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 관련 시설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유력해졌다. 유네스코 자문기관 측이 유산 등록을 권고한 것. 이 시설물 중에서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과 관련된 시설도 포함돼 있어 한국 정부는 세계유산 등재에 반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4일, "유엔교육과학문화기관(유네스코) 자문기관 '이코모스(ICOMOS)'가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에 건설된 중공업 시설을 중심으로 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후쿠오카 등 8현)을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하도록 권고했다"고 발표했다.
유산 등재는 6월 28일~7월 8일 독일 본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정식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등록이 결정되면 일본은 '후지산(야마나시, 시즈오카 현)', '도미오카 제사공장(富岡製糸場)과 비단산업유산군(絹産業遺産群)(군마 현)'에 이어 3년 연속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등재 권고를 받은 '산업혁명유산'은 '군함도(軍艦島)'로 알려진 하시마(端島) 섬 등 23개 시설로 형성되어 있다. 이와테, 시즈오카, 야마구치,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구마모토, 가고시마 등 8현(縣) 11시(市)에 걸쳐 분포되어 있다.
미쓰비시 나가사키 조선소(나가사키 시), 하치만 제철소(八幡製鉄所, 기타큐슈 시) 등 100년 이상에 걸쳐 지금도 가동되고 있는 시설을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현역 시설의 문화유산 등재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서양 기술과 일본문화가 융합, 급속도로 산업국가가 형성된 과정을 시간대별로 나타내고 있어 보편적 가치가 있다"며 유네스코에 유산 후보로 추천했다.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일본, 인도 등 21개 위원국이 합의해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과거에 등록권고가 번복된 예는 없다. 그러나 일본은 위원국인 한국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변수로 보고 있다.
◆ 일부 시설에서 조선인 5만 명 이상 강제징용돼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를 추진하는 23곳의 시설물 가운데 7곳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 5만 7900여 명이 강제동원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외교부 당국자는 4일 "강제노동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무시한 채, 산업혁명시설만을 미화하여 등록하는 것은 세계유산 조약의 기본정신에 반한다"고 지적하며 유산 등재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시모무라 하쿠분 일본 문부과학상은 "근대산업유산은 1910년 이전의 이야기다. 여기서 강제적으로 조선인들의 노동이 이뤄졌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시대가 전혀 다르다. 한국의 우려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중히 설명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의 반대 움직임에 대해, 일본 근대사 전문가 고카제 히데마사(小風秀雅) 오차노미즈 여대 교수는 마이니치 신문의 취재에 부정적 측면 등 다양한 관점에서 유산을 평가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세계 유산은 빛과 그림자의 부분을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요구된다. 양 측면을 모두 조명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