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3월 일본 지바현에서 일어난 영국인 영어교사 살인 및 사체유기 사건이 원점으로 되돌아 갔다.
용의자로 지목받고 있는 이치하시 다쓰야(30)가 몇번에 걸쳐 성형수술을 하는 바람에, 경찰이 2년 6개월 전에 뿌린 지명수배 사진과 지금 현재의 얼굴이 전혀 다르다는 신빙성 높은 목격정보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바현 경찰청은 11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살인 및 사체유기 용의로 지명수배를 받고 있던 이치하시 다쓰야 용의자가 성형수술을 되풀이하면서 도망을 계속하고 있다는 유력한 정보가 들어왔다"고 공식발표했다.
<요미우리 신문>(11월 4일자, 석간)에 의하면, 지바현 경찰청 수사본부는 10월 27일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한 병원으로부터 '이시하시 용의자와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정보를 입수, 현장에 수사관을 급파해 병원측으로부터 이치하시의 수술 후 사진을 건네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진을 받아본 수사관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시하시 용의자의 특징이었던 눈썹주위의 형태가 완전히 달랐고 아랫입술도 변했다. 오른쪽 볼에 있었던 점도 사라진 상태. 살도 많이 쪘고 턱수염도 길러서 그런지 몰라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지바 현경은 이시하시가 31일 다시 병원에 올 것이라는 병원측의 설명을 듣고, 아이치 현경의 협조를 얻어 잠복근무에 들어갔지만, 이치하시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지바 현경은 새로운 사진을 토대로 다시 지명수배 포스터를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일본사회를 여러 의미에서 충격에 빠뜨린 대형사건으로, 특히 일본경찰의 빈곤한 수사력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7년 3월 26일 지바현 후나바시 소속의 경찰관은 행방불명 신고가 들어와 있던 영국인 영어회화 교사 고(故) 린제이 앤 호커(22, 여성)에 대한 탐문수사를 진행하던 중 이치하시 용의자가 수상하다는 주위의 정보를 취합해 그가 살고 있던 아파트를 방문했다.
경찰관은 이치하시가 밖으로 나오자 린제이 씨에 관한 내용을 물었고, 순간 이치하시는 도주했고 이후 2년 6개월간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다 (린제이 씨의 사체는 이치하시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발견됐다).
경찰청은 사건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긴급수사본부를 설치했다. 또 올해 7월에는 검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목격정보자에게는 천만엔(한화 약 1억 3천만원)의 현상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천만엔은 일본의 '공비(公費)현상금 제도'가 정하는 가장 높은 금액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뒷북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초기 탐문수사에서 보여준 경찰의 안일한 조사태도가 아니었다면 이미 그때 검거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또한 목격자 정보에 주로 의존하는 수사방식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저널리스트 쓰다 데쓰오 씨는 "이번 사건의 경우 목격자 정보가 (6천건이 넘을 정도로) 워낙 많다 보니까 제대로 된 목격 정보를 추출하는 작업에 엄청난 시간이 뺏긴다. 오히려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치하시는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경찰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늘도 성형수술을 받아가며 도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