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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 로봇가전 흑역사 (10회)
 
김명갑

사부로가 제대로 움직이게 되자 사사키 후미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눈물은 이미 오래전에 말라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아키라가 갑자기 가슴을 부여 잡고 거실 바닥에 쓰러진 날, 구급차는 한 시간이 훌쩍 넘어 도착했다. 집이 도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진 데다 나비게이션에도 잘 나오지 않는 후미진 곳에 있어서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문득 후미에는 그 한 시간동안, 만약 미나 같은 사람이 집에 함께 있었다면 아마도 아키라는 살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더욱 눈물이 났다. 남편 생각이 간절했던 것이다. 그동안 자신의 인생에 한 번도 가정이나 후회 같은 걸 해본 적이 없었으나 그러나 이날만은 어쩐지 예외였다.

 

“미안, 기뻐서 그래요.”

야스다는 눈물까지 흘리는 후미에를 보며 슬그머니 걱정이 됐다. 사부로가 제대로 움직이는 마당에 과연 새로운 로봇 청소기를 구입할까? 설사 계약을 했다 하더라도 물건을 받기 전까지는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미나가 한 행동이 도의적으로 옳다는 건 안다. 후미에에게 있어 사부로는 로봇 청소기가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까.

 

그래도 은근히 걱정이 되고 답답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에게는 실적이, 생활이 걸려 있는 문제였다. 그의 표정을 읽은 것인가. 미나가 공구 박스를 정리하다가 희미하게 웃으며 후미에에게 물었다.

 

“다행이네요. 새로운 녀석의 이름은 정하셨어요?”

미나가 갑자기 물어오는데도 후미에는 전혀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네. 예전부터 생각해 둔 이름이 있어요.”

“뭔데요?”

“시로(四郎). 사사키 시로(佐々木四郎)예요.”

결국 네 번째 자식이라는 의미였다. '시로'라고 이름을 정했다며 환하게 웃는 후미에를 보자 미나는 가슴 한쪽이 찌르르 울리는 것을 느꼈다. 이 감정은 도대체 무엇일까. 

 

“미안. 스틱이라 운전하기 힘들지 않아?”

“저는 수동이 운전하기 더 편해요.”

야스다는 보조석에 앉아 잠들지 않으려고 억지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몸에서 매실과 알코올 향이 났다. 야스다는 후미에가 담근 매실주를 5년만에야 겨우 마셔 볼 수가 있었다. 그래, 이런 맛이었구나. 머리가 아팠다.

 

“졸리면 좀 주무세요.”

“아냐. 운전시키는 것도 미안한데.”

“오늘... 죄송해요. 저 때문에 계약 힘들어질 뻔했다는 거 알아요.”

야스다는 괜찮다고 말하려 하다가 그녀의 속 마음이 궁금해져 물었다. 의도치 않게 조금 퉁명스러운 톤이 흘러 나와 야스다는 말하고 나서 조금 당황했다.

 

“그래. 오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거야. 우린 같은 코지마 구미(小島組)니까, 그러니까 그냥 시원하게 말해 줬으면 좋겠어. 

미나는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로봇 청소기 안을 뜯어서 고치는 건 생각보다 쉬워요. 처음 배우는 게 어렵죠. 기판에 박힌 회로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면, 그 뒤론 좋아하는 소설책을 읽는 느낌이랄까요.”

 

‘확실히 괴짜야.’

 

“그걸 1년 동안 보고 있으니까, 이걸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알고 싶어졌어요. 정말 청소를 누가 대신해 주길 바라는 사람들일까. 단순히 로봇 로망이 있는 오타쿠일까. 저는 로봇 청소기를 좋아하지만 집이 작아서 전혀 필요하지 않거든요. 선배님은 로봇 청소기 쓰시나요?”

“실적 때문에 두 세대 구입한 적이 있는데, 포장도 뜯지 않고 쌓아뒀다가 실적 올리고 나서 환불했어. 집에 갈 시간이 없으니 쓸 일이 없기도 하고. 이를테면 나한테 녀석은 금덩이같은 존재라 교환가치는 있어도 사용가치는 거의 없달까.”

“선배도 마르크스 같은 소리를 할 줄 아네요.”

“히노 선배 입버릇이었어.”

 

야스다는 눈을 감은 채 미소 지었다.

 

“오늘 사사키씨 집에 와서 알게 됐어요. 이런 사람도 있구나. 로봇 청소기를 자식처럼 여기는 사람이. 사용가치 이상을 로봇에서 얻는 사람이.”

“그래서 하는 일에는 만족 한 거야? 보람을 찾았어?”

“보람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하는 일이 완전히 쓸모 없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시원하긴 해요.”

 

야스다는 졸린 눈으로 미나의 옆 얼굴을 빤히 보았다. 웃고 있는 건가? 어둠에 가려 잘 알아 볼 수 없었다.

 

“사실 어제 밤새 코지마 수첩을 읽었어요. 히노 선배가 쓴 코무라 마치에 대한 부분만요. 그래서 사사키씨 집에 갔을 때 고치려고 했던 거예요. ”

“뭐라고 써 있었지..?”

 

한 때 성경처럼 읽었던 코지마 수첩이지만, 요 근래에는 통 읽은 기억이 없다. 자신의 수첩을 만들기 위해, 위기 때마다 스스로 극복해 보려 발버둥 치던 탓에 일부러 안 본 이유도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따로 있었지만.

 

“사사키 후미에씨는 적어도 로봇 청소기 3대는 반드시 살 사람이니까 VVIP라고. 아주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고, 잘해줘야 한다고. 그렇게 써 있었어요.”

그제서야 기억이 났는지 야스다가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어차피 살 걸 아니까, 서비스로 고쳐준 거구만. 너도 참... 그런데 히노 선배는 아마도 고객 대부분을 VIP라고 써놨을 걸. 

술기운이 조금 가신 그는 히노와 함께 했었던 지난 몇 년간을 떠올려 보았다. 그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고객이나 동료나 좋은 기억이 많았다. 그가 한번 물건을 팔았던 고객 중에는 사적으로 히노와 연락을 하며 지내는 사람도 있었고, 여행을 다녀왔다고 선물(尾土産)을 보내거나 심지어 딸의 결혼식 사회를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다. 히노는 그런 것들을 마다하지 않았다. 불황인 요즘 야스다가 그나마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히노가 남겨둔 고객 명부와 관계망 때문이었다. 한번 히노에게 물건을 샀던 사람들은 곧잘 다시 사줬으니까.

 

“히노 선배는 영업부를 나가서 본사로 들어가신 건가요? ”

히노같은 사람이라면 분명 크게 출세했을 것이라 미나는 생각했다. 야스다는 한참 말이 없다가 겨우 입을 떼었다.

 

“작년 봄에 중앙선(中央線)열차 선로로 떨어졌어. 실적이 안 나와서 우린 둘 다 5일 넘게 제대로 자지도 못했고, 그런 와중에 선배는 본사 콜 때문에 혼자 현장에서 급하게 돌아가던 중이었고. CCTV를 보니까 플랫폼에서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댔는데, 선배는 일하는 중에는 절대로 술을 입에 대는 사람이 아니었거든. 분명 과로 때문이었겠지.”

 

그는 팔짱을 끼고 한참이나 아무 말없이 창 밖을 내다 보았다. 시골길은 그날처럼 어두컴컴했고 아직 사거리는 나오지 않았다. 피곤함에 하품과 함께 눈을 살짝 감았는데 그 바람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분명 그게 다였다.

 

“나는 말이야. 이 일이 마음에 들어. 성공하고 싶어. 일 핑계대고 사람 만나는 게 좋아.

그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것처럼 메말랐으며 어색해 보였다. 사거리에서 신호를 받는 동안 미나는 그가 걱정되어 잠시 옆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처참한 광경에 그녀는 잠시 말을 잊었다.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천천히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선배. 얼굴이 엉망이예요.”

“알아.”

야스다는 발 밑에 놓인 종이백에서 티슈를 한 웅큼 뽑아 코를 푼 뒤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계속- 다음주 토요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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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7/10 [06:18]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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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걸 왜 자꾸 올리지? ㅇㅁㄴㅇㅁㄴ 16/07/1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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