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산케이 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 지국장(48)을 불구속 기소한 데 대해, 일본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9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보도의 자유 및 한일관계의 관점에서 극히 유감이다. 민주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행위다"라며 한국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스가 관방장관은 "내정 간섭이 될만한 일은 하지 않는 게 상식"이라며 한국 측에 기소 철회를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9일, 한국 김원진 주일공사를 초치했다. 이하라 준이치 아시아대양주국장은 김원진 공사에게 "보도의 자유, 한일관계의 관점에서 극히 유감이다. 사태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어디까지나 사법 문제이며, 외교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 측은 일본 측의 우려에 대해 "법과 원리에 기반한 수사한 뒤 취한 조치다. 양국 관계와는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일본 유력 일간지들도 사설을 통해 이번 기소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아사히 신문은 10일자 사설에서 "한국의 법령상,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기소할 수 없으므로 검찰의 판단은 정권의 의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산케이 신문 지국장에 대한) 이번 판단은 명백히 잘못됐다. 보도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정권이 힘으로 억누려는 것은 폭거"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아사히 신문은 "이번 조치는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제사회 속 한국의 이미지도 손상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일의 장본인인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전(前) 지국장은 이날 조간 신문에 수기를 게재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았을 때 상황을 묘사했다.
"검사는, 내가 기사에서 사용한 '혼미', '불온', '레임덕화' 등의 단어를 지적하며, 그 사용방식에서 비방 의도를 끌어내려 필사적이었다"
그는 국가 정상의 하루 일과가 터부시되는 데 대해 "강한 위화감을 느낀다"며, "금기에 손을 댄 자는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정권의 의사가 여실히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경우, 수상의 하루 일과를 시간대별로 기록해 신문 지면으로 전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위화감을 느낀다고 발언한 것이다.
또한 산케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자유주의국가에서 온 특파원들을 철저히 감시하던 구 소련조차 명예훼손으로 특파원을 고소하지는 않았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했으나, 소련도 혀를 내둘 정도의 강권국가였다"고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매체는 "앞으로도 우리는 한국의 도를 넘어선 국가적인 괴롭힘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추구해나가겠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언론의 자유가 없는 반도에 사는 사람들을 동정한다"고 밝혔다.
▲ 산케이 신문 박근혜 대통령 사생활 보도 ©JPNews | |
서울중앙지검은 8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가토 지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8월에 작성한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남녀관계가 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가토 지국장은 올해 8월 3일, 산케이 신문 온라인판을 통해 세월호 침몰 당일날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이 묘연했던 '사라진 7시간'에 대해 다뤘다. 그 시간동안 박 대통령이 남자와 함께 있었다는 근거가 미약한 소문을 다루는, 일간지로서의 격이 의심되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이번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산케이 신문과 석간 후지 등 같은 계열 매체들은 끊임없이 혐한 기사나 한국비판기사를 게재해왔다.
가토 지국장은 23년간 기자 생활을 거쳐 4년여간 한국 특파원으로 생활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