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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부에 맞선 명장' 오시마 나기사 감독 별세
'감각의 제국' 오시마 감독, 폐렴으로 향년 만80세에 숨 거두다
 
이지호 기자
"체제와 싸우며 표현의 가능성을 추구해온 감독"
"터부에 도전해 갖은 스캔들을 일으키며 존재 자체가 화제가 된 감독"

 
'감각의 제국(愛のコリーダ)', '전장의 크리스마스(戦場のメリークリスマス)' 등으로 잘 알려진 영화감독 오시마 나기사가 15일 오후, 가나가와 현의 한 병원에서 폐렴으로 숨졌다.
 
향년 만 80세였다. 
 
전후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인 오시마 감독의 사망에 많은 이들이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의 유명 저널리스트 타하라 소이치로는 "나에게는 그의 죽음이 한 시대의 끝으로 느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1932년생인 오시마 감독은 1954년, 교토대학 법학부를 졸업했다. 그는 교토대학 재학 당시 정치사를 전공했지만, 연극과 학생운동에 전념했다. 그는 교토부의 학생연맹위원장이었을 정도로 좌파적 사상이 강한 인물이었다.
 
영화감독의 길을 걷기로 한 그는 졸업한 뒤 바로 영화회사 '쇼치쿠(松竹)'에 입사했다.
 
그는 쇼치쿠에서 자신의 사상을 영화로 마음껏 표현해냈다. 그의 데뷔작 '사랑과 희망의 거리(1959)'은 홈드라마가 전통인 쇼치쿠 영화사에 어울리지 않는 빈곤한 소년의 연애 비극을 계급적인 시점으로 그렸다.
 
또한, 그는 두 번째 작품인 '청춘잔혹이야기(1960)'에서 젊음, 폭력, 섹스를 통해 일본 정치의 근본주의를 비판했고, 평단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 이후, 그는 일본의 뉴웨이브(쇼치쿠 누벨버그)를 이끄는 선봉역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미일안보 조약을 배경으로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다루며 학생 운동의 당파성을 토론극으로 그린 그의 작품 '일본의 밤과 안개(1960)'가 정치적인 이유로 공개 4일만에 상영 중지됐고, 이에 반발한 그는 쇼치쿠를 퇴사했다.
 
그 뒤 그는 독립 제작사를 설립해, 매우 실험적이고 정치적인 영화에 도전했다.
 
재일한국인 사형수를 주인공으로, 일본의 권력 구조의 모순을 풍자한 '교사형(絞死刑1968)', 가부장제도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이의 비극을 그린 '의식(儀式, 1971)' 등 일본 영화사에 남는 화제작을 발표하며 1960년대 일본영화의 뉴웨이브 운동을 이끌었다.
 
특히, 그는  앞서 언급한 '교사형'과 같이 재일한국인이나 한국인을 소재로 다루는 작품을 종종 만들었다.
 
그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에 의해 징용된 재일한국인 남성에 대한 일본의 차별을 그린 다큐멘터리 '잊혀진 황군(1963)'을 제작하고, 한국 초등학생의 일기를 담은 책인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 '윤복이의 일기(1965)'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그는 한 여성이 한 남성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의 성기를 잘라내 평생 보관하려했던 '아베 사다' 사건을 주제로 '감각의 제국(1976)'을 제작해 예술과 외설을 둘러싼 격한 논쟁을 일으켰다. 그는 일본에서 촬영해 프랑스에서 현상하는 방법으로 당시 일본에서 불가능했던 직접적인 성묘사에 도전했다.
 
1978년에는, '열정의 제국(愛の亡霊)'으로 칸느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감독 반열에 올랐다.
 
이 같이 그에 대한 평가는 해외에서 특히 높았다. 1970년대부터 해외 각지에서 회고상영회가 열렸는데, 당시 그의 명성은 유럽에서 특히 더 높았다.
 
오시마 감독의 작품은 항상 문제작이 되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영화자금을 구하기 힘들었다. 그는 일본에서 모이지 않는 자금을 구하기 위해, 한발 먼저 해외에 진출했다. 이 때문에 '감각의 제국' 이후의 작품 대다수가 프랑스, 영국과의 합작이다.
 
또한 키타노 타케시 감독과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 데이빗 보위 등이 출연한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를 제작했고, 이 영화는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이후 그는 1987년, 침팬지와 한 여성이 사람에 빠지는 '막스 내사랑'(マックス、モン・アムール)을 제작해 또 한 번 세간을 놀라게 했다.
 
80년대 후반부터는 '아침까지 생방송' 등의 토론 방송 등에도 다수 출연했다. 토론 상대에게 "이 멍청아(바카야로)"라고 말하는 등 거침없이 발언하는 논객으로 인기를 끌었다.
 
13년 뒤인 1999년, 그는 신선조 사무라이의 동성애를 그린 '고하토(御法度)'를 촬영하던
▲ 2010년, 투병 중이던 오시마 나기사    
중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2001년 이후에는 폐렴을 심하게 앓아 부인의 간병 아래 투병생활을 지속했다.
 
결국 폐렴은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 유족에 따르면, 오시마 감독은 15일 오후 3시 25분, 연말부터 입원했던 가나가와 현 후지사와 시의 병원에서 폐렴으로 숨을 거뒀다고 한다. 향년 만 80세였다.
 
오시마 감독의 죽음에 대해, 일본 문화계에서는 애도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감각의 제국' 촬영 당시 그의 조감독이었던 재일한국인 최양일 감독은 "무념무상이다. '감각의 제국' 촬영 뒤, 오시마 감독이 '앞으로는 조감독과 감독이 아닌 친구로서 지내자'고 말을 건네왔다", "하지만 나는 그를 스승으로 존경해왔다. 그의 영화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를 향해 만들어져왔고, 유럽 영화감독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나체 결혼식', '관방 기밀비' 취재 등 일본에서 터부시되는 주제를 취재하고, 천황제 폐지를 언급하는 등 터부에 정면으로 맞서는 저널리스트로 잘 알려진 타하라 소이치로는 오시마 감독의 죽음에 대해 "나의 형이 세상을 떠난 듯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80년대말부터 오시마 감독과 함께 민방 토론 방송에 출연하곤 했던 타하라는 "오시마 감독도, 나도, 어렸을 적에 패전을 경험했고, 여름 전까지 영웅 취급받던 사람이 여름이 끝나자 범죄자 취급을 받는 상황을 봐왔다. 그렇기 때문에 오시마 씨는 정부와 권위라는 것을 신용하지 않았고, 뭐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랬기에 우리들은 터부 없는 토론이 가능했다. 내 방송에서 지금도 터부 없이 논의할 수 있는 것은 오시마 씨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시대가 끝나고 친형이 세상을 떠난 듯이 느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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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1/16 [12:00]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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