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런 얘기 해도 되나요? 지난해에만 한국에 13번 다녀왔어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일본인 40대 여성은 얼굴이 발그레지며 고백을 했다. 일본 도쿄의 한국문화원 이벤트 현장을 찾은 많은 일본인 중 한 명이었다.
15일,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 정월의 풍경전>이 시작되었다. 한국 정월의 풍습을 일본인들에게 알리고자 마련된 <한국 정월의 풍경전>은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떡 만들기, 떡국 먹기, 윷놀이, 세배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첫 날인 15일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쌀쌀한 날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문화원은 오전부터 붐비고 있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국문화원 스태프들의 안내를 받고 찾아간 곳은 1층에 마련되어 있는 한국 떡 전시회. 일본에서 한국 떡 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 -떡 전시회를 보고있는 일본인들과 조선옥 요리연구가 ©jpnews/ 이승열 | |
넓은 회장 안에는 색색의 고운 떡들이 미술품처럼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회를 찾은 일본인들은
"이거 먹는 거예요?"라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모습. 제이피뉴스는 물론 한국, 일본 미디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 요리연구가 조선옥 씨가 직접 만든 떡, 떡 케익이 전시되었다.
케이블방송 한국관련 tv에서 오늘 행사를 알게 되어 찾았다는 모녀는 떡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며 연신 카메라 플래쉬를 터트렸다. 한동안 사이가 안 좋았지만, '한국을 좋아한다'라는 공통점을 통해 지금은 이런 행사에 같이 다닐 정도로 사이가 좋아졌다는 두 모녀.
"같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젊으니까 그런지 딸이 한국어를 더 잘해서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죠"라며 어머니가 웃는다. 어머니는 김범수, 채동하 등 실력파 한국 가수를 좋아해서
"어제도 김범수 씨 콘서트에 다녀왔어요. 한국문화원에도 들르지 않을까 해서 살짝 기대했어요" 라고 말했다.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 한국 떡과 잘 어울리는 군산막걸리를 시음중- ©jpnews/ 이승열 | |
전시회장 밖에서는 직접 떡을 만들어보는 체험교실이 열렸다. 호박을 넣어 만든 노란 찰떡 반죽과 딸기를 넣어 만든 분홍색 반죽을 떼어 속을 채워서 모양을 만드는 연습을 했다. 대부분 여성들과 아이들이 붐비는 자리에 새하얀 백발의 할아버지가 눈에 띄었다.
"예뻐요~ 맛있어요" 시종일관 한국어로 말하려는 할아버지는 약 2년전 부터 한국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고 했다.
"가까운 나라잖아요. 일본과 제일 가까운 나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었어요" 수십 번 한국을 오가고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일상회화가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가 능숙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한국의 산에 매력을 느꼈다는 할아버지는 한국의 유명산을 오르는 것이 취미. 여유가 생길 때마다 한국을 찾아 등산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좀 특이한 사람이지. 허허" 오늘도 한국 설날 체험을 하기 위해 도쿄에서 1시간 떨어진 곳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진짜 한국팬' 할아버지였다.
한국문화원 2층에서는 설날 대표음식 떡국 무료시식 체험이 있었다. 100명 한정 티켓은 오전부터 줄 선 사람들로 일찌감치 동이 나 있는 상태. 뽀얀 떡국 국물이 보글보글 끓고 노란 달걀 고명, 초록색 파, 검은 김가루가 올려지자 그림같이 예쁜 떡국 한 그릇이 완성되었다.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떡국 무료 체험- ©jpnews/ 이승열 | |
한국문화원 홈페이지를 보고 설날 체험을 하기 위해 찾았다는 주부 3명을 떡국 시식 코너에서 만날 수 있었다. "너무 예쁘다"라며 떡국의 모양새에 감탄한 여성들은 국물을 후루룩 마셔보더니 주부의 본성을 드러낸다.
"이 국물 어떻게 만든거지?" "고깃국 냄새가 나는데""음..자극도 없고, 맛있다" 처음 먹어보는 떡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진 듯 했다.
"일본에도 떡국(오조니, お雑煮)이 있는데 전혀 달라요. 찹쌀떡을 넣어서 쭉쭉 늘어지고, 일단 국물이 전혀 달라요. 제가 태어난 관서지방에서는 고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맑은 국물을 사용한답니다. 그런데 한국 떡국도 맛있네요. 찹쌀이 안 들어가도 떡이 이렇게 쫄깃할 수가 있군요.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먹고 싶은 맛이예요" 오사카 쪽 관서지방이 고향이라는 한 여성이 말했다.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 한국 떡국 맛 보러 왔어요!- © jpnews/ 이승열 | |
한글 서예 체험도 열렸다. 일본에서는 새해를 시작하며 서예대회를 개최하고, 여고생들이 음악에 맞춰 퍼포먼스를 하면서 서예를 하는 서도걸즈코시엔(書道ガ-ルズ甲子園)이 개최될만큼 서예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번에 체험하는 것은 한글을 아름다운 붓글씨로 쓰는 것. 한국에 관심있는 많은 사람들이 한글 서예에 도전해보고자 사전 예약을 했다고 한다.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유미코 씨는
"일본 서예는 세로쓰기인데, 이번에 처음 가로쓰기를 해 봤다"며
"학생시절이 지나고 처음으로 잡아본 붓이라 긴장했지만, 마음이 맑아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한글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한국드라마 자막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특히 소지섭을 좋아한다는 유미코 씨는 새해, 설날이라는 한글 붓글씨를 멋지게 써 냈다.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 - 한복입고 세배체험 중- ©jpnews/ 이승열 | |
한복을 입고 세배를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인기. 한복입는 법과 세배하는 법을 배우고, 덕담을 들은 일본인들은 들뜬 모습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편하고 예뻐서 한 벌 사고 싶어요"라고 입을 모았다.
그 중 한 일본 여성은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열광적인 팬이 되었다고 했다. 한국은 경치도 좋고, 음식도 맛있다며 칭찬을 하는 그녀. 지난해 한 해동안 한국을 13번 방문했고, 올해들어서도 4번이나 다녀왔다고 했다. 1~2주에 한번꼴로 한국을 방문한 셈이다.
"한국은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어요"라는 그녀는 서울 주요관광지는 이미 다 섭렵하고, 현재는 음식이 맛있는 전라도 투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이 날 만난 많은 일본인들은 서울은 물론, 전라도를 비롯하여 지방 여행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 일본인들이 노래하고 연주하는 아리랑- ©jpnews/ 이승열 | |
그들이 모두 이야기한 것은
'최근 5~6년 사이에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는 것'. 드라마로 시작한 붐이 관광으로 이어졌고, 드라마 투어나 서울 관광에 그치지 않고, 전국 각 지역에 관심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한국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사이가 좋아졌다는 모녀, 한국의 산을 좋아한다는 할아버지, 전라도 투어를 하고 있다는 여성 등 좋아하는 이유는 서로 조금씩 다르더라도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점점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 -리셉션 파티- ©jpnews/ 이승열 | |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서예쓰기- © jpnews | |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 윷놀이- ©jpnews/ 이승열 | |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한복입기- © jpnews | |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 한복입고 세배하기 기념촬영- ©jpnews/ 이승열 | |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 떡방아 찧기 체험- ©jpnews/ 이승열 | |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 - 약식- ©jpnews/ 이승열 | |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 떡 전시- ©jpnews/ 이승열 | |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 -떡 전시- ©jpnews/ 이승열 | |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 떡 전시- © jpnews | |
▲ 한국문화원 설날체험- 일본 어린이들에게도 인기, 떡- ©jpnews/ 이승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