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관저가 방송 중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 돌발질문을 던졌다는 이유로 NHK방송 제작진과 진행자를 질책하고, 이에 NHK상층부가 총리관저에 백배사죄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NHK가 권력의 시녀가 되어버렸다는 기존의 비판을 증명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스가 관방장관 본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즉각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7월 11일 발매된 사진주간지 '프라이데이' 최신호에는 '구니야 히로코 캐스터가 눈물을 흘렸다 - 아베관저가 NHK를 무릎꿇게 한 자초지종'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내용인즉, 스가 관방장관이 출연한 방송의 내용을 둘러싸고, 총리관저 측이 NHK를 질책했다는 것이다.
▲ NHK 클로즈업 현대 - 구니야 캐스터 ©JP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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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목 7시반부터 방송되는 NHK '클로즈업 현대'의 3일자 방송에서는,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관방장관이 게스트로 출연해 진행자인 구니야 히로코 캐스터와 함께 집단적자위권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베총리와 스가 관방장관을 비롯한 아베 정권 인사들은 최근, 정권 정책을 홍보하고자 TV 등 매스컴에 자주 출연하고 있다.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적자위권 행사 용인을 각의결정한 이후 정권 지지율이 하락세인 터라, 이날도 정책 홍보 차원에서 NHK 방송에 나섰던 것.
그런데 이날 방송에서 구니야 캐스터는 "타국의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 아닌가", "헌법 해석을 쉽게 바꿔도 되는가" 등 날카로운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구니야 캐스터: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국을 위해서, 만약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했을 경우, 제3국을 공격하게 되는데요. 제3국 입장에서보면 일본이 선제공격을 한 것이 됩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이처럼 자국의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고, 어떤 전개가 될지 알 수 없는 위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스가 관방장관: 아니요. 이쪽에서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습니다. 구니야 캐스터: 하지만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고 있는 가운데, 방호....
스가 관방장관: 그러니까, 여기서는 최소한도라는, 3원칙이라는, 제대로 된 제어장치가 있으니,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먼저 선제공격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날카로우면서 물고 늘어지는 질문은 언론인으로서 당연한 태도이지만, 프라이데이 기사에 따르면, 이날 방송이 끝난 뒤 스가 관방장관과 동행한 비서관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며 항의했다고 한다.
또한 수시간뒤에는 총리관저 측에서 직접 "누가 중심이 되어 이런 방송을 만들었냐", "누가 구니야에게 이런 질문을 시켰는가"라며 제작진을 크게 나무라며 범인찾기에 골몰했다고 한다.
이에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져 NHK회장 취임때부터 유착논란이 있었던 모미이 가쓰토 회장을 비롯한 NHK상층부는 모두 고개 숙여 사죄했고, 구니야 캐스터는 제작진과 함께 사죄하고 돌아온 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NHK관계자: "방송이 끝난 뒤, 구니야 씨와 방송스태프가 대기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날 구니야 씨가 남의 눈 아랑곳 않고 눈물을 흘리더라"
이 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세간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온라인상에서는 "아베 정권과 NHK의 이상한 유착이 극에 달했다", "NHK는 정권의 홍보 방송이 되었다"는 평이 잇따랐다. 일본 외교평론가인 아마키 나오토는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정권을 무너뜨릴 만한 내용"이라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프라이데이 보도에 대해 스가 관방장관은 11일 오전 각료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 지나친 기사라고 생각한다. 항의할 생각은 없지만, 항의하는 편이 효과가 있는지를 포함해 여러모로 고려하겠다. 너무 말도 안 되는 기사"라고 부인했다.
다만, 세간에서는, NHK 모미이 회장과 아베 정권의 유착관계가 끊임없이 문제가 되는 가운데 터진 프라이데이의 보도에 대해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라며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