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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말하는 긴자 No.1 호스티스
[필담 인터뷰]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그녀가 일본을 울린다
 
안민정 기자
필담 호스티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필담(筆談)이란 음성언어가 아닌 문자언어로 대화하는 것. 즉, 글로써 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손님과의 대화가 가장 중요한 접객 중 하나인 호스티스이면서 말이 아닌 글로 대화하는 호스티스. 게다가 연예인보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도쿄 긴자 호스티스 업계에서 필담으로 인기 넘버원이 된 여성이 지금, 일본에서 화제다.
 
사이토 리에(斎藤里恵) 25세. 일본 아오모리현 출신. 열이면 열, 갈색으로 염색한 여성들뿐인 도쿄에서 검은색 긴 생머리에 단아한 매력이 돋보인다. 40킬로그램이나 나갈까말까한 연약한 몸, 그러나 그녀는 말을 전혀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 필담 호스티스 사이토 리에     ©jpnews
 
청각장애 소녀가 호스티스가 된 까닭

사이토 리에는 태어나서 1년 10개월만에 청각을 잃었다. 갑작스런 늑막염 발병으로 고열증세를 일으켰고, 어느새 들리지 않게 된 것이다. 너무나도 어린시절의 일이기 때문에 리에에게는 소리가 있었던 세상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한다.
 
갑자기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유치원 선생님의 지시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싶다는 리에와 리에 어머니 생각에 장애우를 위한 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초등학교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왜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진 리에. 불량청소년과 어울리게 되면서 담배를 배우고, 학교에 가지 않고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아오모리현에서 제일 질 나쁜 학생이라고 손가락질 당했던 리에. 그런 그녀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은 것은 맘좋은 옷가게 사장님과의 조우였다.
 
마음에 드는 옷을 손에 넣기 위해 훔치던 리에에게 옷가게 사장님은 "학교에 꼬박꼬박 나가면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게 해주겠다"고 제안, 보통 사람들처럼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리에는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옷가게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말은 못하지만 예쁜 옷가게 점원으로 소문도 났고, 손님을 대하는 일의 즐거움을 알게된 리에. 그러나 옷가게는 문을 닫게 되었고, 리에는 또다른 접객업을 찾던 중 자신의 가치를 알아준 룸살롱 마담의 영향으로 글씨로 대화하는 호스티스가 되었다.
 
▲ 필담 호스티스 67개 사랑의 언어는 책으로.

필담 호스티스, 일본 베스트셀러에

지난 12월 10일, 도쿄 분쿄쿠의 코분샤 출판사에서는 화제의 필담 호스티스 사이토 리에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사이토 리에의 베스트셀러 자서전 <필담 호스티스>가 만화책으로 출간된 기념 기자회견이었다.
 
<필담 호스티스>는 리에가 어떻게 청각장애를 가지게 되었는지, 장애를 가진 몸으로 호스티스 세계에 발을 딛게 된 이유 등이 씌여진 책으로, 올해 5월에 발간되어 12만 8천부가 팔리며 화제를 낳았다. 
 
이후, 사이토 리에의 감동의 메세지가 담긴 <필담 호스티스 67개의 사랑의 말>  이라는 책 역시 6만 5천부를 돌파, 필담 호스티스라는 브랜드는 출판업계에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일본 각 방송국, 잡지사, 신문사에서도 앞다투어 사이토 리에의 이야기를 다뤘고, 2009년 리에는 일약 유명인이 되었다.
 
12월의 기자회견을 맞이하여, 사이토 리에는 산타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긴자 넘버원 호스티스라고 소개된 만큼, 이제까지 미디어 앞에 설 때는 언제나 기모노 차림. 필담 호스티스의 첫 미니스커트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각 언론사에서 약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가는 팔다리를 그대로 드러내는 산타복을 입고 등장한 사이토 리에. 그녀를 향해 카메라 플래쉬가 연발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때때로 코를 훌쩍이던 그녀는 언제나처럼 메모장과 펜을 들고 있었다.
 
▲ 산타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난 사이토 리에     ©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글로 쓰고 글로 답하는 독서실형 기자회견

기자회견이라고 하지만, 말할 수 없고 대답할 수 없으니 모든 것이 글로 이루어졌다.
 
기자들은 화이트 보드에 질문을 썼고, 리에 역시 화이트 보드에 답변을 써 나갔다. 천천히 또박또박 질문을 한다면 입모양을 보고도 이해할 수도 있지만, 속도가 빨라지거나 입모양이 부정확한 사람의 말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각사각, 매직펜으로 글씨 쓰는 소리만 들려왔다. 이렇게 조용한 기자회견은 처음이었다.
 
사진기자들도 평소같으면 "여기 봐주세요" "사이토 씨~"라고 부르며 시선을 얻기 마련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 손으로는 카메라를, 한 손으로는 리에를 부르며 "여기" "여기"를 표시하고 있었다.
 
자서전 필담 호스티스가 만화책으로 나온 데 대한 감상을 묻자 리에는 "실물보다 훨씬 더 예뻐서 만화를 담당해준 분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만족합니다"라며 하트 섞인 감상을 써보였다.
 
2009년은 사이토 리에에게 어떤 해였냐는 질문에는 "새로운 일들이 가득한 한해였습니다. 새로운 것에 많이 도전한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 <필담 호스티스>는 키타카와 케이코 주연의 드라마로 1월 방영

사이토 리에의 이야기는 2010년 1월 10일 tbs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될 예정이다. <버저비트~ 벼랑끝의 히어로> 드라마에서 청순한 매력을 발산했던 떠오르는 여배우 키타카와 케이코가 사이토 리에 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리에는 키타카와 케이코가 드라마 출연하는 것에 대한 느낌으로 "그렇게 예쁜 분이 제 역할을 맡았다니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매우 기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라며, 드라마 촬영장에서 직접 키타카와 케이코와 만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키타카와 케이코와 사이토 리에는 드라마 촬영장에서 첫 만남을 갖고 서로 "고맙습니다"라며 인사를 주고 받았다고. 키타카와에 대해 리에는 "기모노가 매우 잘 어울렸습니다"라며 만족을 표시했다.
 
사이토 리에, jpnews와의 필담 인터뷰
 
기자회견을 마치고 jpnews는 사이토 리에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 인터뷰 답변 중인 사이토 리에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글씨를 쓰면서 하는 인터뷰는 처음인데다가 일본어로 취재를 해야 하니 부담감은 백배. 그러나 미리 취재수첩에 써둔 "안녕하세요. 한국미디어입니다"를 보여주니 사이토 리에가 놀란 눈치이지만, 빙긋이 웃으며 "한국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편한 분위기로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한국은 잠깐 경유한 것이라 많은 것을 보지 못했지만, 한국음식은 좋아한다며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목조목 단아한 미인형의 사이토 리에가 미모를 가꾸는 비법은 의외로 삼계탕, 설렁탕, 도가니탕 등 한국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대답해, 인터뷰하는 기자가 더 놀랐다. 그녀는 한국음식에는 콜라겐이 듬뿍 들어 있어 피부에 좋은 음식이 많다고 한국음식 예찬론을 펼쳤다.
 
어릴 때부터 서예를 했다는 사이토 리에의 글씨는, 또박또박 노트에 줄을 맞춰서 대답을 써주었다. '꼼꼼한 성격이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도대체 하루에 얼마나 글씨를 쓰고 있을까가 궁금해졌다.
 
손에서 놓치 않는 핑크색 메모장과 볼펜. 메모장은 하루에 얼마나 쓰고 있느냐고 물으니 '평균 두꺼운 메모장 2권 정도'라며 가끔은 더 많이 쓸 때도 있다고 했다. 매일 메모장 두 권분의 글씨를 쓴다는 것도 대단한 일. 팔목이 아프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10대에 우연한 기회에 옷가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접객업에 흥미를 느꼈다는 사이토 리에. 호스티스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고 그녀는 말했다. 책을 내고 방송에 나가고 유명인이 된 지금도 여전히 호스티스 일은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이토 리에의 꿈은 무엇일까? 꿈이라는 말에 조금 망설이던 그녀는 곧이어 자신의 꿈을 설명해나갔다.
 
"세계 장애우들이 좀 더 이용하기 쉽고, 움직이기 쉬운 레스토랑이나 카페, 미용실이나 에스테틱을 만드는 것" 이라고 했다. 한 발 더 나아간다면 장애우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그런 가게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신중하게 써 내려갔다.
 
▲ 사이토 리에의 자필 인터뷰   © jpnews
 
사이토 리에가 긴자 넘버원이 된 것은, 말을 할 수 없다는 독특한 호스티스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직 스물다섯, 많은 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말할 수 없는 것을 글로 표현하며 손님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메모 한장 한장에는 정성과 생각이 기득 담겨있다. 그녀의 자서전 중 일부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담겨져 있다.
 
인생이 너무 괴롭다며 눈물을 펑펑 쏟으며 "(괴로울 신)" 자를 써낸 손님에게 리에는 한획을 더 그어 "(행복 행)"자를 되돌려 주었다고 한다.
 
"괴롭(辛)습니까? 괴로움은 행복(幸)으로 가는 과정일 뿐입니다"라고.
 
(끝)
 
▲ 말로는 전할 수 없는 감동의 메세지를 전하는 필담 호스티스 사이토 리에 ©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한국 독자들에게도 인사를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다 ©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일본이 보인다! 일본전문뉴스 JPNews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입력: 2010/01/04 [06:47]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드라마 봐야겠군요 내영 10/01/04 [09:43]
으흑>? 수정 삭제
일본 여자는 얼굴에서 아우라가 같은게 있네.. 1 10/01/04 [10:31]
동양인 같지가 않아.. 뭐랄까 아무튼.. 수정 삭제
키타카와 케이코는 정말 이쁘죠 ^-^ 새벽 10/01/04 [12:24]
정말 아우라가 느껴지는 얼굴이예요 ㅎㅎ
일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화장을 잘해서 그런지 정말 스타일리쉬 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그걸 국가적인 트렌드라고 이해하고 있죠 ㅎ
위에 분이 말씀하신 "동양인 같지가 않아.. 뭐랄까 아무튼.." 이라는 말은 문화적 사대주의가 들어난거 같아서 왠지 꺼려지네요... ㅎ
수정 삭제
일본갔을때 티비에 나오더라고요 dd 10/01/04 [12:27]
그때 봤었는데 ㅎㅎ; 수정 삭제
말도 못하나? 흐음 10/01/05 [00:22]
청각 장애라서 말도 어색한건가...
듣질 못하니 쓴걸 본다지만
자기가 할 말까지 쓸 필요는 없을텐데 수정 삭제
↑ 듣지 못하면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넥서방 10/01/05 [01:08]
어려서 청각 장애를 가지게 되면 (말을 배우기 전에)
당연히 말을 할수 없게 됩니다. (소리는 낼 수 있겠지만 발음을 할 수가 없죠)
말 이라는것이 듣고 따라하면서 배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 중도 청각 장애자 (말을 완전히 배운 후에 청각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음이 점차 어색해 지기는 하지만요. 수정 삭제
↑ 헬렌켈러는 어떻게 된거죠? 흐음 10/01/05 [10:12]
청각 장애인데 말하는거 배우지 않았나요
오래 전에 읽어서 헷깔리긴 하는데...
그랬던걸로 기억합니다; 수정 삭제
↑ 헬렌켈러는 을파소 10/01/05 [23:24]
헬렌켈러는 시각장애로 알고 있는데... 수정 삭제
헬렌켈러는 ㅎㅎ 10/01/06 [00:26]
듣지도말하지도보지도 못했다고알고있는데,
설리번선생으로부터 말하는 것을 배울때 손을 혀에 대고 소리내는 법을
배운것으로 알고있어요! 수정 삭제
괴롭(辛)습니까? 괴로움은 행복(幸)으로 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30대남자 10/01/06 [11:30]
역시.. 다 최고가 되는 것은 이유가 있는 법이군요. 수정 삭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니.. 그러면서 꿋꿋히 살아가시는 걸 보니 참 존경스 프린스턴s 10/01/07 [03:48]
어릴때부터 들리지 않는다니,, 정말 슬프지 않을 수가 없네요. 만약 저라면 정말 괴로워서 견디지 못할것 같습니다. 들리지 않으면 어떻게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수 있으며, 그 소리를 듣고 말을 할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소리를 들을수 없는 사람인데도, 꿋꿋히 자신이 바라고자 하는 꿈에 멋지게 도전하는 사이토 리에씨 존경스럽습니다. ^*^ 앞으로도 좋은 활동,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겠습니다. 수정 삭제
몸파는 창녀판 헬렌켈러네? 박혜연 10/02/08 [01:44]
저렇게 예쁜호스티스가 농아인거 나도 안다! 그래도 화이팅이다! 수정 삭제
어이쿠... 세인트필 10/08/25 [16:21]
마키 누님인줄 알았네... 외모가 많이 닮았어요...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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