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번 주 중으로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하기로 결정하면서도 올여름으로 예정된 올림픽을 꼭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4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을 이유로 수도권 지자체 4곳을 대상으로 한 긴급사태선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7일 열리는 대책회의를 거쳐 최종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긴급사태선언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이며 7일이나 8일 중으로 선언이 발령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달을 예정하고 있지만, 사태 확산 정도에 따라서는 기간이 연장되거나 조치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올림픽을 불과 200여일 남긴 가운데 이번 조치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도쿄 올림픽 개최 조직위 관계자는 일본언론의 취재에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고백했다도 했다.
현재 개최중인 전국 고교 축구 선수권이나 16일 개막하는 럭비 리그도 정상진행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지난해 4~5월 제1차 긴급사태선언 당시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의 이용이 중지됐고 예정된 대회도 줄줄이 취소됐다.
이번 긴급사태선언 조치가 장기화될 수도 있는 만큼 올림픽 개최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적어도 개최 준비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분명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해외 반응이 큰 우려사항"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긴급사태선언에 의해 도쿄가 현재 심각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심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도쿄에 가지 않겠다는 선수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3월부터 테스트 경기가 치러지지만 그 때까지 해외 선수들의 입국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봄 캐나다, 호주처럼 국가 차원에서 선수 파견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관객 수 제한 및 해외 관광객 입국 허가 여부는 봄에야 결정되지만,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올림픽 비관론이 더 커질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와 여당은 올림픽 개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4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감염대책에 만전을 기해 세계속에 희망과 용기를 전하는 올림픽을 실현하겠다"며 강한 개최 의지를 보였고,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5일, 임원회 뒤 기자회견에서 도쿄 올림픽에 대해 "당 차원에서 개최촉진 결의를 내도 될 정도라 생각한다"며 개최를 향한 자신감을 보였다.
긴급사태선언을 앞두고 개최에 대한 생각을 묻자 간사장은 "개최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 오히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물어보고 싶을 정도다"라면서 "스포츠 진흥은 국민 건강으로도 이어진다. 성대한 개최를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하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러한 정부여당의 강력한 개최 의지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개최가 실제 열릴 것인지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여행장려정책 '고투트래블'의 중단 때도, 이번 긴급사태선언도 일본 정부여당은 계속 부인하다가 실행 직전에 와서야 시인하고 결행했다. 이 같은 오락가락 행정이 계속되고 있어 정부의 신뢰도가 떨어진 탓이다.
개최 연기된 작년과 비교했을 때 코로나 확산 상황이 더 낫지 않고 도리어 연일 최다 확진자 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실상 일본 정부가 갑작스레 올림픽 개최 취소 발표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올림픽 개최 200여일을 앞둔 지금, 축제 분위기는 커녕 근심거리만 늘어나는 안타까운 일본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