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까지 하면서 도주를 계속해온 일본판 페이스 오프 '이치하시 다쓰야 용의자(30)'가 결국 붙잡혔다. 이로써 지난 2007년 3월 하순 영국인 영어강사 린제이 씨 사체 유기 혐의로 지명수배를 받아온지 2년 7개월만에 그의 도주극은 막을 내렸다. 오사카부 경찰에 따르면 10일 오후 6시 45분경, 오사카시 스미노에구의 난코(南港) 페리 선착장으로부터 "터미널에 이치하시 용의자 같은 인물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대합실 의자에 앉아있는 이치하시 용의자를 발견, 체포했다고 한다. 당시 이치하시 용의자는 갈색 모자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으며, 오키나와 방면으로 향하는 페리에 승선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치하시 용의자는 경찰에 붙잡혔을 때 "내가 이치하시"라고 순순히 본인임을 인정했으며, 스미노에구 경찰서로 연행 뒤 지문 조사한 결과 일치, 체포되었다. 페리 대합실에서도 이치하시 용의자는 저항하거나, 도주시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성형수술한 얼굴이 알려진 후 어느 정도 포기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린제이 씨 아버지 윌리엄 앤 호커 씨는 "일본 경찰 및 보도관계자에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전하면서도 "그는 영원히 구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tv 아사히 | | 이치하시 용의자는 재작년 3월 지바현 이치가야시 맨션에서 영국인 영어강사 린제이 씨를 살해후 베란다의 욕조에 유기했으나, 탐문 조사차 집에 방문한 수사관을 뿌리치고 맨발로 도주, 자취를 감췄다. 그후 2년 7개월간 행방이 묘연해져 자살했다는 소문이 떠도는 가운데 경찰을 비웃듯 도주행각을 계속했으며 현상금도 당초 100만엔에서 최고액인 1000만엔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번달 5일 성형한 얼굴이 경찰에 의해 공개되면서, 그간 행적이 속속 드러남과 동시에 바뀐 얼굴이 일본 전국에 알려져 체포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이치하시 용의자는 07년 3월 잠적후 작년 8월부터 올해 10월 11일까지 기숙사가 딸린 오사카의 한 건설회사에서 1년 2개월간 일했으며, 이때 7-80만엔 정도 저축을 했다고 한다. 이치하시는 건설회사에서 일하면서도 늘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을 되도록 피하고 여권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는 등 해외로 도피할 준비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월급을 받은 뒤 10월 11일 건설회사에서 "일이 있어 나간다"고 한 뒤 모습을 감췄으나, 같은달 24일 나고야의 한 성형외과에서 코를 높히는 성형수술을 한것을 계기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치하시 용의자를 수술한 성형외과에서 경찰측에 수배사진과 달리 그가 성형한 사실을 알렸기 때문이다. 경찰은 성형외과의 자료를 토대로 전문가에게 감정,의뢰한 결과 동일인물임을 밝히고 성형한 얼굴을 11월 5일 공개했다. 이에 일본 신문과 tv의 와이드쇼에서 성형한 그의 얼굴을 대대적으로 보도, 엄청난 양의 제보가 수사본부로 밀려들었다.
▲ 치바현 경찰 수사 본부가 공개한 성형전, 성형 후 얼굴 | | 결국 일본 혼슈를 떠나 오키나와로 향하려고 했던 10일 저녁, 변장한 그의 얼굴을 알아본 페리회사 담당 직원 제보에 의해 체포됐다. 경찰이 성형한 얼굴을 공개한 지 5일만이다. 이치하시 용의자는 원래 고베에서 오키나와로 떠나려고 했으나, 이날 고베에서는 오키나와로 떠나는 배가 없다는 것을 알게됐다. 페리 담당 직원은 오사카 난코항으로 가면 오키나와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후 담당직원은 페리 오사카지점으로 이치하시를 닮은 사람이 그곳으로 갈지 모른다는 연락을 취했고, 결국 오사카 난코 터미널로 향한 그를 알아본 페리 직원의 제보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이치하시 용의자가 체포된 10일 저녁 이치하시 용의자의 부모는 기후현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포는 속죄의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본인이 사건의 진실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죄를 갚아야한다"고 말했으며, 어머니는 "잡힌 것에 감사드린다"고 하면서 이제 안심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린제이 씨 부모에 대해 "(이치하시의) 부모로서 정말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치하시 용의자 체포소식을 접한 영국 외무성 대변인은 "체포가 사실이라면 기뻐해야할 일이며 안심했다. 일본 경찰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로써 일본과 영국을 떠들썩하게 한 린제이 앤 호커(당시 22세) 살해사건은 2년 7개월만에 범인 체포로 막을 내렸다.
▲ "잡혀서 안심이며, 죄송하다"고 기자회견에 임하는 이치하시 용의자 부모. "결코 이치하시에게 도주자금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도피 자금 원조에 대해서는 결백을 주장했다. ©tv 아사히 | | 한편, 부모가 의사인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나, 대학을 졸업한 뒤 특별한 직업없이 니트생활을 해오다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이치하시 용의자가 건설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하면서 100만엔 넘게 돈을 모았던 것으로 드러나 니트생활을 하는 일본 네티즌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 이치하시 용의자 체포 호외 발행 ©tv 아사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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