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굴지의 남성 아이돌 기획사 '자니스 사무소'의 창립자 고(故) 자니 키타가와에 대한 성추문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마치 공범이라도 되는 듯 놀라울 정도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방송계내 자니스 사무소의 절대적인 영향력 때문이다. 성추문 고발 목소리에 유일하게 화답하고 있는 언론은 BBC 등 온통 외신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방증하듯, 이달 12일 오전, 도쿄 일본 외국 특파원 협회에서 자니 키타가와의 아동 성추문 피해를 고백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물론 참석자들은 대부분 외신매체 기자들이었다.
이날 '자니스 주니어'(자니스 연습생) 출신의 오카모토 카우안(만 26세) 씨가 기자회견에 등장해 자니 키타가와 씨로부터 당한 성폭력을 고발했다.
자니 키타가와는 2019년 사망했다. 오카모토 씨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습생 신분이라 할 수 있는 '자니스 주니어'로 활동했다. 그는 자니 키타가와의 자택에 총 15~20회 방문했으며 갈 때마다 성폭력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니 씨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고, 내 엔터테인먼트의 세계를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15살에 불과한 나를 상대로 성행위를 한 것은 나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니 키타가와는 소속사 사장으로서의 위치를 이용해 어린 소속사 연습생을 자택으로 불러들여 성기를 만지거나 성관계를 갖는 등 성폭력을 가했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실력순이 아닌, 마음에 드는 연습생을 데뷔시켰다.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 입장에서는 그의 행위를 쉽사리 거부할 수 없었다. 다른 연습생도 모두 공공연하게 겪는 일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그랬다. 일부 연습생에 대한 이같은 성착취 행위는 심지어 그 부모의 묵인하에 진행되었다.
오카모토 씨의 말에 의하면, 본인을 포함해 자니 씨의 자택을 방문한 거의 모든 연습생들이 피해를 겪었을 것이라고 한다. 피해자는 수백여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오카모토 씨는 피해 고백을 하면서도 법적인 조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획사 측이 자니 키타가와의 행위를 깨끗이 인정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자니스뿐만 아니라 일본 연예계에 존재하는 그러한 '성 가해'가 없어지길 바라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니스 측이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일본 언론도 기이할 만큼 관심을 주지 않고 있다. 자니 씨의 성추문이 처음 보도된 것은 1999년 주간지 '주간문춘'에 의해서였다. 일본 연예계의 최정상에 서있는 거물의 성추문은 그야말로 온나라를 흔들 수 있을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침묵했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 탓에 자니 사장의 성추문은 오랜세월 '없던 일'이 되었다.
성추문이 다시금 도마에 오른 것은 자니 씨 사망 이후였다. 구심점이 사라진 자니스 사무소의 내분, 영향력 악화도 하나의 요인이었다. 이 타이밍에 맞춰 피해 고백도 이어졌다. 2023년 3월에는 영국 공영방송 BBC가 관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송해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전파를 탔고 방송내용은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다.
오카모토 씨는 “일본 언론은 유감스럽게도 (성추문을) 보도하길 꺼려한다. 외국 언론이라면 보도해줄 것 같아 외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고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만약 일본 언론이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보도를 제대로 했다면 나 또한 자니스 사무소에 입소하지 않았을 것이고 내 부모도 그곳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일본 언론의 침묵이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냈다고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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