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이 허위 사실을 보고해 일본국회의 원전사고 조사 활동을 방해했다고 7일 아사히 신문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작년 2월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의 현지조사를 결정한 일본국회 사고조사위원회에 1호기의 건물 내부가 빛이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상태"라는 허위 보고를 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1호기 건물은 폭발로 무너진 천장 사이로 빛이 들고 있었고, 조명기구도 사용 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원자로의 중요기기인 비상용 복수기가 도쿄전력의 주장과 달리 지진 직후에 고장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확인할 방침이었지만, 도쿄전력의 허위 보고를 듣고 현지조사를 단념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현재 해산된 상태다.
현지 조사의 책임자였던 사고조사위원회 다나카 미쓰히코 전 위원(전 원자로 설치기술자)은 도쿄전력의 허위 설명으로 조사를 방해받았다며, 이르면 7일쯤 중·참의원에 비상용 복수기의 조사 실시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폭발로 천장이 파손된 후쿠시마 원전 ©도쿄전력 홈페이지 | |
사고조사위원회는 2011년 3월 11일 지진 발생 직후, 1호기 원자로 건물 4층에서 "출수(出水)가 있었다"는 목격 증언을 복수의 협력 업체 직원들로부터 얻었다. 4층에는 물이 저장된 비상용 복수기 탱크 2기와 배관이 위치해 있다. 지진의 진동으로 비상용 복수기가 고장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사고조사위원회는 작년 2월 원전 1호기 건물 4층의 현지 조사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작년 2월 28일, 중의원을 방문해 사고조사위원회의 다나카 전 의원 등에게 군데군데 빛이 드는 4층의 영상을 보여주고 "촬영 당시는 방사성 물질의 확산을 막기 위한 커버가 원자로 건물에 설치되기 전이라 밝게 보인다"고 설명하고, "현재는 빛이 들지 않아 어두컴컴한 상태다. 조명도 없다"고 밝혔다.
다나카 전 위원 등은 도쿄전력의 이 같은 설명에 결국 현지 조사를 단념했다고 한다.
그러나 도쿄전력의 설명과는 달리, 실제 영상 촬영일은 건물에 방사능 커버가 덮이고 4일이 지난 뒤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방사능 커버는 10~16%의 태양광을 통과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고, 물건 등의 반입을 위한 구멍도 곳곳에 나 있어 4층에는 빛이 들고 있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게다가 방사능 커버의 안쪽에는 강력한 조명을 내는 수은등이 달려있었고, 2011년 10월 28일부터는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도쿄전력 측은 자사의 설명에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한 뒤 "어떤 의도를 가지고 허위 보고를 한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들이 허위보고를 했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비상용 복수기는 원자로가 전원을 잃더라고 증기의 힘으로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할 수 있는 중요장치다. 사고 당시 1시간 이내에 냉각수가 공급된다면 노심 융해는 막을 수 있었다는 조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만약 지진으로 인해 비상용 복수기에 고장이 발생했다면, 내진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는 원전 재가동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도쿄전력 측은 이제까지 원전 사고와 관련해 지진 대비는 충분했지만, 예상을 넘는 쓰나미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