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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산부인과 입원 후 가장 놀란 점
아이가 생겼어요 (4) 환자복을 직접 가져오는 일본 병원
 
김민정

“아무래도 입원하셔야겠어요.”

“꼭 해야하나요?”

“예, 하세요”

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산부인과 담당 의사는 재일동포다. 그가 한국어를 할 줄 아는지, 결혼은 했는지, 아이는 있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냥 그가 하는 말은 신빙성 있게 들린다. 단순하게 그가 재일동포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게 먼저 “한국에서 왔냐?”고 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의사 말에 따르면, 임신 중기 유산의 경험이 있으니, 초기에 입원을 해서 안정을 취하는 것이 유산 증세를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한다. 

일본 산부인과 입원실에서

얼마만의 입원인가? 초등학교 때 폐렴으로 입원한 후 20년은 지난 듯 하다. 정해진 시간에 병원 접수처에 갔더니, 입원창구가 따로 있다. 입원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산부인과 병동으로 향했다. 

산부인과 병동에선 담당 간호사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입원시 지켜야 할 사항들을 말해주곤 개인 상담이 시작되었다.

입원을 하게 된 원인(의사 말과 환자 말이 동일한지 객관적인 확인을 거친다), 임신에 관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점, 술 경력, 담배 경력, 밥먹는 시간부터 하루 몇 끼를 먹는지, 화장실은 몇 번이나 가며, 몇 시에 대변을 보는지, 어떤 성격인지, 마음이 불안할 땐 어떻게 기분 전환을 하는지, 갑작스런 사고가 생겼을 땐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등 갖가지 질문을 약 한 시간에 걸쳐하고, 같은 질문이 쓰인 질문지를 나눠주면 거기에 기입도 해야한다.

입원을 앞두고 한 시간의 면담은 왠지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나야 아프지 않아서 이런 시간이 있어도 별 탈이 없지만, 실제로 몸이 많이 아픈 사람이라면 이렇게 긴 시간 면담을 견딜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또한 아침엔 빵이 좋은지 밥이 좋은지도 물었다. 음식 알레르기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물었다. 병원에선 식단을 미리 주고, 몇 가지 되지 않지만 그 중에서 환자에게 고르도록 하고 있다.  

입원 후엔 매일 담당 의사가 아침, 저녁으로 회진을 왔고, 간호사들은 매우 친절했다. 담당 간호사는 매일 바뀌었지만, 매일 아침 7시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고, 체온과 맥박, 혈압을 쟀고, 화장실에 몇 번 다녀왔는지를 물었다.

하루 세번씩 꼬박꼬박 체온과 혈압을 재고, 아기 심장소리를 확인했으며,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호출벨을 부르면 달려와주었다. 꼭 몸이 아프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너무 더우니까 얼음 배게 좀 주세요, 너무 추우니까 이불 하나 더 주세요, 그런 작은 부탁도 어김없이 들어주었다. 

 밥이야 병원 밥이다 보니, 싱거운 건 당연했고, 소박하고 간촐했다. 아침 8시, 점심 12시, 저녁 6시에 꼬박꼬박 배달되었고, 달착지근해서, 솔직히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입원해 있는 동안 영양사가 와서 식단에 관한 상담과 임신 중 체중관리법에 대해 이야기도 해주고 갔다.



병원의 아침식사. 된장국에 흰쌀밥. 우엉볶음, 배추절임, 달걀찜, 차, 그리고 구운김)      ©김민정

재미난 것은 환자복이다. 한국에서도 요즘은 환자가 자기 환자복을 지참해야 하는 건가? 일본은 입원하는 환자가 잠옷을 가져와서 입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환자들은 각양각색의 잠옷을 입고 지낸다.

병원에서 빌려주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하루 100엔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첫 날은 병원에서 주는 환자복을 입었다가, 이튿날부터는 남편이 새로 사온 잠옷을 입고 지냈다. 

가장 놀란 점은 병실에 쳐진 커튼이었다. 내가 있던 6인실은 제각기 침대마다 360도로 커튼을 칠 수 있게 되어 있다. 같은 산모에, 하이리스크란 동질성이 있기에 낮에는 커튼을 열어 놓고 지낼 줄 알았는데, 밤낮 관계 없이 모두가 360도로 커튼을 치고 생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첫날은 옆에 누가 입원해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둘째날이 되어서야, 왼쪽 옆의 30대 초반 여자는 임신 후기로 유산 위험이 있어 입원을 했고, 오른쪽 옆의 여자는 30대 중반으로 생일인데도 불구하고 남편이 병문안을 오지 않았단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맞은 편 여자는 20대 중반으로 쌍동이를 임신하고 유산 위험이 있어 입원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근데, 이런 사실은 직접 그녀들의 입을 통해 들은 것이 아니라, 그녀들이 병문안 온 가족, 또는 의사들과 이야기 하는 것을 커튼 안에서 들어서 알게 된 것이다. 결국 퇴원하는 날까지 내 옆에, 내 맞은 편에 입원한 여자들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보지 못했다.

병실은 이렇게 침대별로 360도 돌아가는 커튼이 쳐져있고, 환자들은 모두 밤낮 관계 없이 커튼을 친 채로 생활하고 있었다. ©김민정
필자는 커튼이 너무 답답했지만,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제쳐두지 못하고 커튼 속에서 지내야했다 ©김민정

일주일간의 입원과 퇴원

일주일동안 우리 병실 산모가 여러번 바뀌었지만, 실정은 변하지 않았다. 꼭 막힌 커튼 속에서 산모들은 밥을 먹고, 누군가와 수다를 떨고, 웃었다. 밤이 되면 누군가가 훌쩍이는 소리도 났다. 그럴 때 다들 덩달아 훌쩍거렸다.

하이리스크 산모 6명이 모인 병실. 어쩌면 다들 아픈 무언가를 가슴에 품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한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서로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위로하진 않았지만, 어느밤 모두가 함께 눈물을 흘리던 소리가 나던 그 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싶다.

퇴원하는  날, 의사와 면담을 마치고 병실에 돌아오니, 이런 카드가 놓여있었다. <퇴원을 축하합니다, 다음 번엔 출산 때 뵙죠>라 적혀있다. 손으로 일일이 쓴 카드가 감동이었다 ©김민정

일주일의 입원이 끝나고 무사히 퇴원했다. 남편은 일주일 회사를 쉬고, 매일 병실에 찾아와 주었다. 난 입원하기 전에, 수많은 한국책을 구입했다.

올해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작품집과 베스트셀러라는 <엄마를 부탁해>, <개밥바라기 별>등 10권쯤을 챙겨갔지만, 택도 없이 부족했다. 남편은 그런 나를 위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 아베 고보의 책들을 서점에서 매일처럼 사다주었다.

그는 묵묵하지만, 자상하고,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을 제대로 챙겨주는 사람이다. 남편과 결혼하게 된 이야기는 다음회 <일본인 남편과 결혼하기>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여하튼 일본 산부인과에서의 일주일은 그렇게 지나고, 건강히 퇴원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소설을 한 편 써서 응모했는데, <재외동포문학상 소설부문> 우수상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게되었다.

내가 지금 처한 환경에서, 내게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해나가는 것이 모든 일의 지름길이다. 글을 쓰고 싶었고, 글을 쓰는 걸 좋아했지만, <수상>이란 영광은 누군가 내게 <글을 써도 좋다>고 말해준 것 같아 마음이 놓이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내게 상을 쥐어준 임신이란 사실과 아이란 축복에 다시금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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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1/13 [17:47]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somda 09/11/14 [02:06]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철저한 360도 커튼 또한 저한테는 좀 놀랍네요. 우수상 받으신것도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 일본인 남편분과의 결혼스토리 기대하겠습니다 ! 수정 삭제
인간적으로 너무 조금 준다... 뭐야 09/11/14 [12:21]
애 가져서 배고플텐데
더 달라고 하면 더 주나; 수정 삭제
고생하셨네요 구름마을 09/11/14 [21:13]
어지간한 한국사람이라면 360도 커튼만으로도 스트레스 증가해서 입원이 오래 가겠군요... 고생끝에 낙이라고 상도 받으셨으니 그 기운 받아서 아가도 쑥쑥 자라서 건강하게 태어날겁니다. 수정 삭제
잘 읽었어요. 임주희 09/11/15 [13:24]
한국 사람은 같은 병실 쓰면
음식도 나눠 먹고.. 서로의 사는 이야기도 하면서
나중에 퇴원하게 될때 섭섭해하며 인사하기도 하는데..커튼을 치고 낮에도 지낸다니 놀랍네요.. 다음회도 기대되요..^_^ 수정 삭제
커튼속에서 .. Gomi: 09/11/15 [21:56]
커튼속에서 계속있으려면, 정말 답답할거같은데 말이죠..ㅎㅎ 수정 삭제
입원도 안해봤냐? 적게준다고? 10/01/10 [00:36]
환자가 입원했는데 폭식이라도 하란말이냐?

한국병원도 저거보다 쬐금 더 많이 주지. 별다를바 없단다. 수정 삭제
한국에도 360도 커텐이있어요 사라 10/03/29 [12:49]
제가 한국에 지방에 일반병원에서 일하는데 일반병실에도 커텐다있답니다.
환자들 옷입을때나 중병환자들경우 프라이버시땜에꼭필요하죠
근데 한국에선 커텐치고 지내시는분은 없죠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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