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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다시 태어난 인생
보조공학기기를 통한 장애인의 베리어프리 (1)
 
신경호 (동화작가)
언젠가부터 내 이름 뒤에 '동화작가'라는 꼬리표를 붙여 주는 경우가 있다.
 
jpnews에서도 나의 칼럼에 동화작가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난 실제로 동화작가가 아니다.

그저 딸 아이를 위해 한 두편 쓰기 시작한 동화가 운좋게 잡지사에 소개되었고 작게나마 책으로 묶어 선물을 할 수 있었던 정도이다.
 
아무튼 내가 쓴 동화 중 시각장애인이 등장하는 이야기엔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시각을 상실한 등장인물이 컴퓨터를 통해 재활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장면을 묘사하는 이유는 바로 나의 경험이었고 그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나는 컴퓨터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번에 시각장애인의 독서관련 글에서도 말한바 있지만 나는 시각을 상실하기 시작한 이후 몇 년 동안 정보를 취득할 아무런 도구를 갖지 못한 시기가 있었다. 단 한줄의 신문도 단 한권의 책도 보지 못하던 기간을 5-6 년 정도 계속했다.
 
당시 나의 유일한 정보 수단은 라디오 뿐이었다. 시각장애인의 재활 기관이나 방법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라디오 방송을 통해 컴퓨터를 배울 시각장애인을 모집한다는 내용을 들었다. 서울 관악구에 소재한 한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컴퓨터를 강의하며 대상자를 모집한다는 방송을 한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들었던 것이다.

 "시각장애인에게 컴퓨터를 가르친다고? 화면을 보지 못하는데 컴퓨터가 가능하단 말인가?"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라디오에선 분명 그렇게 말하질 않았던가?
 
나는 즉시 해당 복지관에 전화를 해서 내용을 확인했다. 복지관 담당자는 화면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스크린리더)를 통해 시각장애인도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 듀얼 모니터 노트북     ©이승열/jpnews

사실 나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었다. 물론 내가 대학에서 공부를 할 때는 os가 지금의 윈도우가 아닌 ms-dos였던 시대였고 내가 실명을 한 시기는 막 도스에서 윈도우로 넘어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래서 나는 도스 운영체제의 컴퓨터는 충분히 알고 있었으나 윈도우 운영체제의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는 거의 모르고 있었다.
 
다만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은 윈도우는 그래픽 위주 인터페이스였기 때문에 도스와 비교하여 시각의 활용이 훨씬 많다는 정도였다. 전화를 통해 상담을 해준 컴퓨터 교사는 자신도 시각장애인이라며 스크린 리더를 활용하면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컴퓨터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해당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등록장애인이라야 했다.그때까지 나는 장애인 등록도 안하고 있었다. 나는 곧 장애인등록을 하고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내가 배운 것은 '센스리더'라는 스크린 리더를 통해 컴퓨터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센스리더는 화면에 표시된 내용을 음성으로 바꿔서 출력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센스리더는 다른 나라의 많은 스크린리더와 비교해도 결코 기능면에서 손색이 없는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이다. 현재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의 상당수가 이 센스리더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놀란 것은 이 센스리더를 만든 사람도 전맹의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아무튼 난 이 센스리더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우선 스크린 리더의 독서기 기능을 활용하여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인터넷도 가능해졌다. 그동안 정보 습득을 할 방법이 전혀 없던 나로서는 정말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컴퓨터를 배우게 된지 6 개월이 지난 후에는 직업도 가지게 되었다. 실제적으론 직업이라고 할 수 없는 거의 자원 봉사 수준의 일이었지만 내겐 정말 보람있는 일이었다. 그것은 정보문화진흥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 컴퓨터 방문 교육'의 컴퓨터 강사가 된 일이었다.
 
정보문화진흥원에서는 외출이 어려운 1,2급의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의 집을 방문하여 컴퓨터를 강의해주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방문 컴퓨터 교육 사업에 강사를 하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전공을 한지라 인터페이스를 알고 난 후에는 컴퓨터 활용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컴퓨터 강사에 지원했고 가능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현재의 아내를 만났고 컴퓨터 메신져를 통해 한국과 일본에서 원거리 데이트를 하고 결혼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세 살난 딸아이와 이번달 태어난 아들을 위해 동화를 쓴다고 컴퓨터 자판 앞에서 끙끙거리고 있다.컴퓨터 한 대는 한 개인에게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내겐 아니 시각장애인들에겐 정말 삶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물론 내겐 센스리더라는 소프트웨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컴퓨터 외에도 여러가지 보조공학기기들을 이용하고 있다. 페이지나 섹션을 자유롭게 이동할수 있는 음성 도서를 읽어 주는 데이지 플레이어, 텍스트나 워드 문서를 음성과 함께 점자로 바로 출력해주는 장치, 화면의 모든 내용을 음성으로 바꿔서 출력해주는 핸드폰, 스캐너 위에 책을 올려 놓으면 음성으로 읽어주는 소프트웨어등 나와 아내가 활용하고 있는 보조공학기기들은 다양하다.

이런 보조공학기기들은 그래서 장애인에게는 엄청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보조공학과 관련된 환경은 그리 편한 것만은 아니다. 아직 관련 기술의 종류도 충분하지 않고 또 보조공학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계발하는 기업도 매우 소규모인 경우가 많다.
 
또 시장 규모의 한계로 인해 해당 제품의 가격도 매우 비싼편이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인들이 쉽게 구매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기기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아직은 충분치 못하다. 보조공학기기에 대한 체계적인 계발과 정부지원, 장애인에 대한 교육과 지원체계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 일본이 보인다! 일본전문뉴스 JPNews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입력: 2009/10/20 [10:43]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와우 dante 09/10/20 [10:42]
그렇군요.. 컴퓨터 한대가 사람인생을 그렇게 바꿀수 있다니, 기기라는게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엄청 차이가 나는것 같아요. 그나저나, 언제 동화책한권 사러 가야겠네요 수정 삭제
아.. 우드 09/10/20 [11:20]
사실 저런 부분에 대해 생각한적이 있기는 한데.. 당장 저의 일이 아니니 잊고있었다가 덕분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수정 삭제
뭔가 의심스럽네 뭔가 이상하네 11/10/13 [15:27]
장애인 등록했다는 사람이 점자를 배우지 않고 지냈다? 오히려 컴퓨터 관련으로 복지관에 문의전화?
점자도 사용못하는 사람이 시각장애인 교육을 가르치는컴퓨터 강사로 활동? 근데 점자도 못읽는다는 하며 자신이 쓴 책을 낭독못한다고 가수 유열씨에게 낭독 이건 시각장애인들을 진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되네요.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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