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허브 공항으로 정착한 인천 국제 공항을 의식한 발언이 일본의 고위급 장관으로부터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성 장관은 12일 하시모토 도오루 오사카 지사와의 회담에서 2010년 10월에 재확장 공사가 완료되는 하네다 공항에 대해 "24시간 이용가능한 국제적 거점 공항으로 만들고 싶다"는 하네다 국제 허브 공항 구상을 명확히 밝혔다.
허브 공항은 세계 각국의 국제선 항공로와 연결돼 그 공항의 주변지역으로 다시 비행노선을 중계하는, 이른바 '거점 공항'을 의미한다.
일단 허브 공항으로 정착되면 공항이용료의 징수등 눈에 보이는 경제적 수입 뿐만 아니라 주변지역을 아우르는 물류산업의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용이한 접근성으로 인해 국제적인 컨퍼런스도 자주 열릴 수 있어 국가 브랜드의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뉴욕 케네디 공항, 파리 샤를르 드골 공항등이 세계적 허브 공항으로 꼽히며 아시아에서는 인천 국제 공항, 싱가폴 창이(changi) 공항이 유명하다.
▲ 과연 후발주자 하네다 공항이 국제 허브 공항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 이승열/jpnews | |
이번 마에하라 장관의 발언은 인천 공항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도쿄 신문> 13일자 석간에 따르면 마에하라 장관은 13일에도 기자회견을 가지고 "내제분리(内際分離) 원칙에 빠지는 바람에 지금 일본에는 허브 공항이 없는 상태"라면서 "일본의 허브 공항은 한국 인천 공항"이라고 하네다의 허브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마에하라 장관이 여기서 언급한 '내제(内際) 분리' 원칙은 1978년 나리타 공항 건설 때부터 나온 말로 '국제(際)선은 나리타 공항, 국내(内)선은 하네다 공항'이라는 원칙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고도성장과 버블경제로 인해 늘어나는 항공물량을 국내와 국외로 나누어 효과적으로 소화하겠다는, 수도권 2개 공항의 내제분리론은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점차 허브(거점) 공항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내제분리론의 원칙에 빠져버린 나리타와 하네다는 시대의 흐름에 뒤쳐져 버리고 말았다.
그 사이를 치고 나온 것이 한국의 인천 국제 공항이었다. 인천 공항은 국가적 전략사업의 하나로 기획돼 지난 2001년 3월 개항한 이래 불과 8년만에 세계적 수준의 허브공항으로 발전했다.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인천 공항은 43개국 124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으며 연간 3,142만명이 매주 1787편의 항공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나리타 공항은 연간 승객수는 3,548만명으로 인천 공항을 앞지르지만 40개국 94개 도시에 매주 1552편의 항공기가 운행돼 인천 공항에 비해 235편이나 적다.
허브 공항인지 아닌지를 따질 때는 공항이용객보다 취항도시와 항공편수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공항이용객의 경우 그것이 허브 공항에서의 이용객인지 아니면 내국인의 이용객인지 제대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비슷한 아시아의 허브 공항인 홍콩 공항과 싱가폴의 창이 공항을 보면 알 수 있다. 홍콩 공항의 경우 43개국 112개 도시에 매주 2650편의 항공편수이며, 창이 공항은 43개국, 115개 도시, 2379편이다. 이들과 비교해 볼 때 나리타 공항의 편수는 허브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다.
몇십년 후발주자였던 인천 공항의 성공한 허브 공항화에 경계심을 느낀 마에하라 장관이 1년 앞으로 다가온 하네다 공항의 재확장 공사 완성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허브 공항 구상'을 전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에하라 장관이 하네다 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키우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지방도시에 연결되는 전철노선이 다양하다.2. 나리타 공항에 비해 도심에서의 억세스 편리성이 높다.3. 재확장으로 인해 이착륙 횟수가 연간 30만회에서 41만회로 늘어나며 최저 3만회 이상의 국제선 이착륙이 가능해 진다 (이후 상황에 따라 상향조정 가능). 하지만 마에하라 장관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각 지자체 단체장들은 즉각 우려를 나타냈다.
먼저 나리타 공항이 속해있는 지바현의 모리타 겐사쿠 지사는 "하네다와 나리타가 공존하는 것이 일본의 국익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면서 하네다 공항'만'의 허브화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지역의 국제공항인 간사이 공항과 쥬부(중부) 공항 지역에서도 하네다 우대 정책에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간사이 공항의 관할 지자체인 오사카의 하시모토 도오루 지사는 12일 마에하라 장관과의 회담을 끝낸후 "마에하라 장관이 간사이 공항을 허브화 시키지 않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앞으로 계속 돈(예산)을 쓴다는 것은 이상하다"면서 간사이 공항에 예산편성을 하지 않을 의향을 밝혔다.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려는 중앙정부의 의지와 지역의 안녕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지자체 간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지속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