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지검 특수부가 칼을 뽑았다. 상대는 민주당 정권의 핵심실세인 오자와 이치로(小沢一郎) 간사장.
도쿄지검 특수부(이하 특수부)는 13일 오후 오자와 씨의 자금관리단체인 '리쿠잔카이(陸山会)를 강제수사하기로 결정했다.
특수부는 '리쿠잔카이'가 2004년에 구입한 토지대금을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아 정치자금 규정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04년 당시 리쿠잔카이의 사무회계 비서를 맡았던 이시카와 도모히로(石川知裕) 현 중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및 거대 건설회사 가지마(鹿島)를 일제 수색했다.
<요미우리신문>(1월 14일자)에 의하면, 이번 강제수색은 토지대금에 충당된 3억 4천만엔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밝혀내기 위해 특수부가 오자와 간사장에게 출두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오자와 측이 이를 거절하면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특수부는 성역없는 수사로 유명하다. 특히 정치인들의 비리의혹을 전문적으로 밝혀내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도쿄지검 특수부'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실제로 특수부에 걸려 정치인생이 끝난 거물급도 많다.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는 총리를 그만둔 직후인 1976년 미국 록히드 사의 항공기 판매에 관련된 커미션 5억엔을 수뢰했다는 혐의로 특수부에 덜미를 잡혔다. 88년 다케시다 노보루 총리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리쿠르트 사건 역시 특수부가 적발해 냈다.
이런 특수부에 대해 '관료주의의 최정점이자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라고 비판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그러나 특수부의 행태를 비판하기에 앞서 그들의 수사는 사실관계 자체가 어긋나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 즉 표적수사라는 비판은 할 수 있어도 '누명'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이번 '리쿠잔카이'에 대한 일제 수색도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작년초부터 근 1년간 지속된 오자와 씨의 총체적 수사 그물망 속에서 실시됐다고 봐야 한다. 09년 5월 오자와 민주당 대표(당시)는 정치헌금 기재누락 문제로 자신의 측근비서가 기소되면서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때 오자와 씨는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퇴임기자회견에서 그는 "불법적인 행위는 하지 않았으며 나는 그 기재누락에 대해서 몰랐다"고 주장했다.
▲ 오자와 이치로 일본 민주당 간사장 ©야마모토 히로키/jpnews | |
특수부는 이 때부터 본격적인 '리쿠잔카이' 조사에 나섰다. 오자와는 이와테 현의 거물급 정치인으로 그 누구보다 제네콘(건설업종 거대 기업들)과의 유착의혹이 짙었던 정치인이다. 그는 표적수사라며 검찰 및 검찰발표를 그대로 쓰는 언론에 비판을 퍼부었지만 수사는 1여년간 중단없이 착착 진행됐다.
그리고 작년 12월 특수부는 결정적인 기재누락을 찾아냈다. 2004년 '리쿠잔카이' 명의로 사들인, 오자와 자택에서 7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의 토지대금 3억 4천만엔의 출처가 어디에도 기록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04년 당시 사무회계를 담당한 이시카와 중의원은 특수부의 조사에 "당시 리쿠잔카이의 자금이 부족해서 오자와 씨로부터 토지대금을 빌렸다"고 진술했다. 문제는 이 때 이시카와 의원이 오자와 씨로부터 빌린 4억엔의 출처가 묘연하다는 것이다.
즉 오자와 씨가 이 4억엔에 이르는 거금을 이시카와 의원에게 빌려줬다면 이 돈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정치자금 명부에도 개인소득재산의 변동표에도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정치자금규정법에 걸릴 우려가 있고, 후자는 소득신고 누락 및 탈세로 걸린다.
일본의 정치자금규정법(이하 규정법)은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1948년에 제정됐다. 이후 수차례에 걸친 개정을 통해 헌금액, 헌금대상에 대한 제약 및 규제가 생겨났다.
또한 이 규정법에 따라 정치단체는 정치인의 정치활동에 관련된 수입 및 지출을 세세하게 기록한 수지보고서를 총무성 및 도도후켄(都道府県) 선관위에 제출해야만 한다. 이 때 기록을 누락시킬 경우 5년 이하의 금고형 혹은 100만엔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특수부는 올해 1월 7일 오자와 씨와의 대질심문을 요청했다. 하지만 오자와 씨의 고문변호사는 이 요청에 대해 "매스컴이 워낙 달라붙어 도무지 응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보통 거물급 정치인에 대한 대질심문은 조용한 곳에서 알게 모르게 이루어지는데 오자와 씨의 경우 매스컴이 24시간 밀착마크를 하고 있어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는 말이다.
특수부는 기다리다 못해 13일 오후 강제수사를 발동시켰다. 일제수색 대상은 앞서 언급한 가지마, 이시카와 의원 사무실 등 10여곳이다. 또한 이시카와 의원은 두번째 대질심문을 받았다. 한번 물면 놓치지 않는다는 특수부의 그물망이 조여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오자와 간사장은 여전히 태연자약하다. <도쿄신문>에 의하면 그는 13일 나고야 시내에서 열린 민주당 아이치 현 의원연맹의 파티에 참석해 내내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오자와 씨는 이 날 인사말에서 "결코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작년 3월에 체포된 측근비서의 건에 대해서도 오자와 씨는 이렇게 말했다.
"예상도 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해 심려를 끼쳤다. 하지만 이 건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들께서 이해를 해 주셨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중의원 총선거(09년 8월 30일)에서 우리가 정권을 어떻게 잡을 수 있었겠느냐." 일본 정가 최대의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도쿄지검 특수부의 전투는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