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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뒹군다? 이불 레슬링에 열광!
[잠입] 걸즈 그라운드 레슬링, 아키하바라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다.
 
박철현 기자
"너 따윈 한주먹 감도 안돼!"
"오빠, 나 잠깐 여기서 좀 쉴께. 괜찮지?"
"너무 매워요. 완전 고문이야!!"

 
어두컴컴한 지하에서 호통, 애교, 자학적 눈물이 2시간 30분동안 펼쳐진다.
 
무대는 두군데다. 홀 앞쪽의 스테이지와 홀 중앙의 푹신푹신한 이불 2장. 하지만 홀 앞쪽의 스테이지는 거의 기능하지 않는다. 선수소개와 마이크 퍼포먼스에 사용될 뿐이다.
 
모든 것은 이불위에서 벌어진다. 

 
조금은 야한 복장의 여선수들이 청코너와 홍코너, 아니 파란색 베개와 빨간색 베개를 나눠들고 임전태세를 취하면 공이 울린다. 그 다음부턴 가차없이 상대를 내리친다.

 
▲ 9월 26일 아키하바라에서 열린 제2회 걸스 그라운드 레슬링 현장에 잠입(?)했다  © 야마모토 히로키jpnews
 
물론 사전에 짜여진 각본이 존재한다. 하지만 시합을 진행하다 보면 머리속이 멍해지는 충격을 입거나 심지어는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아까 제대로 맞았어요. 당분간 눈 앞이 안보였다니까요. 단추도 나갔고..."
 

엿보기와 섹시, 유머, 그리고 과격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지하 이벤트가 지난 9월 26일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열렸다.
 
이름하여 "걸즈 그라운드 레슬링"(girls ground wrestling), 줄여서 ggw다. 영어로 표기하니 뭔가 있어 보이는 정통파 레슬링같지만 전혀 아니다. 
 
아! 현역 여성 프로레슬러도 등장하긴 한다. 하지만 180cm가 넘는 그녀의 상대는 유치원생 설정의 140cm의 3인조 모에(萌え)계 아이돌 '미토콘드리아'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장 비서인 늘씬한 ol(오피스 레이디)의 거미줄 스타킹은, 이케부쿠로의 양키걸인 쓰바사의 손에 의해 찟겨져 나간다. 30세 b급 연예인 나나쨩은 20세 현역 대학생의 떠오르는 라이브 아이돌에게 "늙어빠진 주제에, 팔리지도 않는 것이!"라는 모멸을 당한다. 
 
구성의 승리라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선수들의 난삽한(?) 복장 때문에 눈을 어디에 둬야할 지 몰랐던 기자도 점점 이불 레슬링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낫토파와 닭튀김파가 등장해 서로간의 우수성을 주장하는 부분에 이르러선 잘 짜여진 한편의 소극을 연상케 한다.
 
여자들만의 '이불 레슬링'을 창안해 낸 가시와라 노부히코 프로듀서의 본업은 뮤지션이다. 명함을 건네면서 한국인이라고 말하자 "옛날에 조용필씨하고도 일을 같이 한 적이 있다"면서 너털웃음을 짓는다.
 
"세계 최초의 이불 레슬링이다. 웃고 즐기고 눈요기하고... 암튼 스트레스 발산에는 최고다. 형식은 레슬링을 본땄지만 '지하 아이돌'의 이벤트라고 보면 된다. 2개월에 한번씩 하는데 이번이 두번째고 저번에 비해서 많은 사람들이 왔다. 원래 이런 지하이벤트는 입소문을 타고 번지기 마련인데, 요즘엔 인터넷이나 그런게 잘 되어 있어서 생중계를 하기도 한다. 생중계 인기는 엄청나다"

 
▲ 걸스 그라운드 레슬링에 참가하는 다양한 직종과 연령대의 선수(?)들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가시와라 씨가 이불 레슬링을 기획하게 된 이유는 "다들 실력들이 있어서 이젠 평범한 이벤트로는 아이돌을 알릴 수 없다. 아무리 특출한 재능이 있어서 그녀들을 알리기 위해선 사람들이 흥미를 끌만한 형식을 선보여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실제 이불 레슬링은 충분히 흥미를 끌만했다. 일본 최대의 동영상 ucc 사이트 '니코니코 동영상'에서 생중계한 이날 영상은 무려 1만 6천명이 약 4만개의 코멘트를 쏟아냈다. 이벤트가 열린 아키하바라 goodman 지하홀 역시 거의 만원 수준인 6, 70명이 모였다.    
 
입장요금은 드링크 하나를 포함해서 3천엔. 하지만 6천엔짜리 '특별이불사이드좌석'이 선착순 10명까지 제공된다. 일종의 링사이드석이다. 특전은 시합이 벌어지는 이불 바로 옆에 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선수들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특별손님들은 '무릎베개 브레이크 타임'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무릎베개 브레이크 타임은 경기를 진행하는 여자선수들이 상대의 공격을 피해 링사이드석에 앉아 있는 관중의 무릎을 베개삼아 5초간 쉴 수 있다는 룰이다. 물론 이 5초간 상대선수는 공격이 금지된다.
 
이벤트에 등장한 여자선수들은 모두 17명. 직종과 연령도 다들 제각각이다. 코스프레이어, 애니메이션 성우, 아이돌, 현역 여자대학생, 방송업계 ad, 양키걸, 여자 프로레슬러, 신주쿠 2쵸메의 게이, 사장 비서, 안마시술사등 다양한 여성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이벤트를 구성한다.
 
가시와라 프로듀서는 이벤트의 의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들은 다들 본업이 있다. 하지만 또한 아이돌로서의 열의를 가진 이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프리(소속사가 없음)이기 때문에 어차피 스스로 자신들을 홍보해야 한다. 그런 홍보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팔리지 않았던 아이돌이나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아이돌들이 이런 이벤트를 통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길 바란다"
 
실제로 이제 막 데뷔한 3인조 아이돌 그룹 '미토콘드리아'가 쉬는 시간을 이용해 열심히 공연장 구석구석을 돌면서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이른바 눈도장이다. 또 다른 출연자들도 자신의 출연이 끝나면 무대뒤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무대 바로 옆에서 팬들과 함께 같이 응원을 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성우 아이돌 미야모리 세라가 말한다.
 
"연예인이라는 그런 개념보다 그냥 저도 즐겁게 어울리는 것이고 그런 저를 보면서 기뻐하는 팬들을 보면 뿌듯하고 그래요. 사인도 아직 제대로 못해요. 호호호"

 
총 6번의 시합은 그 시합내용보다 양쪽의 설전이 재밌다. 낫토가 좋다는 성우아이돌은 닭튀김을 좋아한다는 코스프레이어에게 베개공격을 가하면서 낫토의 우수성을 설파한다.
 
"니가 살찌는 이유는 기름덩어리 닭튀김을 좋아해서란 말야. 이 돼지같은 ××"
"낫토 먹고 이는 닦냐? 입냄새가 진동을 하네. 키스해 본 적도 없지?"

 
▲ 특별링사이드석에서 쉬고있는 현역 프로레슬러 '키라 안' 선수. 오른쪽의 세명이 유치원생이라는 컨셉으로 등장한 '미토콘드리아'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 낫토파와 닭튀김파와의 불꽃튀는 혈전. 결국 낫토파 성우 아이돌 미야모리 세라(사진 왼쪽)이 이겼다.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유치원생 '미토콘드리아'와 현역 프로레슬러 '키라 안'과의 시합도 그렇다. 키라 안이 공격하려 하면 미토콘드리아는 "아줌마, 무서워요!"하면서 훌쩍거린다. 키라 안이 방심한 틈을 타 미토콘드리아는 3인 합체(?) 어택을 선보인다. 하지만 키라 안의 춉 한방에 셋다 이불 밖으로 날라간다는, 어떻게 보면 유치한 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들이 아키하바라 '오타쿠'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안에는 오타쿠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한껏 들어가 있다.
 
일단 '모에'(萌え)다. '모에'라는 단어는 원래 풀이나 나무에서 눈이 나오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지만, 지금은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등의 캐릭터등에 빠져들어 흥분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로리콘과도 연결되는 측면이 많아 주로 만화에서 등장하는 어리고 귀여운 여자 캐릭터가 '모에'의 대상이 된다.
 
유치원생으로 분한 미토콘드리아는 바로 이러한 설정으로, 실제 스테이지에 미토콘드리아가 등장하자 기자 뒤의 일군의 남성들이 "모에--!"를 연발하기도 했다.
 
반면 늘씬하게 빠진 프로레슬러 '키라 안'은 s(사디즘)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키라 안의 도도하고 여왕적인 이미지에 m(마조히즘)적인 관중들은 빠져든다. 링사이드석에 앉아있던, 자신을 다카쨩이라고 밝힌 남성 관중은 "키라 안 선수의 팬이다. 그녀의 강함에 끌렸다. 발길질이 최고다"며 시합전부터 흥분상태였다. 
 

지하 아이돌, 혹은 라이브 아이돌이 등장하는 이런 이벤트는 도쿄 아키하바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왜냐면 관중들 대부분이 독특한 인상과 외모, 그리고 비슷한 복장과 제스츄어의 '오타쿠'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항변한다. "우리가 무슨 나쁜 짓을 했나? 좋아하는 대상에 열광하는 것은 쟈니스의 팬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다.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하지 말아달라"라고.
 
사실 기자도 처음에 이불 레슬링을 보면서 뭐 이런 이벤트가 다 있나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잘 짜여진 구성과 스토리 전개에 조금씩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일반적인 콘서트나 이벤트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아이돌과의 직접적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도 지하 이벤트의 매력이 아닌가 한다. 
 
일본의 오타쿠 문화에 관심있는 독자들이라면 이런 이벤트에 한번쯤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제3회 걸스 그라운드 레슬링은 11월 28일, 아키하바라 클럽 goodman에서 열린다.
 
■ 관련 링크
걸스 그라운드 레슬링 공식 홈페이지 (http://ofutonde.net)
 
▲  시합중에 애교를 잃지 않는 아이돌 나세 아이라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 원래는 라이브 아이돌인데 이불위에선 전사로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 걸스 그라운드 레슬링의 사토 대표가 룰을 설명하다가 당하고 있다.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 이들은 모두 프리다. 스스로 자신들을 알려 나가야 하는 이들의 건투를 빈다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 동영상 : 日 아이돌 이불 레슬링 난투극, 스타킹도 찢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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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06 [12:00]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모에는 2D 전용 허허 09/10/06 [14:07]
어디서 하찮은 3D 따위가... 수정 삭제
모에는 불타다 아닌가... 1223 09/10/07 [08:13]
모에루 불타다 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싹나다라는 뜻이 였나봐요... 수정 삭제
기자입니다. 박철현 09/10/07 [11:02]
몇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위의 나온 한자로 쓸 때는 싹나다라는 뜻이구요. 燃える(같은 모에루 발음)로 쓸 때는 불타다, 흥분하다 등의 뜻이 됩니다. 위의 모에루의 경우 흥분하고 불타긴 하지만 그 대상이 마치 지금 싹이 난 귀여운 여자아이들(만화, 애니메이션의 디포르메된 귀여운 캐릭터 포함해서)을 보고 흥분한다 해서 한자로는 저렇게 쓰면서 뜻은 1223님께서 말씀하신 불타다라는 의미로 해석하지요. 수정 삭제
바가들인가... 머리를 한대 쥐어밖고 09/10/08 [15:43]
한심... 수정 삭제
xx xxx 09/10/0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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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싸움... 참 그립군.. 너구리 10/08/16 [02:42]
10여년전 수학여행을 마지막으로 구경도 못해봤는데, 다시 한번 하고 싶어지네..

이번에 내 베개는 목침으로.. -ㅁ- 수정 삭제
재밌는 나라 ^0^ 한국인 10/08/16 [22:42]
정말정말 재미있는 나라야
어쩌면 저렇게 희안하고 기발한 짓들을 하는지
세상에서 제일 특이한(또한 다소간 변태스러운) 이웃이야.
일본 만세~~~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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