했다.
▲ 도쿄도의 결정에 항의하는 유명 만화작가들 ©jpnews | |
유명 만화가인 치바 테츠오('아시타노 죠' 등) , 사토나카 마치코('바다의 오로라', '나나와 리리' 등), 나가이 고('마징가 제트', '데빌맨' 등), 다케미야 게이코('바람과 나무의 시', '지구를 향해') 등은 15일 도쿄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며 개정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사토나카 씨는 "작가의 상상력으로부터 탄생한 캐릭터에게까지 규제의 손길을 뻗치려고 하는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아시타노 죠'로 유명한 치바 테츠오씨는 "표현의 규제는 건강한 일본 문화계를 병들게 한다. 일본의 만화계가 위험하다"고 밝혔다.
또
"문화나 표현 등에서 새로운 것이 탄생할때에는 여러 종류의 꽃이 핀다"며 "꽃 중에는 제비꽃이나 벚꽂같은 가련한 꽃이 있는가 하면 정글에서만 자라는 모양이나 냄새가 강렬한 라플레시아 같은 꽃도 핀다"고 예를 들었다.그러나 "그 꽃들의 뿌리는 '식물'이라는 하나로 이어져있다. '이 꽃은 더러워' 라고 뿌리를 잘라버리면 식물군 전체는 멸종해버린다"며 자신의 의견을 표명했다.'마징가 제트'의 나가이 씨는 "나는 '파렴치 학원'(기자 주 : 나가이 고의 작품으로 남자들의 속물근성을 꼬집은 개그만화, 당시 일본 소년만화로서는 과격한 표현으로 사회현상을 일으켰다) 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에도 비판 받았지만 규제가 시작 된다면 이런 작품들은 나올수 없다.
냄새나는 것에 뚜껑을 덮어버리는 식의 규제는 삐뚤어진 인간을 양산한다" 고 주장했다.
소년끼리의 사랑을 표현하는 통칭 야오이 물로 유명한 타케미야씨는 "나 자신을 만화로 표현한 적이 있다. 조례가 성립되면 이런 나 자신조차도 규제의 대상이 될 것이다"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재 개정안 반대에 서명한 유명 만화가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이름, 대표작 순)
후지코 후지오a - 닌자 핫토리군
사이토 타카오 - 고르고 13
아다치 미츠루 - 터치
타카하시 루미코 - 란마 1/2
아오야마 고쇼 - 명탐정 코난
모토미야 히로시 - 샐러리맨 긴타로
치바 테츠야 - 내일의 죠
나가이 고 - 마징가제트
후지사와 토오루 - g.t.o
아카마츠 켄 - 러브히나
이마가와 야스히로 - 기동무투전 g건담 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 기동전사 건담 캐릭터 디자인 외
자유로운 창작활동에 영향은 없다?개정안에서는 그려진 캐릭터의 복장이나 소지품으로부터 18세 미만임으로 보여지는 캐릭터와 성행위를 묘사한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소프트 등을 청소년에게 판매하지 않도록 업계에 자주규제를 요청하고 있다.
그 중에서 청소년에의 강간 등 반사회적인 행위를 묘사한 작품을 도쿄도가 직접 '불건전도서' 로 지정해 청소년들을 보호한다는 방침인 것이다.
그러나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와 같은 개정안에서
'18세 미만으로 보여지는 캐릭터를 판단하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에서는 '그와 같은 도서류의 창작이나 출판자체를 금지하는게 아니며 성인 독자에의 유통도 금지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창작활동에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는 취재에
"전 세계 선진국 중에 그런(아동에의 성적행위 등) 소재를 담은 작품이 당당하게 유통되는 곳은 일본 밖에 없다"며 업계에 각성을 요구했다.
개정안은 18일 도쿄도 총무위원회에서 질의응답을 가지고 19일에 총무의원회에서 채결, 최종적으로는 30일의 본회의에서 채결을 결정한다.
표현의 자유에 관대한 일본, 고집 센 도지사와 유명 만화가집단이 팽팽하게 대결하는 이번 사건이 일본 문화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전국의 시선이 도쿄에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