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WTO 패소 충격파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이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 데 대해, 일본은 부당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그러나 WTO 상급위원회(2심 최종심)는 이달 11일, 한국의 조치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의 패소였다.
1심에서는 한국의 수입규제가 부당하다고 결론을 냈던 WTO다. 1심의 판결이 뒤엎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승소할 줄 알았던 일본이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무엇보다, 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유증에서 탈피해 인근지역 부흥을 꾀하고자 했던 일본의 움직임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 식품은 안전하다는 일본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일본 정부는 전세계 20여개국 이상이 후쿠시마 인근 지역 식품 수입을 규제 또는 금지하고 있음에도 한국만 콕 찝어 제소했다. 그리고 패소했다. 한국과 WTO에서 소송전을 벌여 일본이 승소한 사례는 그전에도 그리 많지 않았다.
왜 굳이 한국을 택해 패소하느냐는 비판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아베 정권의 '외교 실패'라고 봐도 무방한 것.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 7월 참의원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바로 진화에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판결 다음날인 1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주장이 인정되지 앟은 점은 매우 유감"이라면서 "일본산 식품이 한국의 안전기준을 충분히 충족한다는 결론은2심에도 변함없이 유지됐다", "일본의 패소라는 지적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WTO가 한국의 수입규제 조치를 사실상 용인했다는 점에서 아무리 일본 정부가 부인한다한들, 누가 보더라도 이는 '패소'와 다름없다. 일본 정부가 1심 판결 이후 당연히 승소하리라 생각하고 안일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등 비판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 정부가 취한 태도는 바로, 판결을 내린 WTO에 대한 불만 표출이었다.
아베 총리는 유럽 순방 중이던 25일 밤,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날드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과 회담했다. 그리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해 "시대의 변화를 쫓아오지 못하고 있다. 상급심의 현재 방식도 여러가지 과제가 있다"고 언급하며, 처음으로 WTO 패소에 대해 직접 불만을 이야기했다. WTO의 이번 판결이 부당하며, 2심제인 상급심 제도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문제 제기에 나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유럽 순방 내내 WTO 개혁을 이야기했다. 또한 26일 WTO 회의에서도 각국 대표들 앞에서 상급위에 대해 '기능부전'이라고 작심하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캐나다 등 일부 국가가 일본의 입장에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에 의하면, 미국은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캐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고 언급했다고.
26일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28일에는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의 회담과정에서 아베 총리는 이러한 지지 의사 표명에 직접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아베 총리는 캐나다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WTO 상급위원회에 대해 "분쟁해결에 이바지하지 않는 형태로 결론이 나온다는 논의가 있어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곧 열리는 오사카 G20회의 때 의장국으로서 G20 국가들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오사하 G20회의 때는 한국도 참가한다.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전방위 국제, 국내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그러나 결과를 뒤엎을 수는 없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고 해도 소는 돌아오지 않는다. 다만, 국내정치적으로는 이러한 전략이 먹혀들어간 듯 보인다.
'외교적 실책'에 대한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은 온데간데 없고 WTO에 대한 일본 정부와 언론의 볼멘소리만 남게 된 것.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는 데 그쳤고, 정부 대응의 문제점보다는 WTO 판결의 문제점만을 부각하는 형태로 보도하고 있다. 그나마 비판을 제기하던 '아사히 신문'에 대해 일본 정부는 '날조 신문'이라면서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