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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가 인간 중시하는 기업이라고?"
[인터뷰] 3년전 '도요타의 어둠' 펴낸 하야시 마사아키를 만나다
 
박철현 기자
하야시 마사아키(50, 林克明). 그는 원래 체첸분쟁 전문 논픽션 작가로 유명하다.
 
하야시는 95년부터 약 2년간 모스크바에 거주하면서 체첸분쟁을 취재했다. 그 어느 일본매스컴도 없는 동토의 땅에서 체첸을 억압하는 러시아의 잔혹한 실상을 거의 유일하게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가 당시 취재했던 기록은 '카프카스의 작은 나라, 체첸 독립운동 전모'(소학관 펴냄)는 소학관 논픽션대상 우수상을 수상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저널리스트 하야시의 주된 테마는 사회적 약자다. '약자' 체첸이 '강자' 러시아에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일본에 돌아와서도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취재활동을 지난 15년간 계속 해 왔다. <마이뉴스재팬>(mynewsjapan.com)의 도요타 기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요타가 심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게 아니라 가타부타 판단하지 못했는데, 와타나베 마이뉴스재팬 대표와 함께 도요타를 취재하다 보니 정말 가관도 아니었다. 개선(kaizen)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지고 있는 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 저널리스트 하야시 마사아키. 그는 최근 일본의 극우단체 '재일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모임'의 취재를 진행중에 있으며 50살이 된 지금도 가라데(공수도) 훈련을 매일 하고 있다.   ©jpnews

 
하야시는 06년 가을부터 07년 봄까지 약 반년동안 수많은 도요타 출신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가 취재한 내용은 '도요타의 어둠(トヨタの闇, 와타나베 마사히로/하야시 마사아키 공저, 비즈니스 사, 2007. 한국어판 제목 '도요타의 어둠', 번역 제이피뉴스, 도서출판 창해 펴냄)'에 숨김없이 나타나 있다.
 
그는 '도요타의 어둠' 한국어판 출판에 즈음해 가진 <제이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요타가 한국을 비롯해 해외에서는 신화적인 기업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들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았으면 한다"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3, 4년전 언젠가 도요타가 크게 사고를 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도요타라는 기업의 은폐・거짓말 체질이 영원히 묻힐 수 없으니까. 어떤 형태로든지 한 번 그 정체가 까발려질 것으로 봤다. 지금 도요타가 이런 수모를 당하는 건 어떻게 보면 인과응보다. 한국기업들이 도요타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희망한다."
 
다음은 지난 2월 23일 <제이피뉴스> 사무실에서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도요타의 어둠'을 한국에서 출판하게 됐다. 공동저자의 한 명으로 기분이 어떤가?
"무척 기쁘다. 이 책은 마이뉴스재팬의 기획이고 나는 4, 5장을 담당했다. 나 말고도 와타나베 마사히로, 야마나카 도시코 등 총 5명이 힘을 합친 철저한 취재르포집으로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도요타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밝혔다고 자부한다."
 
- 원래 당신은 체첸분쟁 전문 논픽션 작가였다. 어쩌다 도요타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97년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활동을 했다. 그 때 주된 테마를 사회적 약자로 잡았다. 체첸에서 직접 경험한 것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버블경제가 끝나고 고이즈미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이 부실하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그들의 목소리, 그들의 입장에 서는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도요타가 사회적 약자를 억압한다?
"그렇다. 도요타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마치 세뇌를 당한 것처럼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도 모른채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30살에 과로사로 죽은 우치노 겐이치 씨가 대표적 예지만 제2, 제3의 우치노는 계속 나올 것이다. 자살자, 우울증에 걸린 환자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도요타가 다른 곳에 비해 임금이 월등하게 좋거나 그런 것도 아니다. 노조도 회사와의 신뢰관계를 내세운다. 춘투를 안 한다. 허리띠 졸라매자고 사측 입장에 서서 선동할 정도다."
 
- 연간 2조엔씩 벌어들인다고 들었다. 엄청난 수익인데 이 수익금은 어떻게 관리하나?

"그냥 가지고 있다. 지금 도요타가 소유하고 있는 금액은 13조엔(한화 약 180조원)에 달한다. 21세기에 들어 수년간 최고 이익을 냈지만 그 이익금은 주주들에게 배당되지 노동자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 그들의 월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최근 도요타는 3600억엔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 언제 배당했나?
"최근 데이터인데 08년 3월 회계년도에서 3600억엔을 주주배당했다고 나와 있다. 반면 샐러리맨, 기술직 종업원들은 전혀 늘지 않았다. 도요타 자동차본체(本体, 본사)는 지난 몇년간 현행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하청업체의 경우 오히려 줄어들었다. 내부보류금액이 13조엔이나 되고 주주배당을 3600억엔이나 하는데 실제 일하는 노동자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말이다.
 
- 배당은 의무인가?
"아니다. 주주배당은 말 그대로 '배당' 개념이니까, 단적으로 말하면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 하더라도 이익의 몇 프로를 해야 한다는 그런 법적 기준도 없다. 그렇다면 3000억엔 줄여서 600억엔만 배당해도 주주들 입장에서는 부수입이 생기는 거니까 좋다고 한다. 적다고 뭐라 그럴 대주주들 아무도 없다. 그 남은 돈을 실제 사원들에게 피드백시킨다면 좋을텐데 완벽하게 제로다. 3600억엔 대 0엔. 이건 너무 격차가 크지 않나?"
 
- 정말 제로인가? 보통 도요타는 선망받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데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은 거의 모른다.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겠지만, 최근 몇년간은 현상유지. 무엇보다 하청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삭감됐다. 주주 배당금은 어디까지나 배당이니까 투자가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책정하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배당하는 돈도 일부다."
 
- 남은 이익금은 어떻게 하나?
"기업잉여금으로 비축해 둔다."
 
- 왜?
"일본기업들은 버블경제 때 한번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큰 기업들이라면 다들 잉여금을 가지고 있다."
 
- 도요타는 최근 리콜 문제로 무상수리할 차 대수가 800만대정도 되는데, 이걸 전부 리콜해서 무상수리한 이후 돌려주겠다고 발표했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 같은데, 말을 들어보니 별로 문제가 없겠다.
"그렇다. 잉여금을 생각한다면 모기한테 물린 정도?"
 
▲ 2001년부터 5년간 일본산 자동차 메이커의 리콜 대수를 통계내 본 결과 이때 이미 도요타가 '리콜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이뉴스재팬>이 이 자료를 국토교통성에 요구했을 때 해당관료는 "그런 자료는 공표하지 않는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사진은 '도요타의 어둠'(한국어판) 177페이지에서 캡쳐)  ©jpnews

 
- 하지만 기업이미지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이다. 도요타의 소비자 대응이 늦었다. 그렇지만 도요타의 기업체질을 생각한다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2006년 국토교통성의 숨겨진 자료에 따르면 도요타가 리콜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정부도 도요타도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언젠가 한번은 터질 줄 알았다. 이번 리콜과 '도요타의 어둠' 한국어판을 계기로 도요타가 어떤 기업인지 한국 독자들도 그 실체를 파악해 보길 바란다."
 
-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지만 도요타 문제는 별로 거론이 안된다.
"당연하다. 민주당의 최대 지지단체가 렌고(連合)라는 노동조합 연합체인데 이 렌고의 거대 단일노동조합에 도요타 관련 기업이 상당수 포함돼 있으니까."
 
- 민주당은 비정규직 노동자 대책이나 파견촌(계약해지를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말을 지낼 수 있도록 해 주는 시설-기자주)에 대해 겉으로는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표면적인 것이다. 안을 들여다 보면 정말 심각하다. 자민당 시절에 만들어진 악법 파견노동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민주당 안을 보면 제조업에 대한 파견금지안은 3년간 유예한다고 돼 있다. 3년후 다시 논의하자는 말이다. 등록형 파견계약(사측과 구직자가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구직자가 일단 파견등록회사에 등록한 후 파견회사와 사측이 계약을 맺는 제도-기자주) 도 마찬가지다."
 
- 3년후 폐지도 아니고 3년후 다시 검토?
"그렇다. 이런 짓을 하는 3년간 그 사람들 죽거나 사고 당할지도 모른다. 또 3년후에 혹시 경제상황이 괜찮아진다면 '이거 괜찮잖아. 없앨 필요 없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것도 눈치보느라 제대로 못한다면 정권교체 의미가 없다고 본다."
 
- 06년부터 07년까지 거의 1년간 도요타를 취재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도요타는 이런 기업이라는 결론같은 걸 얻었나?
"해도 너무하다라고 할까? 도요타는 기본적으로 사람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근저에 도사리고 있다. 이 생각자체를 바꾸지 않는 이상 어떤 개혁을 하더라도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고 본다. 요즘엔 '도요타의 어둠'을 상재했을 때 보다 훨씬 심하다. 어제도 나고야에서 열린 집회를 취재했는데 도요타 하청기업에 다니는 브라질 노동자를 만났다."
 
- 어떤 말을 하던가?
"그는 8년간 줄곧 성실하게 일했다. 무단결근은 물론 유급휴가도 단 한번도 쓰지 않았을 정도다. 그런데 어느날 브라질에서 연락이 왔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위독해져서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상사한테 지금까지 안 쓴 유급휴가, 한 40일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이걸 사용해서 브라질에 다녀오면 안되겠냐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상사가 갑자기 고용계약서를 들이대면서 '해고당하고 싶냐?'고 그랬단다.
 
- 고용계약서에 뭐라고 적혀 있길래.

"그것도 보여주던데 해고조건에 '본국으로 귀국할 경우'라는 말이 딱 한 줄 들어가 있더라. 8년간 결근, 유급휴가 한번 쓰지 않고 성실하게 일한 이가 모친이 위독해서 갔다가 오겠다는데 회사는 그런 사람을 해고시키겠다고 협박하는 거다."
 
-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은데.
"노동기준법 위반일 소지가 다분하다. 평소 꾀를 부리거나 그럼 몰라도 이 노동자는 8년간 열심히 했다는 증거가 있으니까 100% 걸린다고 봐야지. 그것도 무단으로 귀국하겠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권리인 유급휴가를 사용하겠다는 건데 이걸 안된다고 하면 도대체 어떤 외국인이 일본에 와서 일을 하겠나?"
 
- 그 브라질 노동자는 귀국했다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는 건가?
"물론. 그런데 돌아오면 목이 잘린다. 생각해 봐라. 8년간 일본에서 생활한 사람이다. 브라질에서 일자리를 구할만한 기반이 전혀 없다. 생활 자체가 어려워 진다. 브라질 노동자 뿐만 아니다. 나고야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거의 대부분 도요타 계열기업이지만, 이들이 모여서 결성한 '나고야 후레아이 유니온'에 소속돼 있는 젊은 파견 노동자(26)도 비슷한 이유로 유급휴가를 쓰려고 했다. 그는 40일간의 유급휴가가 남아 있었는데 회사가 30일만 쓰라고 하면서 갔다오면 재고용계약 하자고 하더란다. 명백한 노동계약법 위반이다."  
 
- 몇몇 하청기업들만 그런거 아닌가?
"아니다. 이 하청기업들은 전부 도요타에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기업이다. 당연히 도요타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봐야 한다. 도요타 시스템 중에 '져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이 있다. 도요타식 '가이젠(kaizen, 개선)'의 일환인데, 쉽게 말하면 재고없이 필요할 때 즉시 부품이 공급된다는 의미다. 재고가 없으면 그만큼 이득이 되니까. 문제는 이렇게 되면 부품조달회사가 죽어난다. 24시간 대기해야 하니까."
 
- 24시간 대기란 게 가능한가?
"가능하다. 실제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도요타 본체(본사)의 경우엔 그나마 인력 여유는 있다. 물론 여기도 문제가 심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인력도 부족하고 코스트 삭감에 힘들어하는 하청업체다. 하청업체의 파견 노동자들 경우엔 하루에 14시간 이상씩 일하는 경우도 있다."
 
- 그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세계속의 도요타라고 해도 입사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데 이게 또 재밌다. 하청기업들의 파견노동자 모집공고문을 보면 '정사원으로 등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습니다. 성실하게 일한다면 당신도 가능합니다. ○○년도에는 900명 정사원 채용됐습니다'라고 선전한다. 도요타 관련기업이 이런 문구를 적어놨으니까 다들 믿기 마련이다. 그래놓고 들어가보면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유급휴가 좀 쓰겠다고 해고협박을 하고, 재고용계약이 어쩌고 하는 형국이다."
 
- 이쯤되면 노동문제를 넘어선 것 같다.
"그렇다. 지금 도요타 관련해서 나오는 말들을 들어보면 옛날에나 들어봤을 법한 인권유린이 도요타 그룹내에서 버젓히 자행되고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도요타에는 기계가 인간보다 훌륭하고 돈이 최고의 가치라는 사상이 구석구석에 배어있다. 물론 일본사회 전체가 미국을 흉내낸 배금주의에 빠져있지만 그 상징적인 존재가 도요타라고 보면 된다."
 
- 일본 제조업의 상징인 도요타 자동차가 사실은 배금주의의 상징이기도 하다?

"아쉽지만 그렇게 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인간을 경시하게 만든다. 그래서 근본사상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이 도요타 문제는 다시 터져 나올 수 밖에 없다. 또 도요타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일본사회도 안 변한다. 이 말은 곧 도요타가 변한다면 일본이 바뀐다는 의미가 된다. 일본기업들은 도요타 자동차와 마쓰시다 전기를 흉내내는 경향이 다분한데, 노사관계에 관해서는 도요타를 흉내내는 기업이 많다. 도요타는 리딩 컴퍼니니까 영향력도 크다. 도요타가 인권을 무시하고 어용노동조합을 만들면 다른 기업들도 '아, 도요타도 이러니까 상관없겠구나'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 그렇다면 이번 리콜문제가 어떤 의미에선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일본사회 전체가 다시 한번 자신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할까.
"말은 쉽지만 그 가능성은 아주 낮다. 리콜 문제가 터져나온 다음 도요타의 대응을 보면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책임이라는 게 결국 최고경영책임자나 이사급 인사들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사람들을 등용하는 것인데 아무도 관둔 사람이 없다. 스스로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없다."
 
- 지금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 전에 한 10년정도 쵸 후지오 등 전문경영인이 들어섰는데 이때 현지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도요타 가문은 그렇지 않았는데 이들 전문경영인들이 미국식 신자유주의 흉내를 내다가 이런 사태까지 왔다는 말도 있다. 도요타라는 기업의 체질은 언제부터 이랬는가?

"도요다 가문 직계가 사장했을 때부터 이랬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1950년경에 있었던 대규모 노동쟁의다. 사측이 임금인하 방침을 내 세우자 노측이 대규모 파업을 일으켜 공장을 점거하는 등 엄청난 노동쟁의가 일어났다. 내일 당장 혁명이 일어날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 때 호되게 당한 도요다 가문은 두번 다시 이런 소동이 없어야 한다면서 철저한 관리에 들어갔다. 그런데 당시 사회분위기란 게 안보투쟁도 있고 하니까 노조를 탄압하는 건 더 큰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나온게 어용노동조합, 즉 사측을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노동조합을 기르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 한국의 삼성그룹 노조도 그렇다는 말이 많은데 비슷한 것 같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삼성도 한번 취재해서 도요타와 비교해 보고 싶다(웃음)."
 
- 아무튼 안보투쟁이 극심했던 그런 사회적 상황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노조를 기른다는 것도 상당히 어려울 것 같은데.
"이게 정말 도요타가 대단한 점인데. 도요타는 길게 보고 작전을 짰다. 도요타공업학원이라는 전문기술직 학교를 아예 세운 것이다. 4년제 학교인데 24시간 학교에서만 생활한다. 이 학교는 도요타 공장의 현장노동자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으로 학생들은 전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청소한 후 도요타 버스를 타고 공부 겸 실습장소로 간다.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실제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하루 일과가 끝나면 다시 버스가 와서 기숙사로 간다. 이걸 4년동안 반복한다. 도요타이즘을 주입받는 것이다.
 
- 아! 이 학생들이 나중에...
"그렇다. 도요타공업학원을 15살에 들어가 19세에 졸업한 이 학생들이 나중에 도요타 노동조합 간부로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졸업생 수는 전체 노동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지만 노동조합 명부를 살펴보면 노조 위원장, 집행위원들은 다들 이 학교 출신이다. 다른 노동자가 노조선거에 나가고 싶어도 입후보조차 할 수 없다. 왜냐면 회사공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 회사공인? 보통 노조대표라면 노동자들이 추천을 하거나 몇 명이상 추천을 받아 비공개 투표로 결정하는 게 상식이다.
"물론 그런 투표나 추천 시스템은 있다. 하지만 추천인은 이름을 적어야 한다. 선거에 나가고 싶으면 현장조합원 30명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추천인은 이 추천명부에 이름을 적어야 한다."
 
- 추천이 공정한가 아닌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그건 맞는 것 같은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추천용지에 부서, 이름, 직책 다 적어서 노조선관위에 제출하면 이 노조 상층부가 '이 부서의 이 녀석은 어떤 녀석이야? 조사해 봐!'라고 명령을 내린다. 물론 사측에도 보고된다. 추천하고 싶어도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선 힘든 구조다. 지금 도요타 어용노조 말고 사측과 싸우고 있는 '전도요타 노동조합'에 와카쓰키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도 젊었을 때 몇번이고 입후보했는데 그 때 그를 추천해 준 사람들이 나중에 상사한테 불려가 된통 고생을 당했다고 한다."
 
- 30살 젊은 나이로 과로사한 우치노 겐이치 씨의 보상에 관해서도 도요타 노조는 철저하게 사측 편에 섰다고 들었다. 노조는 노동자들을 위해 아무 것도 안 하나?
"사실상 그렇다. 아무 것도 안 한다. 표면적으로는 단합대회니 뭐니 하지만 실제 노동자의 권리를 내세워야 할 때는 더 철저히 탄압한다. 우치노 씨의 건만 해도 그렇다. 우치노 씨는 명백한 과로사였다. 월 잔업시간이 140시간을 넘었으니까. 타임카드도 있다. 우치노 씨의 아내가 노동재해임을 인정해 달라는 서명운동을 벌였는데 노조 조합원 누구도 해 주지 않았다. 왜 회사 정문에서 하냐고 짜증내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 무서운 이야기다.
"그렇다. 그 사람들 남편이 살아 있었던 1주일, 열흘전만 하더라도 다 친구, 동료들이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서명을 해주지 않는다. 우치노 씨의 아내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라."
 
- '도요타의 어둠'에는 우치노 씨 아내의 처절하고 생생한 증언도 구체적으로 소개돼 있지만,  무엇보다 도요타 자동차 결함률이 06년 현재 99.9%에 달한다는 충격적 내용도 담겨져 있다. 최근의 도요타 리콜 사태를 예언한 느낌마저 든다.
"예언이라기 보다 언젠가 터질 줄 알았다. 그게 지금일 뿐이다. 도요타라는 기업의 은폐・거짓말 체질이 영원히 묻힐 수 없으니까. 어떤 형태로든지 한 번 그 정체가 까발려 질 것으로 봤다. 지금 도요타가 이런 수모를 당하는 건 어떻게 보면 인과응보다. "
 
- '도요타의 어둠'은 이번에 <제이피뉴스>가 번역해 한국어판으로도 출판됐다. 한국 독자들에게 공동저자의 한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책에는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나와 있다. 평론가, 애널리스트, 경영자들이 아니라 그 공장에서 실제 일을 했던 사람들이 육성증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 저자이자 이번 기획을 생각한 <마이뉴스재팬> 와타나베 대표도 비슷한 말을 하겠지만 우리는 인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도요타의 기업체질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거대 언론사들은 항상 도요타 신화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추켜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 책에 나오는 당사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세계일류기업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가 내부적으로 얼마나 썩어 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도요타 따라 배우기가 한때 유행했다고 들었는데, 도요타를 따라 배우면 큰일난다는 사실을 한국독자들, 특히 경영자들이 이 책을 통해 깨우쳐주길 바란다."
 
- 인터뷰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체첸'은 하야시 씨에게 저널리스트로서 눈을 떠 주게 한 제2의 고향이다. ©하야시 마사아키

 
■ 공동저자이자 4년전 '도요타의 어둠'을 기획한 <마이뉴스재팬> 와타나베 마사히로 대표의 인터뷰 "일본 매스컴이 미국 소비자를 죽였다"는 다음 링크를 클릭하시면 이동합니다. (2010/3/9 10:00)
 
http://www.jpnews.kr/sub_read.html?uid=3924




 

ⓒ 일본이 보인다! 일본전문뉴스 JPNews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입력: 2010/03/08 [14:34]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도요타는 바다하늘 10/03/08 [17:20]
전에 일본사람에게 들은 것이 맞는 것 같군요. 자살하는 사원도 꽤 있다고 하던데... 그래도 삼성전자같은 경우에는 일을 많이 시켜도 돈은 많이 주는데, 그 점에서 차이가 엄청 큰 것 같군요. 수정 삭제
삼성의 미래 뿐만 아니라 현대차의 미래이기도 할 듯. ksjso2 10/03/08 [18:21]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인터넷으로 위 책을 구입하고서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꼼꼼하게 읽어봐야겠군요. 수정 삭제
충격이군요. 르르르 10/03/08 [20:42]
어느나라든지 하청업체는.. 수정 삭제
결국엔 미국식 배금주의가 낳아버린 비극이군요 Velonica 10/03/08 [21:03]
사람이 결국 돈에만 쫓다보니까 사람 인권이란건 생각지못하고 노동 착취를 해버리니..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군요 도요타와 삼성이 다를게 없다고 보네요.. 이번에도 생생한 일본소식 감사합니다! 수정 삭제
삼성, 현대, LG등 재벌족벌기업들 EoP 10/03/09 [00:16]
임원진, 사장단 전부 구입해서 한 번씩 읽어보고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하네요. 자기 자신들을 위해서도요. 수정 삭제
오늘, 교보문고에 가서 보았는데... 도현신 10/03/09 [00:57]
무척 잘 만들어진 책이었습니다.

이번 달 안으로 꼭 구입해 소장하고 싶은 명작입니다. 수정 삭제
휴~ troia 10/03/09 [01:13]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할까 겁나내요..... 결국 따라하겠지만서도... - - 수정 삭제
현대와 도요타의 차이를 못느끼겠다 현대가문제 10/03/09 [06:51]
이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현대도 도요타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둘다 하청업체 엄청 쪼인다

현대는 아예 하청업체에게 기업윤리에 반하는 불량부품제조를

묵인하고 그렇게 밖에 할 수 없게 만드니까 말이다 이건 결국 소비자에게 큰 안전문제로 다가온다

일본에 저런 저널리스트가 있다는게 부럽다

우리나라에 어디 저런 저널리스트가 있는가

이미 우리는 저들보다 못하다 하루 빨리 정신차리길

더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나라도 해당하는 문제다 수정 삭제
저자의 당부와 달리... 구름마을 10/03/09 [21:42]
경영자들은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라면서 무릎을 칠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느낌이 듭니다. 수정 삭제
매년 최고의 이익을 내는 무파업 기업 풍돌 10/03/10 [20:26]
원래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목표는 이익 창출입니다. 이익 극대화에 걸림돌이 되는 노동조합은 없거나 무용지물인게 가장 좋겠죠.

도요타나 삼성전자는 이 대명제에 철저한 것일 뿐 현대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이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제2의 도요타가 계속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도요타나 삼성전자가 가장 가증 스러운 것은 이러한 탐욕마저도 돈과 광고로 마치 순한 양이나 자선 단체처럼 위장한다는 사실이겠죠.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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