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가 5월 11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by hiroki.yamamoto ©jpnews | |
"다가오는 중의원 선거의 필승, 그리고 정권교체를 위해 거당일치의 태세를 보다 강고히 하기 위해 대표직을 사임한다."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67)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06년 4월 7일 민주당 제6대 대표로 취임한 오자와는 이후 만 3년을 채우면서 참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등 굵직굵직한 정국에서 자민당과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자민당의 정치력이 저하한 것도 있었지만, 오자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08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에 걸쳐 "차기 총리로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혀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3일 오자와의 정치자금관리단체 리쿠잔카이(陸山会)가 법률로 금지되어 있는 기업(니시마쯔 건설)의 정치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해 당내에서도 마에하라 전대표를 비롯한 소장파로부터 "오자와 대표가 사임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반발을 받아 왔다.
결국 오자와는 11일 오후 3시경 사임할 뜻을 당간부 및 측근들에게 밝혔다. 각 방송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속보로서 오자와 사임을 다루는 자막을 흘려 보냈다. jpnews는 이날 오후 5시에 오자와의 사임기자회견이 민주당 본부에서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해 바로 움직였다.
당본부에 도착한 시각은 4시 40분. 어림잡아 500여명의 기자 및 카메라맨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민당의 최연소 간사장, 가네마루 신(金丸信)의 정치적 후계자였던 오자와 이치로, 수많은 신당을 만들고 또 부수었지만 끝끝내 살아남았던 그의 사임이 얼마나 커다란 뉴스인지 반증하는, 기묘한 열기가 흐르는 현장이었다.
그리고 5시 5분 일제히 플래쉬가 터졌다. 앙다문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선 오자와였지만, 좌우를 한번 휙 둘러보고는 "오늘 제일 많이 온 거 같네"라면서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평소 즉석연설로 유명한 그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자와는 "오늘은 제가 메모를 준비해 왔습니다. 나중에 제군들께도 나누어 주겠지만, 일단 지금은 메모를 소리내어서 읽으려고 합니다"고 말하면서 미리 준비된 메모를 꺼내 들었다. 다음은 그가 낭독한 기자회견의 요약이다.
거당일치(挙党一致)를 보다 강고히 하기 위해
중의원 의원 오자와 이치로
오는 중의원 총선거에서의 필승과 정권교체를 위해 거당일치의 태세를 보다 강고하게 하기 위해 스스로 이 몸을 바치는 뜻으로 민주당 대표를 사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중략)
이번에 있을 총선거는 국민 스스로가 정권을 선택하고, 또 스스로 이 나라와 국민생활을 구할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로 민주당으로는 정권교대를 실현시킬 수 있는 최대의 찬스입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고, 국민생활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를 실현시키며, 일본의 경제와 사회를 근본적으로 재건하는 것, 그리고 정권교체로 인해 일본에 제대로 된 의회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 이 두가지는 민주당에 부과된 역사적 사명이며, 나 자신의 정치가로서의 최종목표이기도 합니다.
일본을 위해서, 또 국민과 민주당은 물론,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 싸움에서 이기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내 단결이 절대 불가결한 조건입니다. 당내가 어지러워져서는 총선거에 승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거당일치로 임하기만 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중략) 연휴중 심사숙고를 거듭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표를 사임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또 결단한 이상 당내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도 연휴가 끝난 오늘 사의를 표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단 국민 생활의 영향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기 위해서 2009년도 보정예산안의 중의원 심의가 끝난 후 신속히 대표선거를 실시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거듭 말씀 드립니다. 새 대표의 통솔 아래 거당태세를 확립하고, 총선거에 승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물론 저역시 그러한 거당태세의 일원으로서 새 대표를 떠받치고, 총선거 필승을 위해서 최전선에서 계속해서 싸워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계속해서 민주당을 지지해 주시기를 마음으로부터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hiroki.yamamoto / jpnews | |
약 5분동안 진행된 오자와의 기자회견문 발표가 끝나자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시작되었다. 대체적으로 시기적 문제, 탈당/의원직 사직여부등 오자와를 비판, 공격하는 뉘앙스의 질문이 주를 이루었다.
오자와는 이런 류의 질문에 처음에는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답했지만, 마지막에 <니혼tv>의 여기자가 "국민들 중에는 오자와 대표의 탈당, 그리고 의원직 사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질문을 하자 "어디 매체? (니혼tv입니다). 아! <니혼tv>도 다시 한번 국민 여론 조사를 충실하게 잘 해보시라"는 비꼬는 어조로 답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몰아넣기도 했다.
실제 3월부터 오늘 11일에 이르기 까지 근 2달간 진행된 일본 미디어의 "오자와 보도"는 마녀사냥에 가까운 부분이 있었다. 저널리스트 다와라 소이치로는
"the journal"에서 운영하는 자신의 블로그에 "검찰이 리크(발표)한 내용을 받아쓰기에 급급한 일본의 미디어들"이라며 "현장기자는 '검찰이 말한 것을 쓰지 않으면 나중에 정보를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다와라는 "오자와 보도의 불공정성은 일본 거대 미디어의 한계를 나타내었다"고 결론지었는데, 11일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오자와의 비꼼 역시 바로 이러한 미디어의 '마녀사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전문은 다음과 같다.
q) 당내의 결속, 거당태세를 강고히 하기 위해 고른 날짜가 왜 이 시기인가? 탈당, 의원사직도 포함해 앞으로의 정치활동에 관해서 말해 달라.
"먼저 여러분들의 보도에 자주 나오는 것처럼 저로 인해 당내가 불안정해지거나 해서는 안된다. 내가 미디어의 비판과 공격을 받는 타겟이라 한다면 나 자신이 떠나는 것에 의해 그것이 사라지고, 결국 모두가 안심할 수 있게 된다. 당내가 이렇게 안정되면 총선거를 위해 거당일치로 싸우는 태세가 가능해 진다. 물론 나도 그 일원으로서 협력하고 싶다. 또 오늘 사의표명을 했다고 정치가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얼마 안 남은 총선거까지의 기간, 대표는 물러나더라도 전력을 다해 당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 q) 사의를 결정하기까지의 경위와 총선거 대책을 위한 활동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골든위크) 연휴동안 천천히 생각해봤다. 선거에 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선거 필승을 위해 그간 닦아온 나자신의 방식으로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q) 대표의 후계를 뽑는 당내 선거는 그야말로 정권교체를 대비한 중요한 대표 선거가 된다. 어떤 대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오자와 본인은 다음 선거에 입후보하는가?
"지금 그만두는 자가 다음 사람에 대해서 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아직 누가 입후보할 지 모른다. 이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 그리고 앞서 말했지만, 내가 정치가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다음 총선거에 이기는 것이 최대의 바람이며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 국민에 있어 필요한 것은 정치의 전환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어느 선거구가 책정된다 하더라도 전력을 싸우고 반드시 이길 것이다." q) 대표 사임후의 새 집행부가 구성되어 그들이 새로운 집행부에 오자와 대표가 들어와 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을 경우 응할 생각인가?
"그러니까 앞으로의 일은 내일부터 시작된다. 멤버도 모를 뿐더러 알 수도 없다. 그러니까 새로운 대표가 되면 어떻게 할꺼다 어쩐다 뭐 그런 가정섞인 질문에 지금은 답할 수 없다. 다만 일반론으로 본다면 당원인 이상 모두가 정한 것은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민주주의니까. 자기가 반대한 법률이라도 다수로 성립된다면 법으로 인정되듯이 다수결에 따르는 것이 선거다. 이 선거에 의해 뽑힌 리더의 명령에 대해서는 나 뿐만 아니라 전원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과연 오자와 대표가 진퇴를 해서 정권교체가 가능할까? 이러한 정세속에서 승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또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민주당이 거당일치 즉 서로가 굳게 손을 잡아 국민에게 호소하면 반드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지금도 민주당은 국민의 이해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것을 더욱더 강고히 하기 위해 q:다시한번 묻지만, 탈당이나 의원사직은 하지 않습니까?
"(질문한 쪽을 쳐다보며) 왜 의원직을 사직해야 하나?" q:헌금사건이라는, 뇌물에 연상되는 이미지를 민주당에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탈당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국민들의 의견이 있는데, 그 조사...
"(질문을 끊으며) 나는 정치자금의 문제에 대해서도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다. 법률에 따라 정확히 처리해 왔다. 또 이번에는 정치적인 책임은 아예 없다. 여러분 매스컴이 도움을 줘서 그 덕분에 내가 3년전에 대표직을 이어받았을 때에 우리 당의 지지율은 고작 한자리대에 머물렀었는데, 그 이후 여러분들의 너무나 친절한 보도에도 불구하고, 20%이상의 지지를 받게 되어 지금은 자민당과 호각으로 경쟁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의미에서 국민 여러분들의 우리 당에 대한 이해와, 그리고 역시 정치는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이해가 진보되었다는 것이 국민들의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이것에 나 역시 미력하나마 조금은 공헌해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당신 어디지, 회사? (니혼tv입니다)
니혼tv에서도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의 의견을 잘 조사해 보세요." q) 3월의 니시마쓰(西松) 정치헌금 보도 이래 이른바 "오자와 때리기"도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오자와 총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다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 목소리에 응할 수 없었다. 지금 솔직한 심정은?
"개인적으로 나를 강하게 지지해 주시는 분들은 내가 민주당 대표로서 총선거에 이기고 또 총리대신이 되는 것을 기원했다고 본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보다는 언제나 민주당이 중심에 있다. 그래서 어찌되었건 이 장기정권, 뿌리속까지 썩은 자민당 정권을 꺽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정권교체 이것이 만약 실현된다면 나 자신의 숙원이 해결된다기 보다, 바로 국민 여러분이 일구어내는 생활 제일의 정치, 국민쪽에 선 정치, 그리고 일본에 있어서 의회제 민주주의의 확립이 적어도 스타트를 끊을 수 있다고 보았다. 지금은 그것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만만 있다면 그야말로 정치가의 숙원, 남자의 숙원이 해결된다고 보고 있다. 긴 시간 들어주어서 고맙다."(끝)
오자와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할 때 "오자와 대표 고맙습니다!", "그만두지 마세요!", "앞으로 힘내십시오!"등의 지지 목소리가 들려오자 오자와는 모든 짐을 내려 놓았다는 듯 홀가분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날 오자와를 물심양면으로 대변해 온 하토야마 유키오 간사장도 사임을 표했다. 하루만에 일어난 넘버1, 2의 사퇴극. 호외까지 뿌려질 정도의 돌발사태였지만, 오히려 민주당 내의 분위기는 괜찮은 기색이다. 민주당 사무국 관계자는 jpnews의 전화취재에 "이제 정권교체를 위해 오자와 전(前)대표가 말했던 것처럼 모두가 일심동체가 되어 밀고 나가면 된다"고 답변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정치 9단 오자와 이치로. 이대로 주저앉을 그릇이 아니다. 그가 과연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본문중 경칭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