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급락세가 다시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일방적으로 지속됐던 엔고 기조를 수정하기 위한 일본정부의 경제 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일부에서는 95엔 선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하는 아베노믹스에 세계의 비판이 집중되는 가운데, 엔화 약세가 과연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소 재무상, 강인한 발언의 배경24일,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엔화 약세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 개최를 2월에 앞두고 있는 러시아의 당국자도 '통화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엔화 약세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25일, 일본의 아소 타로 재무상은 이 같은 해외로부터의 비판에 대해 "지나쳤던 엔고 기조가 수정되는 모양새로 환율조작과는 전혀 관계없다"며 반론을 펼쳤다. 이 같은 아소 재무상의 강인한 자세에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일본정부의 금융완화책을 통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견해가 잇따르고 있다.
또한, 미국이 엔화 약세에 대해 표면적으로 어떤 움직임도 나타내고 있지 않다는 점도 아소 재무상이 강력한 반론을 표명할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환율정책을 담당하는 미국 재무성은, 엔화가 급락세를 보인 이후 어떤 반응도 나타내고 있지 않아 "미국이 지금의 엔화 약세-달러 강세를 용인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의 발언도 엔화 약세 흐름이 더욱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추겼다.
세계경제 포럼 연차총회(다보스 포럼)에 참가한, 억만장자이자 세계적인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매니지먼트 회장은 "일본이 드디어 양정 완화로 정책을 전환했다"며 아베 정권의 경제 정책을 높이 평가했고, 이 소식이 25일 도쿄 주식시장에 전해지면서 투기세력들의 엔 매도 움직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일본의 무역 구조 변화시장 관계자가 주목하는 것은 대담한 금융완화와 재정 지출을 축으로 하는 아베 정권의 정책만이 아니다.
일본은 최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대부분의 원전이 운전 정지에 들어가면서 화력발전소 가동을 위한 연료 수입이 크게 증가했다. 연료 수입의 부담으로 일본의 2012년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인 83조 원에 달하는 등 일본의 무역 수지 구조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바로 이점을 시장 관계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역적자가 계속되면,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팔아 엔을 사는 것보다 수입대금의 지급을 위해 엔을 파는 양이 훨씬 많아지게 된다. 일본의 경제 전문가는 "아베노믹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엔 환율시장은 구조적인 엔화 약세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투기 세력들의 동향 투기 세력의 동향을 알 수 있는 시카고 상업 거래소(CME)의 통화 선물 거래 비상업 부문을 보면, 가장 최근인 1월 15일, 8,216억 엔에 달하는 엔이 매도된 것은 알 수 있다. 이는 2008년 리먼쇼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1달러/110~120엔대에서 움직이던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의 거래 내역을 보면, 매도액은 2조 엔 전후까지 확대됐었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관계자 사이에서는 "투기 세력에게는 아직 엔을 팔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엔화 약세는 연료 등 수입물가의 상승을 부추기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농가에 부담을 동반시키는 경우가 많다. 오카무라 다다시 일본상공회의소 소장이나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간사장이 적정 환율을 85~90엔으로 지목한 것도 지나친 엔화 약세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일본 정·재계가 상정한 범위보다 높은 90~95엔까지 전망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