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추진 중인 소재, 부품, 제조장치 '탈일본화'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21일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강화한 이래 한국에서는 탈일본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역대 정권의 국산화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했던만큼, 일본 정부는 냉담하게 보고 있었지만 관민이 함께 맹렬한 스피드로 대책을 실현해내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신년초부터 한국 언론은 한국화학업체 솔브레인이 초고순도 불화수소 생산능력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로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불가결한 재료다. 그동안 일본기업이 생산을 독점해왔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중요 산업이다. 그만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위기감은 컸다. 순도 99.9999999999%가 요구되는 가운데, 안정공급 가능한 건 일본 기업뿐이라 여겨졌다.
한국 정부는 일본정부에 의한 수출규제강화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냈다. 매년 1조 원의 예산을 들여 3품목을 포함한 20품목은 1년내에, 80품목은 5년 이내에 국산화 및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 조달하도록 목표를 세웠다.
그간 한국정부는 19년에 걸쳐 5조 4천억 원을 투자해 국산화에 나섰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대기업이 품질도 납기도 안정되어있는 일본 기업에서 조달한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았고 한국기업이 굳이 국산화에 나설 필요가 없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 국면에서는 대기업이 솔선해서 '탈일본'에 움직이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국 최대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는 일본에 의존도가 높은 소재나 부품을 약 220가지 선정해 조달처를 일본 이외로 전환하는 '재팬 프리' 대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지금까지 부품소재를 개발하는 중견, 중소기업들이 시험이나 평가를 위해 대기업의 생산라인 사용을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대기업이 솔선해서 생산라인을 개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이 왜 지금에 와서 실현되기 시작한 것일까? 한 관계자는 아사히의 취재에 "시간과 돈을 들이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재나 부품은 이익이 적고 옆나라 일본에서 조달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지금은 정부도 업계도 진지하게 국산화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이외의 기업으로부터의 조달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1월 8일에는 미국 화학 대기업 듀퐁이 규제 3품목 중 하나인 '포토 레지스트'의 생산시설을 한국에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얼 이후, 산업통상자원부가 듀퐁과 직접 투자 유치에 대해 협의했다. 듀퐁은 2800만 달러의 투자를 결정했다.
포토 레지스트의 경우, 지난해 12월 중순 일본 경제산업성이 강화해온 수출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소재, 부품 안정 공급이라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라면서 공급원 다각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 밝혔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관민을 내건 '탈일본' 움직임에 대해 일본 업계 관계자는 "한국여론에 어필하는 면도 강하다. 실제 대기업이 양산레벨로 사용해야지만이 성공이며, 향후 전망은 아직 알 수 없다"며 아직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국 대기업들도 "국산화보다 일본과의 국제분업이 비용도 리스크도 낮출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일경제에 정통한 한국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수출규제로 반도체라는 한국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고, 긁어부스럼을 만들었다. 이번 탈일본은 지금까지에 비해 속도감도 질도 다른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고 아사히는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