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한 뒤 귀국하자마자 제2차 세계대전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의 행보에 일본 언론들과 여당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아사히 신문은 30일 '진주만은 뭐였나'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나다 방위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날 아베 총리가 버락 오바다 대통령과 진주만을 찾아 미일의 화해를 강조한 직후라고 밝히면서 이나다 방위상이 동행한 진주만 방문으로 '일본의 과거사를 둘러싼 문제는 청산되었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큰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나다 방위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후 기자들에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경의와 애도를 표한다는 건 어느 나라도 이해를 해 주실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직계 가족이나 지인을 애도하는 유족과 일반 사람들이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건 자연스러운 행위지만 "총리를 비롯한 정치 지도자의 참배가 되면 그 의미는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아사히 신문은 야스쿠니 신사에는 젊은 이들을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전쟁터에 보낸 A급 전범이 합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또 이 곳에는 정치가가 참배하는 것으로 분리해 생각하지 않는 유족도 있다면서 중국, 한국, 나아가 구미 등 국제 사회에 일본이 과거의 전쟁 책임에서 눈을 돌리려 한다는 의심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아시아를 포함한 국제 사회와 진정한 의미에서의 '화해'를 목표로 한다면, 이나다 방위상의 참배를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중국과 중국이 이나바 방위상의 야스쿠니 참배에 반발하고 있으며 각국과의 연계 및 방위 교류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나다 방위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배경에 대해 "아베 정권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에 대한 배려 때문"이라고 밝히면서도 다만 하와이 진주만을 동행한 아베 총리가 미일의 '화해의 힘'을 강조한 직후의 참배는 이해를 얻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한중 양국과의 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고, 여야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실제 자민당 간부는 이날 "총리가 이나다 씨를 기용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방위상으로는 부적격하다"고 비판했다.
자민당의 방위상 경험자도 '진주만에서 화해를 강조한 다음날 참배로 미일 모두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됐다"며 날을 세웠다. 방위성 관계자는 "모처럼 쌓아 올린 중국이나 한국과의 교류가 멈출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공명당 간부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 한국과의 화해는 어떻게 해야할지, 정치인으로서의 자세가 의문시된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민진당의 노다 요시히코 간사장은 "진주만에 동행 한 직후의 참배가 무슨 뜻인지 내외에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이나다 씨의 설명을 요구했다. 민진당의 렌호 대표는 "미국과 일본의 정상이 (하와이 진주만에서) 부전의 맹세를 한 직후이므로 다른 메시지로 미국에 닿지 않는지 우려된다"며 그의 행보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미 국무부 당국자는 아사히 신문의 취재에서 이나다 방위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모든 관련국에게 치유와 화해를 촉구하는 방식으로 역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반복해 강조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사히 신문은 이에 대해 중국이나 한국 등의 반발을 고려해 자제를 요구 한 형태라고 분석했다. 또 화해의 힘을 강조한 아베 총리와 동행한 이나다 씨의 행보를 미국 정부가 무겁게 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도 했다.
미 경제매체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나다 방위상이 진주만 방문 직후에 참배 한 사실을 강조하고 "이웃 나라로부터 군국주의의 역사를 미화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신사를 방문했다"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