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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천황 즉위 뒤 첫 공식석상에 가다
천황의 즉위 첫 대민행사, 14만 명 운집한 그곳에서
 
이지호 기자

일본의 서민들이 천황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그 흔치 않은 기회 중 하나가 바로 '일반참하(一般参賀)'에 참여하는 것. 일본 황실에서 새해 초와 천황 탄생일에 황거를 열어 일반인들을 초대하는 황실 행사다.

 

올해는 드물게도, 5월 4일에 이 행사가 황거에서 열렸다. 나루히토 황태자가 이달 1일, 새로운 천황으로 즉위해 직접 대민 인사에 나선 것이다. 본래는 10월로 계획했으나,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황금 연휴 중으로 앞당겼다고 한다.

 

일본인에게 천황이란 남다른 존재다. 손에 쥐었던 권력은 사라졌지만, 천주교 신자가 교황을 보듯, 신성하고도 종교적인, 마음의 지주라는 상징적인 존재로서 일본인의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이날도 새로운 천황의 즉위를 직접 축하하고자 수많은 인파가 황거에 몰렸다. 그 수 무려 14만여 명. 한 번에 이 인원을 수용할 수 없어 행사를 주관하는 일본 궁내청은 황거 밖에서 대기한 뒤 1시간마다 일정 수를 황거로 들여보내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 일반참하를 위해 기다리는 수만의 일본 시민들     ©Kazuki Ooishi/JPNews 

 

줄이 어찌나 긴지, 아침부터 그 행렬은 인근 도쿄역까지 이어졌다. 줄에 선 사람들에게는 일장기가 배부됐다. 

 

▲ 황거 앞에서 기다리는 일본 시민들     ©Kazuki Ooishi/JPNews 

 

 

이날은 날씨가 상상외로 무더웠다. 주중내내 비가 세차게 내리며 넣어둔 코트마저 다시 꺼내게 만들었던 추위는 온데간데 없었다. 최고기온이 24도를 넘어 초여름을 방불케하는, 반팔 티셔츠가 어울리는 그런 날씨였다.

 

▲ 이날 경비에 나선 경찰들이 군중을 이끌고 황거로 들어가고 있다. 열사병 환자 대처로 오늘 고생한 일본 경찰.   ©Kazuki Ooishi/JPNews 

 

행사장에 인파가 몰리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로 간이 휠체어를 들고 정신없이 뛰는 경찰 인력들이었다. 입술이 새하얗게 변해 한 눈에 건강이상임을 알 수 있었던 작은 소녀부터 고개를 푹 숙인 채 휠체어에 실려 숨쉬기조차 힘겨워하는 고령의 노인까지. 정오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구급차가 등장했다. 도쿄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행사 중 11~83세 남녀 28명이 열사병 증세로 병원에 실려갔다고 한다. 이밖에도 간이 휠체어로 진료소로 향한 이들은 최소 100명은 넘었다. 

 

▲ 천황을 보기위해 맨 앞줄에 선 군중들     ©Kazuki Ooishi/JPNews 

 

 

이날 천황일가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가장 앞 줄에 선 40대 일본 여성은 서서 열심히 카메라 삼각대를 조절하던 취재진에 퉁명스럽게 앉아달라고 신경질을 냈다. 그녀가 말하길,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새벽 6시부터 줄을 섰다고 한다. 그리고 오전 11시에 마침내 소위 '명당'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서기까지 장장 4~5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막상 맨앞자리에 서서 보니 취재진이 시야를 가리고 있다. 성질이 날 만도 하다. 덕분에 일부 카메라맨들은 앉은 것도 선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로 카메라를 돌려야 했다.

 

또한 평소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고 안전상, 또는 미관상으로 제약이 많은 황거 안과 주변에는 자판기나 매점이 단 한 군데도 없다. 따라서 물을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전무했다. 물구경이라고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임시로 마련된 간이 진료소 뿐이었다. 환자가 되어야만(?)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이 더위와 갈증 속에서 이처럼 장시간을 서있는다는 것은 여린 소년소녀, 고령의 노인들에게는 여간 힘들 일이 아니다. 궁내청의 배려가 아쉽다. 다만 본래 5월에는 대민 행사를 할 일이 없고 최근 날씨가 추웠다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그렇게 추측해보는 와중에 그 추측이 맞다는 듯 연이어 발생하는 환자에 경찰대원들이 정신없이 허둥지둥대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 손을 흔드는 새 천황    ©Kazuki Ooishi/JPNews 

 

수만 명의 인파 속에서 드디어 나루히토 천황 부부를 비롯한 황족들이 황거 건물 중 하나인 초와덴(長和殿)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즉위 이래 첫 공식석상에서 천황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정중앙에 마사코비와 함께 섰다. 두 부부는 열광하는 군중에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 중앙에 천황부부, 그 옆으로 아키시노노미야 부부와 두 딸 마코(맨 왼쪽), 카코(맨 오른쪽) 공주     ©Kazuki Ooishi/JPNews 

 

 

 옆에는 아키히토 상황(직전 천황)의 차남이자 나루히토 천황의 동생인 아키시노노미야(후미히토) 부부와 그의 두 딸 마코, 카코 공주도 함께 자리했다. 특히 두 공주는 언론이 그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는 황실의 '아이돌'이다.

 

군중의 시선에서 바라본 발코니의 인상은 한마디로 '형형색색'이었다. 여성 황족들은 일부러 의상 색깔을 맞춘듯 각기 다른 아름다운 파스텔톤 의상을 갖춰 입고 나와 눈길을 사로잡았다. 

 

▲ 형형색색의 파스텔톤 드레스를 입고 나온 천황가의 여성들     ©Kazuki Ooishi/JPNews 

 

 

불과 10미터 거리에서 본 천황은, 그 온화한 미소 뒤에 약간의 긴장도 느껴졌다. 즉위 뒤 첫 공식석상이었다. 부담되었으리라. 그도 사람이다. 

 

잠시 군중과 눈을 맞추며 손을 흔들던 천황은 곧 인사말에 나섰다. 회장에 연결된 스피커 장비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새 천황의 인사말     ©Kazuki Ooishi/JPNews 

 

 

"최근 황위 계승식을 마치고 오늘 여러분으로부터 축하를 받아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기에 계신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과 손을 맞잡고 세계평화를 추구하면서 한층 발전하길 마음 속 깊이 바랍니다"

 

국민의 안위와 세계평화. 이렇게 두마디로 요약되는 그의 말이었다.

 

평소 근린국가와의 우호관계를 강조하고, 바른 역사인식을 주창하던 천황이 이날 세계평화를 이야기하며 인사말을 건네자 군중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각자의 손에 쥐어진 일장기의 파도는 한층 거세졌다. 여기 모인 열광적인 천황지지자들 상당수가 배외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보수주의자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정말 아이러니했다. 천황 등장 직전 중국 취재진에 대한 일부 군중의 민족차별적 언행이 있었던 터라 천황의 말과 군중 성향의 괴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천황과 군중이 직접 얼굴을 맞댄 것은 불과 5~10분여의 시간이었다. 일본 시민들은 이를 위해서 매번 직접 이곳까지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수시간을 기다린다. 군중들의 마음과 성의가 느껴졌다. 

 

▲ 천황 즉위를 축하하는 현수막    ©Kazuki Ooishi/JPNews 

 

 

인사말을 마치고 천황과 황족들은 퇴장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첫 일반참하가 시작된 이래 1시간 간격으로 총 6번에 걸쳐 일반 대중과 천황의 만남이 이어졌다. 다섯번째부터는 천황에게도 보고가 들어갔는지 똑같은 인사말에 "더위에도 불구하고 찾아와주셔서"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이날은 새로운 천황의 첫 공식석상이라는 의미도 있어 취재진의 수도 많았거니와 각국 언론에서도 취재를 나왔다. CNN, 로이터, 블룸버그, AP통신, UPI통신사, 신화사, 독일계 ARD를 비롯해 대만, 싱가폴, 터키 언론도 여기에 가세했다. 이들은 새로운 천황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는 데 여념이 없었다.

 

◆ 천황, 그리고 두꺼운 유리창

 

그렇게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이상하게도 내내 뇌리에 인상깊이 남았던 것은 천황 일가가 서 있던 발코니의 두터운 유리창이었다. 

 

그 유리창은 분명 테러 위협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됐을 터였지만 어딘가 답답해보였다. 그것은 마치 전시관의 쇼윈도우처럼 느껴졌다.

 

패전 이후 천황은 모든 권한을 박탈당했다. 이제는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있을 뿐이다. 최근 일본의 새 연호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천황은 철저히 배제됐다. 이 또한 정치행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 사회에 대한 어떠한 지적이나 비판, 심지어 특정 국가(이를테면 한국)와의 우호를 이야기하는 것마저 정치행위로 간주되어버린다.

 

아베 정권 들어 역사수정주의적 행보의 와중에 역사인식 문제를 언급하면 그것만으로 정권비판으로 간주받아 비난을 들어야 한다. 그저 환하게 웃고 인사하며, 아픈 이들을 보듬는, 그런 국민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만을 보여주어야 한다.

 

▲ 20151223 천황탄생일 일반참가     ©Kazuki Ooishi/JPNews 

 

 

그곳에 천황 자신의 자아는 없다. 마치 수도승과 같은 삶을 평생 살아야 한다. 그게 현재 천황가에게 주어진 책무다. 그 때문에 외무성 엘리트였던 마사코 황후 또한 천황가로 들어간 이후 오랜 세월 마음의 병을 오래 앓아야 했다.

 

수많은 민중들로 둘러싸여 환호를 받지만, 정작 자신들은 틀안에 갇혀 전시물과 같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게 천황가의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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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04 [20:54]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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