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안 가요' 운동의 효과가 현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한 이래, 한국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더불어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일본 안 가요, 안 사요' 운동이다.
일본산 제품 불매나 여행 자제 운동은 사실 지금까지 성공한 전례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이나 기업들은 한국내 일본 보이콧 움직임에 대해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래 못 간다",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었던 것.
그런데 이번에는 심상치 않다. 부정적 관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불매 혹은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 경제의 밥줄인 '반도체'를 쥐고 흔드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것일까. 다들 각오가 남다르다.
실제 그 영향이 일본 각지에서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그 영향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 현저하다.
서일본 지역의 경우, 한국과 가깝고 배로도 드나들 수 있어 한국인 관광객 비율이 특히 높다. 특히 규슈 지역은 외국인 관광객 중 절반이 한국인이다.
이와츠키 마사히로(53) 신임 규슈 운수국장은 24일, 후쿠오카 시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국인의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을 우려했다.
한국 여행회사나 규슈 지자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이후 한국인 관광객이 줄고 있으며, 정치적인 관계악화가 길어지면 큰 영향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규슈 경제에 있어서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하며 관광객 감소 방지책을 강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규슈 하카타 지역과 부산을 잇는 고속선의 경우, 7월 한국인 신규 예약이 예년에 비해 감소했다. 철도회사 JR큐슈의 아오야기 도시히코 사장은 "장기화하면 더 큰 영향 나오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벳부 등의 유명 관광지가 있는 규슈 오이타 현은 7월 중순에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주요 여관이나 호텔 총 24곳에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 3개 시설에서 총 1100명 분의 예약 취소가 있었다고 한다.
한국 저가항공사인 티웨이 항공은 탑승객 감소로 구마모토, 사가, 오이타와 한국 각지를 연결하는 4개 노선의 운행을 9월까지 순차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서일본철도 측에 따르면, 이 회사가 일본 전역에서 운영하는 호텔 19곳의 한국인 예약이 7월 전년동기 대비 30%나 줄었다고 한다.
주력인 버스 사업에서도 영향은 나타났다. 23일 시점으로, 한인 이용객이 많은 후쿠오카 - 유후인 고속버스 노선의 고객이 전년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오사카 지역도 마찬가지다. 오사카 난바 비즈니스 호텔에서는 지난주말부터 한국인 고객의 예약 취소가 잇따랐으며, 반면 새로운 예약은 감소했다. 호텔의 예약 담당자는 "이렇게 영향이 클 줄 몰랐다"며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사카 관광국 국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1월부터 3월까지의 기간 중 한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동기 대비 -13%를 기록했다. 7월 이후에는 아마 일본 전역에서 상당한 영향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며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봤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지역이라고 다르지 않다.
홋카이도의 유명 호수 도야코(洞爺湖) 인근에 자리잡은 '사이로 전망대'에는 항상 한국인 관광객으로 붐볐지만, 7월 들어 한산해졌다고 한다. 한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한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홋카이도 삿포로 시의 조잔케이 온천(定山渓温泉) 호텔은 이달들어 한국인 고객의 예약 취소가 잇따랐다. 단풍철이 성수기임에도 10월 숙박 예약도 저조한 상황이다. 조잔케이 관광협회 측은 "평소 한국 관광객이 많아 영향이 확산될지 걱정이다. 조속히 종래의 우호관계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항공은 홋카이도 신치토세와 서울을 잇는 항공편을 매일 1편씩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이 항공편의 8월 예약이 전년대비 약 30%가량 줄었다고 한다. 홍보담당자는 "한일관계악화가 계속되면 운항편수를 줄이는 등 조치를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돗토리 현이나 여타 지자체에서도 한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지역 경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은 "관광객수 감소와 불매운동, 영향심각"(아사히 신문 25일자), "한국인 관광객 수에 그늘"(요미우리 신문 25일자) 등 여러 기사를 통해 이같은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한국인관광객의 감소로 일본 각 지자체의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 이는 일본 정부에게 압박이 된다.
과연 한국민의 일본 보이콧이 결국 결실을 맺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