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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담담했던 일본남자와의 첫사랑 (2)
일본출산기(6) 일본인 남편과 결혼하기 2.
 
김민정

하루마와의 사귐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불꽃놀이로부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고서였다.

전편: 하루마를 만나기까지-"국제연애에 언어는 장벽이 아니다"

그는 아찔한 킹카, 난 하루아침에 킹카를 빼앗은 악녀로 찍혀버렸다. 칠석 이후, ‘하루마의 여친’이란 별칭이 생겼다.

어딜 가도, “아, 니가 걔야” 이런 반응을 참아내야했다. 캠퍼스를 걷다가 안면도 없는 여학생에게 “저, 하루마씨 여자친구세요?”란 질문을 듣기도 했다.




달콤한  사랑보단 시련의 날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펠리니의 ‘씁쓸한 인생’같은 그런 ‘달콤한 인생’ 말이다. 

킹카와  사귀기는 쉽지 않아…스토커의 등장 

“큰일났어. 너 들었어? 그 메일 봤냐구?”

교내 식당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있었다. 연극동아리 멤버 다카하시가 내곁으로 뛰어왔다.

“뭔데?”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너 소문 다 났다구”

“무슨 소문?”

“너 요즘 하루마랑 사귀지?”

“그래서?”

“어떤 못생기고 성격 나쁜 한국녀가 하루마를 꼬셨다는 메일이 학교 전체메일로 보내졌다구”

“그게 나야?”

“우리학교에 너말고 한국여자가 또 있어? 내용은 사실 더 돼. 근데 내입으론 더이상 못하겠다. 여하튼 조심해. 걱정이다”

난 더이상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황당했을 따름이다. 믿기 어려웠다. 
그로부터 3일후던가. 이번엔 하루마가 다급히 날 찾았다.

“미안해, 아무 일도 없었어? 괜찮아?”

“응, 괜찮아. 너야말로 아무 일 없어?”

“혹시 어떤 여학생이 널 찾아올지 몰라. 나랑 사귀냐고 물으러 올 거야. 그렇다고 대답해. 근데 혹시 너한테 무슨 짓을 할까봐 무섭다. 그렇다고 널 마냥 지키고 있을 수도 없구”

“그게 누군데?”

“……” 

그 여자가  누군지는 금세 알게 되었다.

잠깐 연극  동아리에 얼굴을 비쳤던 미유끼(가명)였다.

거친 오빠 둘을 둔 미유끼는 하루마와 같은 영화수업을 듣다가, 다정다감한 하루마에게  호감을 느꼈고, 영화를 한편 만들면서 하루마를 자기 남자친구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마에게 전화를  했고, 하루마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수십번, 수백번 다이얼을 눌렀다. 그런 그녀에게 나란 존재는 악마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스토커의  감시와  친구인 ‘척’하기 

그해 여름  연극 동아리는 아르바이트로 마술, 인형극으로 축제에 참여해 분위기를 띄웠다.

하루마  때문인지 미유끼도 연극 동아리를 지속적으로 찾아오기 시작했고, 축제에도 참가하게 되었다. 그녀는 하루마와 내가 같이 있는 것을 잠시도 참지 못했다. 거의 감시 수준이었다. 

그녀가 우릴 떼어놓기 위해 쓴 수단은 바로, 친구인 ‘척’하기. 그녀는  날 만나면 “오하요”하고 큰 소리로 웃으며 다가온 뒤, 내 한쪽 팔을 끼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정말 절친한 친구 그 이상이었다.

점심 먹을  시간에도 내가 하루마 옆에 앉을까봐  하루마에게서 가장 먼 자리에 나를  앉히곤 내 옆에 앉아, 역시나 친한  척을 해대며, 수다를 떨었다. 그럴 때마다  하루마는 내 쪽을 바라보곤, 한숨을  쉬었다. 

난 그녀를 탓하지도 않았고, 그녀가 스토커임을 알고 있다고 내색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러려니 했다.  

솔직히 스토커짓을 하면서, 친한 척을 하는 그녀가 무섭기도 했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었다. 괜히 그녀를 무시하거나, 피하는 것 보다 받아들이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와 친해지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할 것도 같았다. 난 그냥 친구처럼 그렇게 대했다.  

하루마는 그녀에게 친절한 내모습에 거의 감동을 받다시피 해서, 매일 전화로 “잘했어, 잘 참았어”라 응원해주고, 기특해했다.

연극 동아리  멤버들도 안타까워하기도 하면서도 현명한 행동이라며 내 인간적인 면모에 고득점을 쳐주었고, 신임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가 날 떼어내려 안간힘을 쓸수록, 내 점수는  올라가게 마련이었고, 그녀에 대한 불신은  커가게 마련이었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자신감도 있었다. 저런 스토커  여자에게 질 수 없다는 오기와 같은  자신감. 비쩍 마른  당신에게 질 수 없다는, 좋아한다는 고백도 못하고 무작정 따라만 다니는 당신보다 내가 더 용기있다는, 그의 사랑을 구걸하기 보다 그냥 좋아하기로 한 내가 더 현명하다는……그런 얼토당토한 정체불명의 자신감 말이다. 

그녀 탓에 그와 지내는 시간은 말할 것도 없이 줄었지만, 그래도 가끔 그와 둘이 식사를  했고, 손을 잡고 산책을 했다.  

그녀의  스토커짓은 여름 방학 이후, 연극 동아리  모임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더욱 심해졌던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의 고교시절 친구들까지 동원해, 하루마네  집에 쉴새없이 전화를 걸어대거나, 하루마  하숙집 앞에 진을 치고 기다리곤 했다. 하루마에게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그녀의 질문은  한결같다고 했다 한다.

“왜 내가 아니고, 김민정인 거냐구? 왜 김민정이냔 말야?”

그녀가 보기에 난 정말 아닌 여자였었던  같다. 그녀는 결코 납득하지 않았다. 

그 여름의 끝, 그녀의 공격에 지칠대로 지친 하루마는 “잠시 다녀올께”란 한 마디를 남기고, 고향으로 향했다.  


 





마지막을 향해 

초가을 개학과 함께 그가 돌아왔다.

우린 여전히 손을 잡고 거니는 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가을쯤엔 미야자와 켄지를 거의 습득하고, 아베 고보 앞에서 얼쩡거렸다. 일본의 카프카라 불리는 아베 고보는 금세 내 맘을 사로잡았다. 지금도 시간이 나면, 아베 고보의 책들을 들추게 된다.  

가을이  되면서 어학 수업이 시작되었고, 그러면서  우린 여간 바빠진 게 아니었다. 매일  아침 난 두 타임의 중국어를 들었고, 그는 영어 수업에 빠져있었다. 원래는  둘이 같이 중국어를 듣자고 약속했는데, 그는 야속하게도 마지막 순간에 영어를 택했다.

그도 마음에 걸렸는지, 왜 자신이 영어를 택하게 되었는지, 내게 리포트로 자기 마음을 제출해주었다.

'자신의  인생의 일부를 위해 지금은 영어를  택하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1,000자  정도의 메일이었던 것 같다. 물론 '중국어를 같이 듣지 못하게 되어 미안하고, 섭섭하다'는  문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외모 뿐만  아니라 성격도 좋았고, 늘 성실했다. 그는 내 눈에 완벽한 사람이었다.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수업이 늘고, 연극 공연이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만나는 시간도 줄었다.

난 그해 겨울 연극 무대의 무대 감독을 맡게 되었고, 새로 생긴 아르바이트까지 뛰려니 정신이 다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그대로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서, 후지사와 캠퍼스보단 도쿄의 회계시험자격증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가끔 전화를  하고 메일은 여전히 매일 보내는 사이였지만, 얼굴을 마주할 여유가 없었다. 

처음엔  좀 섭섭했다. 그 봄, 그 여름의 그  따스한 감정들은 무엇이었는지 문득  회의가 들기도 했다. 그치만, 그런 것에 연연하기엔 우린 아직 젊은 나이였다. 연애 말고도 해야할 것들이 많았고, 연애 말고도 재미난 것들이 아직 많았다. 

미유끼가 우리를 갈라놓으려 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갈림길에 들어섰다.

“회계사 자격증을 딸 때까지 기다리라곤 하지 않을께. 그치만 기다려줬음 좋겠어”

그게 하루마의  마지막 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뭘  기다려야 하는 건데'라고 묻지 않았다. 난 입을 꼭 다물었다.

“꼭 딸 수 있을 거야”
그것밖에 해줄 말이 없었다. 일찌기 진로를 결정한 그가 부럽기도 했다. 그는 숱많고 유난히 까만 머리가 가을 바람에 살랑거렸다. 은행 나무 단풍들이 어찌나 샛노랗게 익었던지……. 가을은 무르익었고, 캠퍼스는 단풍들로 가득했다. 

일본인과의 첫사랑은 그렇게 담담하게 끝을 맺었다.

참, 미유끼는 그 가을, 미국유학을 선택했다. 사귀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상심한 마음에 택한 미국행이었다. 
 
(7부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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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2/17 [11:21]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잘 읽었습니다. somda 09/12/17 [14:08]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네요. ^^ 수정 삭제
재밌네요 모노가타리 09/12/17 [14:21]
소설같기도 하고 영화 같기도 하고... 수정 삭제
벌써 헤어지다니... 09/12/17 [15:50]
전개가 빠르네요. 두근두근 합니다.

그 일본 여자는 좀 정신병 같은 게 있었나 보네요.

요즘 아이돌 사생팬 같은..... 정말 무섭지요. 잘 대처하셔서 다행이네요. 수정 삭제
사진을 올려주세요 09/12/18 [03:27]
왜 그 여자가 그랬는지 알 수 있을텐데; 수정 삭제
재밌어요~ 아연 09/12/19 [23:59]
그 스토커 여인 잘 대처했네요. 나 같음 쌍욕을 했을거 같다능;;;
스토커 신고 못하나??--;;
그리고 일본인 남친과 헤어진 거 굉장히 아쉽네요;;;
저 같음 남친 팬(??)들 때문에 헤어질 거 같은데
그 이유가 아니라서 좀 의외네요;;;(뭐래) 수정 삭제
필자 김민정입니다 김민정 09/12/24 [05:36]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솔직히 욕?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었죠.
스토커 휴유증으로 그 이후 6개월간 카운셀링 받았답니다.
이건 뭐, 친구를 친구라 믿을 수 없었으니...
그래도 덕분에 일본에서 카운셀링까지 받는
경험을 했으니...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별 것도 아닌데
그 시절엔 정말 어마어마하게 피곤하고 힘들었답니다. 수정 삭제
와우- 루나 10/01/03 [14:16]
의외의 전개이면서도- 일본남자와 스토커기질의 일본여자(이건 우리나라나 어느나라나 있을법 하지만요)라고 끄덕이면서 봤네요.. 일본남자들이 자신이 피곤해지거나 부담스러워지면,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안하고 흘리면서 안녕~하는 경우가..많은거같아요!ㅎ 일본 특성이고 상처 안줄려고 하는거라고는 하지만 역시나 가슴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힘들다는...
그래도, 그런킹가를 우선 손아귀에 넣으셨으니 잊어버리세요 호호
스토커.. 무섭죠..수고하셨습니다 수정 삭제
스토커라고 불려지면 어느쪽? 10/01/10 [15:23]
기분좋을 사람은 한명도 없죠
특히나 남녀관계에서는 애매모호한 점들도 많구요
아직도 필자를 나쁜 여자로 생각하는 것을 보면
남자분에게 이유가 있을것 같네요~ 수정 삭제
왜 김민정이냐고? 13/01/14 [18:06]
1. 김민정이는 최소한 스토커는 아니니까 2. 같은 남자로서 김민정이 더 예뻤겠지 ㅋㅋ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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