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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손인형 장인, 30년만에 이룬 꿈!
[인터뷰] 추억을 담아내는 닮은 꼴 손인형 공방 "쇼우키치"를 가다
 
김현근 기자
일본의 전통적인 인형이라고 하면 무표정에 검고 긴 눈매, 그리고 화려한 기모노를 떠올리거나 여자아이를 위한 히나인형(雛人形)이 뇌리를 스칠 지도 모른다. 대체적으로 차가운 인상이다.
 
그러나 도쿄 야나카에 있는 손인형공방(工房) 쇼우키치(笑吉)에 가면 일본인형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진다. 익살스런 표정의 노인들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거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이곳을 찾는 사람을 맞이한다. 
 
이곳은 손가락을 끼워서 움직일 수 있는 손인형을 제작, 판매하는 곳으로 인물 사진을 보내면 그 인물의 닮은 꼴(캐리커쳐) 인형을 만들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부모나 친구 등 친분이 있는 사람 중에서 제작을 원하는 인물사진을 보내면 쇼우키치 장인인 쓰유키(露木) 대표가 직접 꼼꼼하게 만들어준다. 현재 5-6년분량의 손인형 제작이 예약되어 있어 몇년간 주문조차 받지 못할 만큼 인기다.   
 

▲ 쇼우키치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jpnews는 자칭 일본 유일의 닮은 꼴 인형을 제작하는 쇼우키치를 찾아 인기 이유와 손인형 장인 쓰유키(露木) 대표의 인생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 인형 공방에 왜 아이들 그림이?
 
스튜디오에 찾아가니 그 동안 쓰유키씨가 만들어놓은 인형 뿐 아니라 현재 주문을 받아서 철사와 점토로 제작되고 있는 인형, 그리고 곁들여 판매하는 다양한 상품도 놓여 있었다.  스튜디오 중앙에는 인형이 등장하는 무대와 15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작은 의자들이 빽빽하게 놓여 있어, 이곳이 인형극도 공연하는 장소임을 알게 한다.

▲쇼우키치 대표 쓰유키 씨    ©jpnews
그런데 입구에서 왼쪽 벽면을 보니 아이들이 그린 것 같이 보이는 그림들이 여러장 붙어있었다. 손인형 제작 공방에 아이들 그림이라니. 스튜디오 벽면에 붙어있는 아이들 그림이 붙어있는 이유는 뭘까.

"부모님이 원래 부인복 봉제업으로 공장을 운영했습니다. 저는 그 사업을 물려받았습니다만, 얼마 안돼 채산성이 맞지 않아 사업을 접었습니다. 그래서 임시로 다른 봉제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거기가 나름 다닐만해서 계속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봉제공장 일을 하면서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그림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부업으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쳤다.  
 
"봉제공장에 취직함과 동시에 아이들 그림 교실도 같이 시작했습니다. 30년전입니다. 원래 저는 취미로 유화를 그리기도 했는데, 이 그림 교실을 하면서 아이들과 여러가지 만들기(工作)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손인형을 우연히 만들어 보았는데 의외로 재미 있어서 제 자신이 인형만들기에 빠져들고 말았죠."
 
그는 아이들 그림 교실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손인형과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저는 원래 캐리커쳐나 만화 같은 부분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인형 자체에 흥미를 가졌다기 보다는 움직이는 인형에 관심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를 움직여서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주거나 그런 분위기를 내는 게 참 재미 있더라구요."
 
그렇게 아이들에 그림을 가르치면서 봉제공장일을 하는 이상한(?) 동거를 30년이나 계속해오던 어느날, 인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그럭저럭 다닐만 했던 봉제회사가 도산하기 직전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9년전 일이다.


▲ 쇼우키치 손인형    ©jpnews

■ 재미로 만들던 손인형이 구세주로 등장하다

쓰유키씨의 나이는 당시 50대 중반. 아직 가장으로서 생계를 꾸려나가야했다. 
  
"그 때 다니던 회사가 정말 망하기 직전이었습니다. 근데 손인형 이런 걸 만들다보니 가족들로부터 그런 걸로 밥먹고 살 수 있겠냐며 비아냥과 비난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그 나이에는 뭐 더 이상 할 것도 없어서 숨어서라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때때로 친구나 지인들이 ‘야, 이건 정말 재미있으니까 계속 해봐라’라며 용기를 불어 넣어 주었죠. 그렇게 계속 만들다 보니 어느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어요. 꾸준히 계속 하니까 평가를 해주는 사람이 생긴거죠." 

그렇게 생계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손인형 만들기를 매우 좋아했던 그에게 전기가 찾아온다. 사람들 사진을 받아서 닮은 꼴 인형을 만든다는 소문을 듣고 nhk가 2년전 스튜디오에 찾아온 것이다. 이때 nhk가 닮은꼴
인형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주문한 고객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일체의 과정을 35분간에 걸쳐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것이다.
 
"다큐멘터리보다 방송 내용에 사람들이 감동한 것 같습니다. 내용은 한 고객이 죽은 친구의 닮은 꼴 인형을 만들어달라고 했고, 완성된 인형을
죽은 친구의 부모에게 선물로 전해주었습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던 부모가 딸의 얼굴을 한 인형을 받자 '딸이 살아돌아왔다'며 눈물을 훔쳤는데 이게 사람들 마음을 울린 것 같아요."
 
방송이 나간 뒤 2주간 쇼우키치에 전화가 쇄도했다. 그리고 5-6년간의 주문 예약이 끝났다. 이 방송을 계기로 쇼우키치는 일약 손인형계의 스타가 된다. 또한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면서 생계 걱정이 봄날 눈녹듯 사라져버렸다.
 
"정말 이걸로 밥 먹고 살 수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nhk 덕택이죠"
 
웃으면서 2년전 일을 회상하던 쓰유키 대표. 그 후로  매년 10번 정도는 민영방송국에서 취재를 해간다고 한다.  손인형을 주문하는 고객도 홋카이도부터 규슈까지 일본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 인기는 해외로까지 이어져 프랑스, 대만 tv에서도 취재를 다녀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방송 덕택이라고만 할 수 없다. 의뢰한 손님의 초상권 때문에 사진 촬영은 할 수 없었지만 실물 사진을 보고 제작한 닮은 꼴 인형은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즉 그 만큼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린 인형제작솜씨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 쇼우키치에서 제작중인 닮은 꼴 인형 (주문 제작).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쇼우키치에서 제작하는 손인형의 특징이라면 의뢰한 사진과 닮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손가락을 넣어서 움직일 수가 있다는 점이다. 옷 안에 손을 넣으면  마치 대화를 하듯이 다양한 포즈가 가능하므로 선물을 받은 쪽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이런 닮은 꼴 인형을 주문하는 것일까. 
 
"원래는 자식이 부모님 환갑 축하나 장수 선물로, 혹은 정년퇴직 축하하기 주문을 했으나 요즘에는 주문이 밀려서 그런  이벤트에는 거의 납기를 맞출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현재 주문 물량의 60% 이상이 이미 돌아가신 분들입니다. 절반 이상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들어달라거나, 사별한 남편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주문입니다. 또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이나 딸에 대한 슬픔을 가진 부모가 만들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더 이상 만날수 없는 이승의 인연을 닮은 꼴 인형으로 사람들이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닮은 꼴
손인형 1 개당 값은 3만엔으로 한달에 10개 정도 혼자서 만든다고 한다.  봉제업에 종사한 덕에 의상도 직접 만든다.
 
원래 전화 한통이면 예약이 가능했지만 아쉽게도 요즘엔 워낙 밀려있어 지금은 주문 자체를 못받는다고 한다. 

■ 쇼우키치의 또다른 매력? 인형과 나누는 대화

쇼우키치 인형공방의 매력은 단순히 인형제작 뿐은 아니다. 실제로 쓰유키 씨가 직접 대본을 쓰고 구성한 인형극을 직접 공연하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 쇼우키치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인형극은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 공휴일에 제작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는데 공연 관람을 원하는 손님이 3명 이상만 있으면 시작된다. 스튜디오 안은 보통 15명이 앉을 자리가 있으나 많으면 30명이 들어와 서서 보기도 한다. 평일에는 평균 4-5회, 주말에는 더 많이 공연이 이루어진다.
 
"인형극을 보러 외국인들도 종종 이곳을 찾기도 합니다. 이 공연을 본 일본인이  재미있다고 데리고 오는 거죠. 언젠가는 학교 선생님이 한국 유학생도 데리고 와서 보고 갔어요."
 
스튜디오 무대 옆 벽에는 10개의 테마로 30분간 상연되는 인형극 제목이 차례로 적혀 있었다. 자세히 보니 한가지 익숙한 단어가 눈에 띄었다. '겨울연가(冬ソナ)'. 
 
그런데 제목이 정확하게는 '50년후의 겨울연가(50年後の冬ソナ)'다.
 
"4년 전에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인기가 있을 때 우연히 이야기를 만들어서 공연을 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인기가 있어 지금도 계속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습니다."
 
쓰유키 씨는 웃으면서 '겨울연가' 인형극이 만들어진 계기를 설명한 뒤 직접 공연을 시연해보였다. 공연 내용은 50년 후의 준상, 유진이 눈사람을 만들면서 투닥거리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린 것이다. 그런데 왜 50년후일까.
 
"제가 만든 인형은 대부분 노인입니다. 왜 노인 캐릭터를 주로 만드냐면 여러가지 표정을 내는데는 노인이 훨씬 다양한 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젊은 사람보다도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되어버립니다. 겨울연가도 그래서 50년 후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인형극을 해보면 젊은이보다 기력이 쇠한 노인이 원기왕성하게 움직이는 편이 훨씬 재미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스튜디오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인형들의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그에게 손인형극만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관객들에게 인형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싶어요. 내용이 여러가지로 만든 다음 거기에 맞는 연기를 할 때 제가 의도한대로 손님이 즐거워하기도 하잖아요. 전 정말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보람도 그 때 제일 많이 느낍니다. 자기가 재미있다고 느꼈을 때와 같이 손님들이 느껴줬을 때 말이죠"
 
▲ 50년후의 겨울연가 시연 중 / 잘 보면 배용준과 최지우의 50년 후를 상상한 캐럭터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쓰유키 씨는 인형극 공연차 지방출장도 종종 간다. 현재 5년째 나가노현에서 열리는 '인형페스티벌'에 초청되어 하루 4회 ,이틀간 8회 공연을 한다. 부정기적으로 하는 공연으로는 새로 만들어진 쇼핑몰이 이벤트를 할 때 출연하거나, 개인이 파티할 때 부르면 간다고 한다.  
 
취재내내 인형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마다 소년처럼 웃는 쓰유키 대표. 주문 제작 인형 외에 시간이 날 때마다 개인적으로 인형을 만들 때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특별히 이런 것을 만들겠다는 것보다 만들어서 제 자신이 보고 웃을 수 있는 인형, 보기만 해도 익살이 생기는 얼굴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 얼굴은 여러가지 포즈를 취해도 그럴싸한 표정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되도록 그런 느낌이 들도록 노력합니다."

 
"따로 그림으로 캐릭터 원안 같은 것을 그려놓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따로 모델이 없고 인기가 있던 인형을 참고로 만들기는 하지만 제가 만드는 인형 하나하나가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 됩니다. 그 나름의 매력이죠."
 
젊었을 때 우선은 먹고 살기 위해서 봉제공장에서 일했다는 그는 지금까지 인생 중에서 손인형을 만들때가 제일 즐겁다고 한다.

쇼우키치는 사실, 일본 신문에 정치인 인형을 만드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있다. 그러나 쓰유키 대표는 정치인 닮은 꼴 인형을 만든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건 그냥 간판용으로 유명인을 만들려고 생각하다가 우연히 고이즈미 씨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수상이 너무 자주 바뀌다 보니 새로 만들지 않을 수 없어 하토야마 수상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추가로 다른 정치인을 만들  생각은 없어요."
  
그래도 만약 앞으로 유명인을 더 만든다면?이라고 묻자, 그는 '오바마 대통령을 만들까 생각중이라고 한다. 그 이유도 단순했다.
 
"대통령이 일본 수상보다 5년으로 임기가 길잖아요? 그럼 새로 안 만들어도 되니까요!"
 
▲ 쇼우키치에서 제작한 고이즈미부터 하토야마까지 역대 수상들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혹시 도쿄에 올 일이 있다면 지하철 치요다선 센다기(千駄木)역 근처의 쇼우키치 공방에 들러보자. 쓰유키 대표가 직접 30분동안 공연하는 손인형극(1회 500엔)을 감상할 수도 있고 손인형에 직접 손을 넣어서 인형연기를 해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 오면 소년의 웃음이 가득한 노인 캐릭터를 마음껏 만날 수 있다.  

 
 ■ 쇼우키치 이모저모

▲ 쇼우키치 장인 쓰유키 씨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 쓰유키 대표가 하토야마와 아소 손인형으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야마모토 히로키 /jpnews
▲ 일반적인 손인형은 조그만 무대에서 연기를 하기 때문에 손 아래부분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의상을 길게 만들지만 쇼우키치 인형은 장식용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하단 의상이 짧게 만들어져 있다는 게 특징이다. ©야마모토 히로키 /jpnews
▲ 겨울연가 시연 중     ©야마모토 히로키 /jpnews
▲ 쓰유키 대표가 재미로 만들어서 전시하는 인형들. 3000엔에 전시를 해두고 있으나 만들자 마자 팔려서 몇개 안남았다    ©야마모토 히로키 /jpnews
▲ 정확한 명칭은 '손가락 인형 쇼우키치'     ©야마모토 히로키 /jpnews
▲쓰유키 씨가 연기하는 손인형이 직접 인물 캐리커쳐를 그려주기도 한다. 우선 큰 윤곽은 사인펜으로 쓰유키씨가 직접 그리지만, 그것이 끝나면 인형이 대신 펜을 잡고 색을 칠해준다  ©야마모토 히로키 /jpnews
▲ 공연은 3명 이상 30분에 500엔, 초등학생 이하는 무료     ©야마모토 히로키 /jpnews
▲ 쇼우키치     ©jpnews
▲ 쇼우키치 대표 쓰유키   ©야마모토 히로키 /jpnews


쇼우키치 홈페이지 
http://www.tctv.ne.jp/taito21/shoukichi-fan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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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19 [10:30]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우와.. 멋지다 dante 09/10/19 [11:00]
아.. 정말 멋진 영감님이시다.. 쩝 나도 배우고 싶은.. 수정 삭제
NHK에 방송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가르릉 09/10/19 [12:57]
그때 정말 재밌게 봤는데 이렇게 기사로 보게 될 줄이야!!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수정 삭제
어느곳이든 ;;; BIeu 10/10/09 [14:04]
장인은 고독하구나 수정 삭제
Choose a job you love, and you will never have to work a day in your life. - Confucius Guarnieri del Gesu 11/05/29 [11:57]
즐기며 좋아하는 직업을 택하면 평생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된다. - 공자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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