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매운 음식 천국이다. 뽀얗고 담백한 국물이 일품인 설렁탕이나, 한 여름 시원함을 책임지는 냉면의 옆에도 어김없이 매운 양념장이 놓여져 있다. 한국인들 중에는 음식의 본래 맛과는 상관없이 맵고 짜고 얼얼함 그 자체를 좋아하고 즐기는 이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한국에는 매운 음식 전문점이라는 말이 사실 무색하다. 매운 맛을 배제한 한국 식당이 과연 있을까. 있다고 하더라도 고춧가루가 들어간 배추 김치 깍두기는 내놓지 않는가?
이런 우리와는 반대로 "일본인은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는 식의 오해가 있다. 사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일본인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진 않는다. 당장 일본 음식 관련 예능만 보더라도 매운 라면, 매운 우동, 매운 카레, 매운 스튜, 매운 아이스크림 등 매운 음식만을 취급하는 전문점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괴로움을 참는 리액션, 그러면서도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이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도대체 얼마나 맵길래,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식으로 말이다.
일본 대중음식점에서 고춧가루가 들어간 매운 음식은 사실 찾아보기가 어렵다. 기껏해야 음식에 뿌려 먹는 시치미에 고춧가루가 조금 들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매운 음식은 전문점 형태로 일본에서 꽤 인기리에 영업 중이다. 한국의 중국집은 산둥(노채)식 짜장면 집이 대중화되었다면, 일본은 토마토케찹을 쓴 칠리새우(물론 본토요리는 아니다)의 광둥식 요리나 맵고 아린맛을 내세운 마파두부, 맵고 신 신라탕의 사천(산채)요리 전문점이 대부분이다. 그 중 마파두부는 카레, 군만두만큼이나 일본인에게는 친숙한 소울푸드다. 일본의 편의점과 슈퍼마다 마파두부 레토르트가 몇 종류씩 있을 정도다. 단지 일상적으로 먹지 않을 뿐이지, 일본인이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순전히 한국인들의 오해다.
심지어 매운 음식만을 위한 축제도 있다. 올해 4회를 맞이한 "매운 음식 축제"에는 일본 전역의 매운 음식 전문점들이 참가한다. 도쿄도 신주쿠구 오오쿠보 가부키쵸 특설 회장 (오쿠보 공원)에서 8월 25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 매운 음식 축제 2016 / EXTRA HOT and DELICIOUS 2016 ©JP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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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일정을 알리는 홈페이지에는 "점막의 통증에 동요할 것"이라며 주의를 요하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매년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올해에는 6일 동안 최대 규모의 전문점들이 참가한다고 한다. 매운맛 매니아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붉은 항아리(赤い壺)>와 <사프란 이케부쿠로(サフラン池袋)>,<무사시노 우동 후지와라(武蔵野うどん藤原)>가 출점할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한껏 끌어 올리고 있다.
입장은 무료지만 시식을 할 수 있는 쿠폰은 행사장 내에 비치돼 있는 발매기에서 구입할 수 있다. 요리의 규모에 따라 800엔, 1000엔, 1200엔 짜리 쿠폰으로 나뉘어져 있다. 또한 세븐 일레븐 편의점에서는 50엔을 할인해주는 쿠폰을 판매하고 있다.
▲ 무사시노 우동 후지와라의 도쿠로 우동 © 매운 음식 축제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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