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아베 신조 총재의 발언에 엔저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26일 자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재가 지난 23일, 일본은행법 개정과 바람직한 환율 수준에 대해 언급한 뒤 엔저 경향이 이어지고 있으며, 25일 한때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1년 8개월 만에 1달러-84엔 96전까지 급락했다.
해외에서는 일본의 급작스런 고환율 기조를 두고,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의 통화 가치를 떨어트리는 국제 환율 경쟁이 촉발되는 것이 아니냐며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베 총재는 지난 23일, 일본의 한 TV방송에 출연해 "(일본은행이 2%의 물가 상승률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면) 일본은행법을 개정해 (정부와 일본은행 간의) 정책 협정을 마련하겠다"고 강경하게 발언했다. 또한, "엔이 1달러=85엔을 넘게 되면 (법인세를) 기업으로부터 걷을 수 있다"며 구체적인 환율 수준까지도 언급했다.
이 같은 분위기 조성에 외자가 가장 먼저 반응해 25일 오전에는 85엔 직전까지 급락했다. 일본의 수입 기업도 일련의 엔저 움직임과 달러 상승을 경계하며 달러 매입 움직임을 강화하는 추세다.
아베 총재의 발언은 환율 조작국이라는 지탄과 함께 국제 사회의 반발을 초래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24일 자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베 총재의 발언을 1면 톱으로 다루고 "통화 경쟁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금융완화를 통해 자국의 화폐 가치를 낮추고 있어 일본도 같은 노선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아베 총재 발언의 배경이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아베 총재가 일본의 혈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누구보다 중시하고 있어 신정권 발족 이후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고환율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재는 "일본은행이 고용에 관해서도 책임을 지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연방준비이사회(FRB)와 같이 물가와 고용 두 가지를 일본은행의 사명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현행 일본은행법은 금융정책의 이념에 관해 "물가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공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고용의 안정도 포함된다"라는 해석도 있지만, 고용도 일본은행의 목표로서 확실시 명기해야 한다는 것이 아베 총재의 주장이다.
일본은행법은 금융정책을 정부에서 독립시킨다는 목적으로 1997년에 개정됐다. 그것을 다시 개정하게 되면, 일본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전향했다고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아베 총재의 일본은행법 개정 발언에 대해 "일본은행에 물가 상승률 2% 목표를 설정하게 하기 위한 의도"라는 견해가 강하다. 따라서 아베 총재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일본은행이 1월 중 물가상승률 목표를 도입하게 되면, 일본은행법 개정까지는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베 총재의 고환율 정책의 영향으로 25일 도쿄 주식시장에서는 닛케이평균주가의 종가가 지난 주말과 비교해 140엔 06전(1.41%) 높은 1만 0080엔 12전으로 2영업일만에 1만 엔대를 회복했다. 실적 개선의 기대감으로 정밀기계와 자동차 등의 수출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일본 경제의 회생을 내걸고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이끈 아베 총재인 만큼 대규모 금융완화 조치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베 총재는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해한다는 지적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정권의 적극적인 금융정책 관여를 시사하고 있어 당분간 엔저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